17. 저 낮은 중국
가끔 중국발 뉴스를 들으면 심히 황당할 때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원산지를 속인다거나 싸구려를 고급으로 포장한다거나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한다거나 하는 정도일텐데, 중국에서는 가짜 분유라든가 가짜 양주라든가, 먹으면 사람이 죽는 걸 버젓이 유통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급격한 자본주의의 유입 때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 좀 궁금했더랬다.
이 책은 시인 출신의 라오웨이가 쓴 [중국저층방담록]이라는 인터뷰집의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그야말로 중국 하류계층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1부의 인신매매범이나 신신인류라고 불리는 젊은 층은 확실히 자본주의의 폐해를 그대로 드러내는 듯 보이지만, 2,3부를 보면 실상 문화혁명 때부터 쌓인 갈등이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8. 핑거포스트 1, 2
이미 여러 사람이 언급한 거니까 '우상'의 문제나 엇갈리는 진술과 해석에 관한 건 빼고, 가장 눈에 띄는 건 사라 블런디를 대하는 네 사람의 태도랄까. 잭 프레스콧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앤소니 우드까지, 누구 하나 사라 블런디를 인간으로 혹은 여자로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 오만하고 탐욕스럽고 이기적이고 나약한 군상들.
실제 인물과 가상 인물을 역사적 사실 속에 치밀하게 배치한 흥미로운 작품.
19.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내가 기대한 건 북유럽 신화 그 자체인데, 이 책은 신화와 해설과 글쓴이의 개인적 감상까지 뒤섞여있다. 그러니까, 해설자의 말이 많은 건 별로 내 취향이 아니라고. 어쨌거나 그래서 쉽게 읽히기는 하는데, 물론 그게 원래의 기획 의도겠지.
20. 종이로 만든 사람들
결코 재미있게 빨리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는, 흡인력 있는 소설. 이런 저런 편집의 효과를 십분 느낄 수 있지만, 본질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 알싸하고 서글프다.
21.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소설인지 수기인지 혹은 전기인지 구분이 어렵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한다면 그의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 읽어볼 만하다. 한여름, 습도 높고 열기 가득한 공기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듯한 느낌.
22.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고등학생 때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에 매혹되어 알래스카의 자연과 사람을 사진에 담으며 평생을 보낸 호시노 미치오의 에세이. 알래스카에서 야영 중 곰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하니, 그에게는 나쁘지 않은 죽음이었을까.
글도 사진도 전혀 멋부리지 않았다. 단순한 방문객 또는 관광객이 아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23. 부서진 미래
비정규직으로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터뷰.
이건, [저 낮은 중국]처럼 남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없고, 그저 답답할 뿐이다. 비정규직의 실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끔찍하더라.
소라닌 1, 2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