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 독점계약 번역 개정판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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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렵다고 알려져있다.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역사서를 읽기 전에 입문서로 이 책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세번 읽고나서야 알게됐다. 역사에 대한 기본 개념이 잡히지 않으면 도무지 진도가 안나간다. 처음엔 번역의 문제인줄 알았다.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었기 때문이었다.

총균쇠, 강대국의 흥망, 문명의 충돌, 노동의 종말을 읽은 다음에 읽어보니 그제서야 이 책의 진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읽기보다 몇가지 역사해설서를 먼저 읽어보고 이 책을 읽어보라.

E.H. 카의 진수를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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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1
존 스타인벡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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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통화하면서 묘한 교감이 생겼다. 못난 자식이지만 이런 날은 효도한 것 같아 기분이 참 좋다.

어머니가 처녀시절 제일 좋아했던 배우는 록 허드슨과 제임스 딘이다.

통화하면서 원조 꽃미남 배우의 표지가 인상적인 에덴의 동쪽을 이야기했다. 나는 책으로, 어머님은 영화로 봤지만 서로의 감동은 세대를 뛰어넘어 연결이 됐다.

24살의 꽃다운 나이에 단 세 작품만 남기고 불꽃처럼 살아간 배우. 우리 가족은 죽은지 50년이 넘은 그에게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 성경의 카인과 아벨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작품은 착하고 인기 많은 형 아론과 독하고 시셈많은 동생 칼렙을 대비시킨 수작이다. 누가봐도 선과 악이 뚜렷하다.

이 글을 읽는 그대의 주변에는 악한 사람이 너무도 많다. 그 사람이 죽어 없어지기를 바란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우리 아이도 그런 하소연을 늘 하기때문이다. 아니 솔찍히 가끔은 어른인 나도 그렇다. 우리 주변에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던 아벨같은 순둥이들이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 어찌 아이들만의 생각이겠는가?

하지만 하나님께 제물을 바쳐 칭찬을 받았던 아벨은 후사없이 죽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카인의 손에 죽었기에 자식이 없는 것이다. 반면, 카인은 에덴의 동쪽으로 쫓겨나서 아이를 낳고 살아서 인류를 번성시켰다.

결국 우리는 죄를 짓고 에덴동산의 동쪽으로 쫒겨난 카인의 후손들이다. 우리 중에 누구도 완전히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은 없다. 그러니 용서하고 보듬으며 살아가야 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미워만 말고 감싸고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자. 마지막 죽는 순간에 선천적인 악한인 칼(제인스 딘)을 용서하는 에덤처럼, 우리 주변의 악한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통화를 마치며 20년 후 우리 아이들과 에덴의 동쪽과 제임스 딘에 대해 이야기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언컨데 그들의 고민은 지금의 나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어머니와 내가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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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
김용석 지음 / 멘토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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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해 평균 독서량이 짐승만도 못한 독자라 할지라도 각종 고전에 대해 누구 앞에서건 아무 거리낌 없이 읽은 척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시키는 데 총체적 목적이 있는 공리주의적 텍스트라 할 수 있으며, 일종의 인문학적 데자뷰 현상을 도모하는 학구적 심령 기사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 김용석의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중에서


- 사랑하는 승모에게

어제 너희들 만났을때 책 안읽는다고 너무 구박한거 같아 이렇게 편지를 쓴다.
20년전에는 그렇게까지 무식하지 않았던거 같은데 어제는 솔찍히 좀 실망했다. 소위 엘리트라는 `세무사` 녀석이 대화내용이 그게 뭐냐. 여중생같이... 한편으로는 이제 우리도 고급스러운 언어를 구사해야할 사회적인 지위와 체면을 가져버린 기성세대라는 서글픔도 밀려온다.

지난번 카톡으로 김수영의 시 `강가에서`를 보냈을 때, 한 편 더 보내달라는 너의 답변에 고마웠다. 그렇게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줄은 차마 몰랐다.

하지만 내가 준 카톡을 그대로 베껴서 네가 자주가는 카페에 잘난척 하는 용도로 썼다는 말에 사실 실망했다. 얼마나 쏘스가 없었으면 친구가 위로하려고 보낸 시를 SNS생활의 떡밥으로 사용하냐.

이 사람아 책 좀 읽어라.

몇년전에 읽어보라며 건네준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픽처`를 받아들고 네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구나. 눈물을 글썽이며 내 손을 꼬옥 붙잡고 이렇게 말했지 .

`솔직히 창피하지만 친구니까 말할께... 안읽어 버릇해서 그런가, 열페이지도 못읽겠다... 면목이없다, 마음대로대왕˝


도서관에서 너를 위한 책을 발견했다. 제목이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이란다.
죄와 벌, 데미안, 이방인...... 어떠냐? 제목만 들어도 심장이 쪼그라들지? 읽지도 않았는데 책 내용에 대해 물어보면 어쩌나 싶어 두려움이 앞서고, 읽지 않았다고 실토하는 순간 너에게 쏟아질 냉소적인 시선을 견딜 재간이 없겠지. 딴지일보 김용석 편집장이 고전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이 책, 참 재밌다.

읽으면서 개그콘서트 보듯이 미친듯이 웃었다.


별로 읽고 싶지 않지만, 읽지 않았다고 얕잡아보는 카페 회원들이나 동호회 사람들에게 잘난척하고 싶다고 했지?
​이 책에 이렇게 쓰여있다.
˝누군가에게 잘 알지 못하는 인문 고전 얘기로 불의의 공격을 받았을 때 자신의 가녀린 영혼을 보호하기 위한 호신용 서적이다.˝ 라고...

우리가 중 고등학교 때 고전문학 한두 권 읽긴 했잖냐... 공부를 못했던 놈들도 아니고 나름 대학물도 먹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 시절 책 내용을 우리가 뭐 제대로 이해하긴 했냐? 대부분 ‘고전문학’ 하면 좋은 책이긴 한데 왠지 어렵고 진부하다는 생각부터 떠올리지.

난해한 번역체 문체 때문에 재미를 미처 느끼기도 전에 책을 집어던지거나, 줄거리 파악하기에 급급해 행간 속 숨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어쩌다 읽어봐야지 싶다가도 묵직한 두께 때문에 책장을 펼치기도 전에 지레 포기하는거지. 요즘 어른들중에 이말에 공감하는 사람 많으리라 본다.

하지만 생각해봐라. 고전문학이 재미없고 난해한 책이라면 어떻게 그 오랜 시간 동안 모든 사람들이 즐겨 읽을 수 있겠니...

˝생업에 지친 나머지 읽고 싶어도 책 읽을 기력과 의욕을 상실한 독자들에게,
설령 의욕이 있다손 치더라도 직장 내 오랜 눈칫밥 습관으로 인해 한곳에 1분 이상 눈동자를 모으기 힘든 독자들에게,
그리고 어디 가서 모르는 책 이야기만 나오면 자아에 치명상을 입는 가녀린 영혼을 소유한 독자들에게
이 책이 조그마한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저자 김용석은 ˝고전은 재미있다˝라고 강조한다.





이 책의 최고의 미덕은 ‘시간이 없어 고전문학을 읽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줄거리를 요약해주고 지식을 이입함으로써 해당 고전의 중요한 핵심만을 손쉽게 취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20대때 듣던 팝송 가사나 우려먹는 교양이 바닥 난 우리 어른들에게는 최적이 교과서인 셈이지. 그나마 너는 영어라도 잘했으니 팝송 가사지만, 책 한권 안읽는 정빈이나 범성이는 가요가사를 인용하는게 고작 아니냐.

하지만 승모야, 이 책의 또다른 감동은 따로있단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에게 조차 대단히 탁월한 분석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 책에 실린 책목록을 한번 보여줄께. 전부 다 내가 읽은 책이다.

PART 1 삶의 의욕을 상실했을 때

죄와 벌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덴의 동쪽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PART 2 1분 이상 한곳에 눈동자를 모으기 힘들 때

농담
1984
호밀밭의 파수꾼
채털리 부인의 연인

PART 3 자아에 치명상을 입었을 때

데미안
이방인
위대한 개츠비
그리스인 조르바
목로주점


이 책을 읽고나서 나도 책을 얼마나 허술하게 읽어왔는지 반성하게 됐다. 너한테 책 안읽는다고 구박할 자격이 없더라.
딴지일보 편집장 김용석이라는 사람, 독서 내공이 대단하더구나. 어려운말 하나도 없이 재밌고 적절한 비유로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재밌는 문장을 뽑아볼께 한번 들어봐라.

˝`위대한 개츠비`의 내용과 분위기는 30대 이상의 독자라면 누구나 알만한 대한민국의 대표적 신파극으로 알려진 `이수일과 심순애`와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다이아몬드에 눈이 멀어 김중배에게 시집간 심순애에게 복수하기 위해 고리대금업으로 큰 부자가 되어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난다는 내용은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각종 문화적 상징이니, 시적 묘사니 하는 디테일을 빼고 본다면 꼭 닮은 줄거리라 하겠다. 다만, `이수일과 심순애`의 경우, 마지막에 죽는 인물이 이수일이 아니라 죄의식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택한 심순애라는 점은 아무래도 남존여비 혹은 일부종사의 유교적 생활양식에서 익숙했던 그 시대 동양과 서양의 감수성 차이라 볼 수 있다.

참고로 `이수일과 심순애`는 일본의 `금색야차`를 번안한 소설인 `장한몽`의 별칭이므로 20세기 초 우리나라에도 `위대한 개츠비`에 견줄만한 작품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식의 괜한 애국심 마케팅적 읽은 척을 구사할 경우, 본의 아니게 친일파의 후손으로 낙인찍힐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그밖에 `위대한 개츠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은 척함에 있어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단순히 하루키가 `위대한 개츠비`를 몹시 좋아한다더라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체나 전반적인 작품 분위기,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상실감을 주제로 하는 것 등 `상실의 시대`는 `위대한 개츠비`를 오마주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


이제 우리도 부모잖냐.
언젠가 회사 선배한테 아이들 공부시키는 노하우를 물은 적이 있다.
선배는 그저 `부모가 잘하면 된다`고 그러시더라.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면서 말이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이들을 보면, 나중에 커서 이런 책을 읽을 때 무식하다는 소리듣지 말아야지 싶다. 아이들만 책 읽으라고 잔소리할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길러야겠어.

다음에 만날때는 이 책을 다 읽고와라. 좀 더 교양있는 이야기를 나눠보자. 10년동안 한 권 읽었다는 정빈이랑, 드라마왕국 범성이한테도 전해줘라. 그리고 승모야 너네 집사람한테 게임 좀 그만 하라고 해라. 우리 애들이 배울라.



​이만 줄인다.

- 너의 마음대로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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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당신 - 정영 여행산문
정영 지음 / 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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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이 펴낸 이병률이 아닌 사람의 책.
그러나 이병률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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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세트 - 전5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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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을 두번 읽었다.
팔 다쳤을때 병원에서 한번 읽고 자본론을 읽으면서 비슷한 시기에 다시 한번 읽었다. 연도를 따져보니 장발장이 감옥에서 출소하고 3년후에 마르크스가 태어났다. 이 두사람은 가난과 혁명을 살아간 세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에는 인물 중심으로 읽었는데 두번째는 시대적 배경을 살피면서 읽다보니 재미가 두 배였다.

당시는 전쟁과 혁명의 아수라장에서 경제는 엉망이 됀 시기다. 날로 물가가 치솟아 민중들의 고통이 극심했다. 혁명 지도부 중 가장 과격파였던 로베스 피에르는 1793년 정권을 장악한 뒤 ‘최고가격제’를 실시해 일시적으로 물가안정을 이뤘다. 그러나 1년 동안 1만 명 이상을 ‘반혁명’ 혐의로 처형하는 등 지나친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2년 만에 실각한다. 최고가격제는 폐지되고 다시 물가는 뛰어올랐다.

바로 그 이듬해인 1796년 장발장은 조카를 위해 빵을 훔치다 체포된다.

프랑스의 혼란은 1799년 군인 출신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켜 제1 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비로소 일단락된다. 나폴레옹은 외국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국내 반혁명 세력을 소탕하는 한편, 토지분배·법 제도 정비·초등교육 확립 등의 정책으로 사회를 안정시켰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통령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1804년 스스로 황제에 즉위, 반혁명 위협이 사라졌는데도 외국과 계속 전쟁을 벌였다.

지속적 전쟁으로 사람들이 점점 나폴레옹에게 지쳐가던 무렵, 그는 워털루 전쟁에서 패해 1815년 완전히 몰락한다. 바로 이 해 장발장이 출소한다.
마르크스는 이로부터 3년 뒤인 1818년에 탄생한다.

나폴레옹 몰락 이후 프랑스에는 외국으로 망명했던 루이 16세의 동생들이 돌아와 차례로 즉위한다.
오랜 전쟁에 지쳐 평화를 갈망하던 프랑스인들은 왕정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처음에는 혁명세력의 눈치를 살피던 왕이 점차 언론자유를 탄압하고 선거권을 축소하는 등 과거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이자 1830년 7월 다시 한 번 혁명을 일으켜 새 왕을 추대한다.

이 혁명을 ‘7월 혁명’이라 부른다. 이 때 왕위에 오른 이가 ‘루이 필리프’이다. ‘레미제라블’은 이 시대를 무대로 본격 펼쳐진다.


장발장은 앞서 1820년대 프랑스 북부 소도시 몽레이유에서 새로운 구슬 공정을 개발, 기업가로 거듭나며 크게 성공했는데, 이 지역은 영국의 영향을 받아 다른 프랑스 지역보다 산업화가 먼저 진행된 곳이었다. 공장을 소유한 부르주아들은 산업화로 인한 성장에 힘입어 예전의 귀족과 같은 지위를 누리기 시작했다.

도시 인구는 갑자기 늘어났지만 주택, 수도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불량한 위생으로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했고, 이 때마다 슬럼가에 사는 빈민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1831년 콜레라 대유행이 단적인 사례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물가도 함께 오르는데 임금은 턱없이 낮았다. 빈민가의 남성들은 시름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여성들은 살기 위해 매음굴로 흘러들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버려져 부랑아가 됐다.


부르주아의 시대이자, 거지와 부랑아와 알코올 중독자, 그리고 매춘의 시대였다. 팡틴과 가브로슈, 테나르디에 일당은 이러한 시대의 산물이었다. ‘장발장’과 같은 선량한 자선가가 없지는 않았지만 자선에 기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부는 ‘산업 자유에 관한 원칙’에 따라 부르주아들을 전혀 규제하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은 ‘바리케이드의 시대’를 열었다.

1830년 프랑스 리옹에서 거리로 뛰쳐나온 노동자들은 억압당한 `자신들의 의지`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다음과 같이 압축해서 외쳤다.
˝일하면서 살거나 싸우다가 죽겠다.˝

리옹 사건을 계기로 빈민과 노동자들, 공화주의 성향의 학생들은 7월 왕정에 등을 돌렸다. 걸핏하면 폭동이 일어났다.
1832년 6월 5일, 나폴레옹의 부관 출신 국회의원으로 ‘민중의 편’에 섰다고 평가받는 라마르크의 장례식을 계기로 일어난 폭동도 그중의 하나였다. 마리우스는 왕정을 뒤엎기 위해, 장발장은 마리우스를 구하기 위해 이 폭동에 참여한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는 다소 규모가 작은 폭동으로 묘사했지만, 실제로는 바리케이드가 십 수개 이상 세워지고 약 800명이 사망한 대규모 폭동이었다. 하지만 왕정은 무너지지 않았다. 정부의 강력한 탄압으로 1835년부터는 폭동도 잦아들었다. 이후 프랑스는 부르주아 문화를 꽃피우며 번영의 시대를 맞이한다.

1835년부터 안정을 유지했던 루이 필리프 왕정은 1846년 대흉작으로 또다시 물가가 폭등하고,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마침내 1848년 2월 노동자 계급이 중심이 돼, 루이 필리프 왕정을 끌어내리는데 성공한다. 이것이 ‘2월 혁명’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민주공화정이 정착하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더 겪었다. 2월 혁명 이후 선포된 새로운 공화국에서는 나폴레옹의 조카인 ‘루이 나폴레옹’이 통령으로 당선됐다. 그 역시 스스로 황제(나폴레옹 3세)로 즉위했다.


군주정은 왕에 의해 다스리는 제도이고 공화정은 다수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가 다스리는 제도이다. 공화정은 다음과 같이 여러 형태로 분류된다. 과두정은 왕이 없이 다수의 대표자가 다스리는 정치형태를 말한다. 민주정은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이 다스리는 정치형태를 말한다. 공화정은 군주정에 반대이고, 민주정은 과두정의 반대인 셈이다. 여기서 프랑스가 채택한 정치체제가 바로 민주+공화정인 것이다.

나폴레옹 3세는 권위주의적이긴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민중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개혁안을 마련하는 한편 ‘프랑스 제국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외국과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1871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 패해 물러난다.


나폴레옹 3세가 물러난 이후 프랑스 급진 좌파 세력이 봉기해 파리 시청을 점령하고 자치정부 ‘파리 코뮌’을 결성한다. 하지만 파리 코뮌은 정부에 진압돼 약 3만 명이 처형당하는 처참한 결과로 끝났다.

파리 코뮌을 진압하고 출범한 ‘제3공화정’에 가서야 프랑스는 극좌와 극우 사이를 오가지 않고 민주공화정으로 정착한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거의 100년이 걸렸다.


겹쳐보니 훨씬 재밌는 레미제라블과 자본론은 진정한 인류의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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