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 한정판
이미연 감독, 김태우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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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벅찬 마음에 홈페이지에 들러 분위기를 봤다. 애초부터 이 영화가 성공 못한 이유는(고양이를 부탁해도 그렇고) 영화 광고의 컨셉을 영 아니게 잡았기 때문이다. 가보면 원조 교제로 사람들의 얄팍한 호기심을 끌어당기려는 카피 문구 뿐이다.

문학을 졸업하고 꿈을 가지고 살아보려 하지만 현실과 부딫혀 무기력하고 지쳐 이제는 모든것이 권태로운 남자. 풍족하지만 무너져버린 가정에서 방황하며 세상을 사랑하려 하지만 역시 너무 힘들어 자포자기하는 여고생. 이들은 환경 때문에 이런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아픔을 같이 겪었기에 서로의 속에 있는 상처와 희망을 서서히 보게 된다.

우리 모두는 일탈을 꿈꾸지만 안정된 삶과 잘 나가는 삶을 추구하면서 미친 개처럼 세상을 쫓아가고 깨지면서 닳아 가지만 이렇게 이 영화속의 인생 실패자들은 너무나 착한 바보들이다.

사실 루시드 폴이 영화음악을 모두 담당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OST에 중독된 사람을 많이 봤다). 영화음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람들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너무 감성의 코드가 들어 맞는다. 잘 아는 '그대 품으로'도 좋지만 나는 여주인공의 테마가 제일 마음에 든다.

김태우의 무르익어가지만 아직도 어색한 연기보다는, 김민정이라는 (이제는) 배우를 주목할 만하다.

이 영화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적어도 이 영화를 좋아할 사람중에 놓친 사람들은 조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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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l -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Perl 이야기
전종필 지음 / 정보게이트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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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만나게 된 건 인터넷 게시판에서였다. 지은이가 강좌를 올렸는데 아주 쉬우면서도 중요한 것들은 다 다루는 글이 참 좋았고, 그것을 통해 게시판 프로그램도 짜고 잘 썼다.

나중에 그 강좌가 살을 더 붙여 책으로 나온다고 하더라. 프로그래밍 전공이 아니어서 이것저것 살 여유도 없었고 단 한권만 있으면 돼서 이 책으로 결정했다. 정식으로 배우고 싶은 사람은 '낙타'책이라고 불리우는, 펄 개발자가 직접 쓴 책도 권하지만, 이 한권으로 그럭저럭 부족함 없이 쓸 수 있다.

책의 내용을 보면 사람이 강의하듯이 어떤 개념을 설명하고 왜 필요한가 어떻게 쓰이는가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썼다. 당연한 구성이라고? 다른 책들은 아주 형식적이고 연역적으로 쓰는 게 보통이다. 어떤 명령어가 있으면 이 명령어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옵션들이 나열되어 있고 등등인데, 이 책은 일단 맛보기부터 하면서 나중에 필요한 것은 언급하는 방식이다.

한가지, 지금은 CGI.PM이라는 것을 써서 구조화 프로그래밍(OOP)을 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리 자세히 다루고 있지는 않다. CGI.PM개발자가 쓴 책이 참 좋은데 번역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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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한순간 -상
헬무트와 앨리슨거른샤임 / 눈빛 / 199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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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발명된 건 200년이 안된다. 더욱이 카메라가 일반인들에게 보급된 것 극히 최근의 일이다. 브람스 링컨의 초상화가 아닌 사진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사진은 오래되었고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아주아주 오래된 역사를 사진으로 보여주기에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거른샤임 부부가 편집한 이 책에 있는 일부의 사진들을 나열하면: 세계 최초의 사진(1826), 세계 최초의 철도, 인도 반란, 미국의 남북전쟁, 최초의 전화, 최초의 인터뷰, 축음기의 탄생, X 선과 라듐 발견 등.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은 하권이나 가야 나오며, 2차 대전 사진으로 마무리된다. 1권의 제일 마지막 사진은 1900년의 사진이다. 이런 사진들을 눈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영광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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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1 - 서울 격동의 50년과 나의 증언
손정목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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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는 딱딱한 제목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책이다.

도시, 아니 수도 서울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이야 말로 정치, 행정 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모습을 한데 묶는 이야기 보따리이다. 화신백화점, 워커힐 호텔, 세운상가는 건물 이름이라기보다는 20세기 전반기 한국 최고의 부자이자 수완가 박흥식의 역사이고, 주한 미군과 김종필의 단면을 제대로 보여주는 대명사일 것이다.

서울 그리고 20세기라는 것이야말로 또 재미있는 도시이고 시기이다. 6.25라는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무에서부터 시작했지만 한국 사람들이 또 기발한 사람들이 아닌가. 주어진 환경에서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는 기이한 행동들을 하고 지금의 모습을 만든 사람들. 반세기도 안된 짧은 시간동안 전쟁을 겪고 나라 그리고 도시를 새로 만들어가면서 겪어야 했던 아주아주 이상한 나라와 도시의 이야기이다.

지은이는 그 '쇼'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보고 느꼈던 점들을 구체적인 자료를 들어가며 서술하고 있으며, 직접 만나 대화했던 내용은 물론 자신이 계획했던 일들까지 다 동원한다. 그러나 개인이 쓴 주관적인 수기나 '뒷 이야기'류와는 다르게, 비교적 한발짝 떨어져서 담담하게 비판, 변호하면서 되도록 사실로 기술하고자 애쓴다.

생각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밤샘을 마다 않고 힘들게 일했지만 보람을 가졌던 고리타분하게까지 보였던 우리의 '옛날 사람들'의 모습이 도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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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기쁨 - 한국 현대 시인 25인과의 아름다운 만남
정효구 지음 / 작가정신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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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 읽는 기쁨이란 책을 서점에서 집어들게 된 이유: 나도 평소 시라는 것에 대해 막연한 동경과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보니 잘 고른 시를 잘 요리해서 나눌 것 같았기 때문에, 입맛이 땡겼다.

2. 시도 잘 모았고 해설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시도 있었고, 찬찬히 본 시들도 마음에 들었기에 책을 사게 되었다. 다들 그렇겠지만 고등학교때 입시를 준비하면서 틀에 박힌 참고서들의 평론을 보면서 무언가 답답함을 느꼈다. 학교에서 배우는 시들이야말로 분명히 좋은 시, 맛있는 시들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거짓말 같은 해설을 보면서 이건 사탕발림 거짓말 같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는가('애초에 시라는 걸 책상에서 배운다는게 웃긴 짓이지'- 재섭, '버스, 정류장'. '이 해설을 찢어서 쓰레기통에 넣어라' - 키팅 선생, '죽은 시인의 사회').

3. 정효구의 해설은 솔직하다. 이런 교과서적인 해설에서 벗어나서 정말 시를 음미해본 해설이 있다. 시인같은 감수성을 가진 평론가여서 그런지 그의 문장도 시인 못지 않다. 가끔 애정을 가지지 않은 시들도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반인의 눈높이를 가지고 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일반인을 위한 좋은 요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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