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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 1 ㅣ 대우고전총서 19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 아카넷 / 2006년 6월
평점 :
도서정가제 시행 직전 파격 할인으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사람들이 읽어보지도 안고 별 다섯개를 주어서 나는 조금 읽어봤으니 별 네개를 준다. (응?)
책을 한번 훑어보고 글을 남긴다. 아마 더 읽고 나서 업데이트 할 것 같다.
이 책은 흔히 존재론, 인식론이라고 부르는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 하는 설명을 담고 있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세상이, 절대적으로 우리 마음 바깥에 있는 것과 같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이 이들을 반영하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다. 특히, 이 책 제목인 순수이성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 또는 우리가 그것을 통해서 처리하고 남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인식과 이해의 틀을 순수이성이라고 부른다.
1. 이런 외부 세계와 마음 속에서 우리가 알고 보는 세계에 대한 논쟁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왔으며 많은 사상가들이 이런저런 것을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칸트의 이 책이 이러한 논쟁을 찬찬히 한번 정리한 것이기에 유명한 책이 되었을 것이다.
2. 그러나 현대인들은 이제 이러한 칸트의 생각에 충분히 익숙하다. 우리가 사물은 본다고 해서 그것이 그대로가 아니고 8분 30초전의 태양이고 지금은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인다. 보다 근본적으로 외부세계의 대상이 마음 속에서 환기되는 표상과 다르다는 이런 서술이 오히려 딱딱하게 느껴지지 이런 개념은 알고 있다. 물론 이런 개념들은 순수이성비판에서 가장 정교하게 해명해놓았으므로 역사적인 가치는 대단하다. 그러나, 따라서 이미 알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꼭 칸트를 읽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3. 현대인들은 더 알고 있다. 첫번째 예. 보는 행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더 잘 알고 있다. 사물에서 반사된 빛이 눈으로 들어와 전기신호로 바뀌어 뇌에 전달되고 뇌에서 어떤 전기적 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이 보는 것이고 인식되는 것도 보는 것과 얼마나 구별되는지 어떻게 다른지를 알고 있다. 두번째 예. 상대성 이론이 말하는 공간은 정지해 있는 물체(나)와 운동하는 물체가 정말 _다르게_ 행동하는 것을 알고, 같은 공간속에 놓여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길기와 시간의 변화를 이해하고 있다. 또 이 공간이 물체의 영향을 받아 늘어나고 줄어든다는 것을 안다 (물론 상대론을 이해해야겠지만). 또 우주 밖에는 공간이 없다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한다. 이런 공간 개념은 칸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다. 물론, 이런 개념을 이해하려면 무엇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간 개념과 다른가를 깨달아야 하고, 이 후자를 칸트가 집대성했고 정리했다.
따라서 이시대의 '과학활동을' 보다 정교하기 위해서 논리를 훈련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책이 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이 책은 너무 두껍고 읽기 힘들다.
4. 이 책의 번역은 정말 뛰어나다. 당연한 말 같지만 이 번역은 원전을 잘 이해하고 원전의 명쾌함을, 우리말을 잘 이해해서 번역해주고 있다.
5. 이 책의 15%는 해설과 참고문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