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성년의 날 생각해보는, 내가 스무살에 읽은 책!

서른다섯 살이 된 소설가 김연수는 <청춘의 문장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때로 취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것. 그게 바로 젊음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취하고 또 취해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 않는 여름날 같은 것. 꿈꾸다 깨어나면 또 여기.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곳. 군대에서 깨달은 '삶의 유일무이한 1대 비밀'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깨어나봐야 날이 저물지 않았음을 알고는 꿈만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한 사람의 삶에서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란 없지만, 스무 살은 왠지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서른 살, 마흔 살과는 또다른 느낌. 이제 더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아쉬움과 안도감, 조금도 예상할 수 없었던 나의 미래... 알라딘 편집자들이 자신들의 스무살에 함께 했던 책과 음악, 영화를 고백합니다. 당신 기억 속의 스무살은 어떤 모습인가요?

 
 
댄스 댄스 댄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대학교 1,2학년은 갑작스레 닥친 전공서의 홍수,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양사나이에게 뭔지 모를 연민을 느낀 동아리 사람들은 축제 때 양사나이 코스프레를 하자고 발악하며 외쳤지만 나를 포함한 극소수를 제외한 전체는 극렬하게 반대했다. 축제 당일까지도 폴리천을 뜯어와 양사나이 옷을 만들던 나를 어쩔 수 없이 끌어내던 하루키광팬 선배는 통렬한 눈물을 흘리고...라는 것은 좀 그렇지만, 어쨌든 내 주위 모든 이들이 하루키에 대해 정체불명의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었던 것 같다.
 
그 후 3, 4학년 때에는 어쩐지 하루키 책을 들고 서 있는 여학생을 보게 되면, '신입생이로군, 훗'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하루키=사회에 발을 들인 이들이 읽는 첫 소설'이라는, 이상한 나만의 공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접한 <먼 북소리>, <우천염천>같은 하루키는 또다른 맛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한 번 맛들이면 새우깡처럼 손이 가고, 찾게 되는 하루키들의 소설. 나의 20대가 다시 돌아온다면 여전히 강.력.추.천.이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삼십세
잉게보르크 바하만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스무살? 스무살에 읽은 책? 난데없는 질문에 잠시 멍하다. 스물에 나는... 세상에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고, 진달래와 개나리와 햇볕 화창한 날을 못견뎌했으며, 봉숭아물 든 손톱을 아끼고 기차 꼬리를 밟으려 뛰어다니는 친구를 조소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세월이었다.
 
그 어이없는 1년에서 책과 관련된 일은 딱 하나 있었는데, 어느날 나는 친구네 학교 축제에 놀러가 호수에서 배를 타고, 거기에서만은 영광이 채 사라지지 않았던 O 그룹의 공연을 보고, 내가 다니던 학교와는 확연하게 다른 학교식당 밥의 양에 잠시 압도당했다. 그리고 친구와 헤어지고 나오면서 역 앞 서점에서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삼십세>를 샀다.
 
스무살의 찬란함을 즐길 수 없던 나는 매우 당연하게 서른에 대해서도 아무런 암시를 얻지 못했고,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채 좋은 세월을 보냈다. 황지우가 말했던가, 최선을 다해 늙어가겠다고. 나에게 스무살은 최선을 다해 늙어가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나이였고, 그랬기에 지금에 와서 아름다운 시절이다.
 
인문.예술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모순
양귀자 지음 / 살림출판사
 
내 나이 스무살, 내가 읽은 책은 양귀자의 <모순>이다.
 
책의 첫머리에는 스물 여섯의 주인공 안진진이 자신의 신상명세서를 읽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 좋아하는 것, 그리고 수중에 가지고 있는 사백팔십만원 정도의 재산, 그리고 그 다음은... 그 다음을 이야기하려던 진진은 자기의 신상명세서에 쓸만한 이야기들이 없음에 잠시 머뭇거린다. 자기의 삶이 겨자씨 한알도 심을 수 없을만큼 양감이 없다는 사실에 결국 눈주위를 타고 내리는 눈물..."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이렇게는 살지 않겠어..." 스무살의 내 머리속에 가장 인상깊게 자리잡던 장면.
 
스무살 때 나는 나중을 떠올려보며 정말 후회없이 가득 채우겠다고 생각하며 살았고, 막상 스물 여섯이 된 나는 아직도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내 양감을 채우기 위해 하루하루 질문을 던지며 살아간다.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김광석 4집
김광석 노래 / 신나라뮤직
 
일어나 - 김광석

검은 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 봐도 소용없었지
인생이란 강물 위를 끝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수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끝이 없는 말들 속에 나와 너는 지쳐가고
또 다른 행동으로 또 다른 말들로 스스로를 안심시키지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더 멀어지고
그저 왔다갔다 시계추와 같이 매일 매일 흔들리겠지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 살아 있는 걸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 가고
햇살이 비치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 버리지
 
김광석 4집. 94-5년. '스무살' 한 마디에 제일 먼저 생각난 노래.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을 추억하며.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처음 만나는 자유
제임스 맨골드 감독 / 콜롬비아
 
[Girl, Interrupted], 내 작은 세계는 깨어졌다.
세상은 텅 비어 있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다. 무엇을 해도 심심했고, 무엇을 느껴도 막연했다.
 
"삶은 나를 이렇게 궁지로 몰아넣는데, 나는 결정하는 게 두려워 결정지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며칠 후면 스물 두 살이다. 내가 이 영화의 청춘들처럼 얽혀있는 삶을 산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조바심내면서, 그리고 아주 애틋하게 살자는 나의 열아홉살 부풀음은 다 꺼지고... 삶을 산다는 게 이렇게 쉬운 건가 하는 생각에 울고만 있다. 아니, 울지 말자. 스물 한 살의 내가 열아홉의 나와 같을 수는 없으니."
 
영화를 보고 남긴 짧은 메모. 그즈음 무언가에 나를 던져두고 있었는지 떠올린다. 마음의 기억보다 몸의 기억이 직관적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가슴부터 눌려온다. 가슴이 이렇게 생생하게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저 글을 보며 묻어나는 웃음을 거둬야겠다. 지금의 눈으로 스물 한 살의 나를 바라보지 말아야겠다. 그 시절의 삶은 늘 거기에 있으니... 같은 이유로... 지금 나의 삶도 다만 여기에 있을 뿐이다.
 
오랜만에 이 영화에 삽입됐던 노래를 불러본다. "When you're alone and life is making you lonely, you can always go-downtown~ , When you've got worries all the noise and the hurry seems to help, I know, downtown~" 하는, 길을 걸으며 혼자서 중얼거리곤 했던 노래. 시간을 넘어서 그 시절의 공기가 다시 스며드는 듯 하다. 반갑구나... 다행히 멀리 있어... 반갑구나.
 
사회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인싸이클로피디어브리태니커 지음 / 한국브리태니커 펴냄
 
내 스무 살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다. 도서관 제일 아래층 참고도서란에 나란지 줄지어 있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그때는 인터넷이 막 시작되던 시절이라, 월드와이드웹도 초창기였고 - 이러고 보니 내 스무 살이 엄청 옛날 같다!! - 무엇인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펼쳤다. 지금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복사해둔 파일이 꽤 있다.
 
20살때 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신봉자였다. 그때 나는 이른바 어떠한 주제 하나를 잡아서 그에 관련된 책을 전부 읽어치우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뭐든 모르는 게 있으면 무조건 브리태니커를 찾았다. 그때 만들어둔 파일을 보면, 정말 이대로만 했다면 나는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맨 앞장에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복사한 항목이, 그 뒤에는 읽어야 할 참고도서 목록이 10장 정도(!) 빽빽하게 쓰여져 있다. (이 글을 쓴다고 찾아보니 라틴어 문헌에 해외저널, 영인본도 적혀 있었다.) 그 때는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그 순간만이 정말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든, 도시든, 추상적인 개념이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요술처럼 다 씌어져 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간결하게 사실만을 절달하는 백과사전식 문체를 좋아하게 된 것은. 어디론가 가기 전에 꼭 지도를 챙기듯, 지적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브리태니커 사전을 펼쳐 사전 지식을 점검한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좋아. 그럼 다음 목적지는 저 책이다. 그렇게 지적여행을 떠났다. 내 스무살에 이 책들을 나침반 삼아 참 많은 책을 읽었다. 스무 살은 무엇인가 알고 싶어 안달이었다. 서른을 코앞에 둔 지금은? 어디론가 가고 싶어 안달이다. 그래서 요즘 제일 많이 읽는 책은 지도책이다.
 
어린이담당 류화선
(yukineco@aladin.co.kr)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곽재구 지음 / 한양출판 펴냄
 
돌이켜보면 나의 스무살은, 괜히 아프고 아파야 한다고 생각하던 이상한 나이였다. 갑작스레 다가든 넓은 세상 앞에 어찌할 줄 몰라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양, 노래하고 술마시고 비틀거렸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스무살에 읽었던 책 중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이 유독 기억에 남는 까닭은. 시작과 끝이 있는 여행, 지난 시간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시선, 삶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찬찬한 언어로 풀어내는 시인의 기록. 여행이란 결국 자신과의 만남이다. 시인의 눈을 빌어 남도의 섬과 바다를 보고, 돌이켜 나를 보았다. 언어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책이기도 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마음 속의 공동으로 괴로워할 때, 그 안을 바닷냄새 묻어나는 훈훈한 바람으로 채워주었던. 내 스무 살의 책.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녹색평론선집 1
김종철 엮음 / 녹색평론 펴냄
 
전공을 화학으로 정한 스무 살, 친구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전공공부의 한 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틈만 나면 도서관에서 소설책이나 뒤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구미에 맞았던 나로선 전공이 과학이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소수의) 다른 친구들처럼 사회운동에 관심이 가져지지도 않았다. 그 때, 도서관에서 <녹색평론선집>을 만났다.
 
그 유명한 시애틀 추장의 연설문도 여기서 처음 읽었고, 리프킨이란 이름도 처음 들었다. 후에 <오래된 미래>로 '히트'를 치게 되는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글도 만났다. 또 기술과 과학의 사회성에 대해 분석한 여러 글들(특히 '나는 왜 컴퓨터를 안 살 것인가'라는 꼭지는 그 센세이셔널한 제목만큼이나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을 통해, 나는 비로소 내가 전공으로 택한 학문이 그저 똑똑한 자들의 지적 경주만은 아님을 깨달았다. 이 학문에도 입장과 신념과 윤리라는 것이 필요하구나!
 
스무 살에 이 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전공에 대한 긍지와 책임감은 고사하고 환경 문제나 기술 정책 문제 등에 대해서도 무감한 채 살았을 것 같다. 책을 읽은 직후 '그래, 나도 평생 무엇무엇은 하지 않고 무엇무엇은 하면서 살 테야'라고 결심했던 내용들 중 현재까지 지키고 있는 것은 한두 개 밖에 없다. 그래도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친구들이 '너는 자동차 안 사냐?'라고 물을 때마다, 가끔 이 책을 생각하고 그 때의 치기어린 결심을 생각한다.
 
편집팀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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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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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책 앞에서 경제학의 정의에 대해 강조하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지은이가 추천하는 경제학의 교과서 앞부분의 경제의 정의가 나온다. 대략 다음과 같다.

(지금 책이 옆에 없어서 나중에 수정하도록 하겠음) 경제학은 한정된 자원을 선택적으로 사용하여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 · 교환 · 분배 · 소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경제현상의 법칙과 질서를 찾아는 학문이다.

그런데 이 정의야말로 최대한 요약하고 핵심을 다 담으려는 법의 구절같은 욕심을 냈기에 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도 일단 맑은 마음으로 이 글을 해석할수는 없다.

지금까지, 특히 교과서라는 아주 무거운 부담을 가진 책들은 이런 식의 명쾌한(?) 설명을 위주로 연역적인 전개방식을 보인다.

하지만 경제학은 여기에 잘 맞지 않는 학문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경제학의 방법은 상당히 사후적인 것으로 귀납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또 하나는 이런 식의 서술은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들고 도움을 많이 주지는 않는다.

이 책은 교과서에서 말하지 않는 것들을 말해준다. 경제학 책들이 여러 법칙을 설명하지만 사실은 이것은 이걸 무시한 지나친 단순화이며 실제 사회현상을 이해하는데는 경제학 교과서의 모델보다는 이 산책에 있는 여러 궁리들이 더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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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왔다 1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1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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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참 빨리 읽었다. 이틀 사흘동안 틈만 나면 이 책만 붙들고 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참 더디다. 시라는 것이 빨리 빨리 페이지만 넘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반대로 이 책에 있는 꿀같은 시를 잘 씹고 소화하고 그 속에 있는 오래된 맛을 느끼기 위해. 아까와하면서 최소한 천천히 읽었다.

역시 누구나 이야기하는, 책 제목과 관련된 시. 파블로 네루다가 쓰고 정현종이 옮기  '시'를 조금만 보자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이 떨리고 설레는 만남을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나에게는 없는 용돈을 쪼개서 밥 굶으며 새로 나온 시집을 사던 그런 추억이 없지만 김용택과 같은 이들을 통해 이 좋은 시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해설은 별로 없지만 시 그 자체가 말한다. 우리에게 좋은 시는 만나기만 하면 온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마음이 열려 있다면. 이 책이 상당히 상업적으로 성공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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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o 3집 - 벚꽃지다
말로 (Malo)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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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생의 경험이 배어나오는 약간 쉰 목소리. (나는 전통적인 재즈풍의, 아줌마같은 시커먼 사람일줄 알았는데 사진을 보니 유학을 다녀온 고운 아줌마더라.) 슬픔을 토해내는 목소리. 음악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음악에 마음을 담는 그런 소리다.

어느 동아리에서 나오는 회지를 보고 말로를 알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전에도 옆자리의 친구가 가끔 듣던 바로 그것이었는데) 딴지일보에와의 인터뷰가 있었는데

"... 그런 건 언제나 힘들지만... 음악은 언제나 기쁨. 내가 못 따라갈 뿐이예요. 음악은 어린애들이 필요할 때 왜 막 우는 거, 그냥 그런 거예요. 그게 좋아요. 자꾸자꾸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고..."

그 앞에는 벚꽃 지다의 가사가 예쁜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었다.

꽃잎 날리네 햇살 속으로

한세상 지네 슬픔 날리네

 눈부신 날들 가네

꽃잎이 떨어지는 가운데 한 세상이 지는 슬픔을. 그 시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어떤 곡인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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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 - 개정신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김용준 옮김 / 지식산업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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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세기 과학을 바꾸어버린 것은 뭐니뭐니해도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 만들어낸 사람중의 하나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자서전 식으로 쓴 책입니다. 이 책을 본지는 좀 오래된 것 같은데 이제서야 이해가는 부분도 있고 참 감동적인 부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앞부분은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발견인 양자역학으로 자신의 사고가 수렴하는 과정을 그렸는데 어린 시절부터 배낭여행 자전거여행(젊음만을 재산으로 거지 행세를 하고 다니는?)을 하면서도 친구들과 언제나 토론 속에서 살았고, 젊은 시절의 간단한 생각들이 발전되어서 중요하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학회에 갔다가 아인슈타인을 비방하는 나찌 추종자들을 보고 생각했던 일이나 그 학회에서 도둑을 맞아서 임시로 가출(?)하면서 벌목노동을 하고 돈을 벌어서 집에 가는 모습은 과연 이 사람이 뮌헨대학 교수 아들(아버지 하이젠베르크도 워낙 유명해서 뮌헨에는 아버지의 이름을 딴 길도 있다고 합니다)이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과학자들이 노는 것 같지만 같이 놀면서도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 비단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아닌 2차대전이나 왜곡됀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 양자역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닐스 보어는 양자역학의 다른 창시자인 슈뢰딩거를 데려왔는데, 여독으로 쓰러져서 병상에 누워있는 슈뢰딩거에게 궁금한 것들 의심나는 것들을 눈을 부라리고 질문하는 모습을 보면 웃을 수가 없습니다. 거장의 발자국을 따르는 것도 즐겁고 또 대화편 형식으로 쓰여 있어서 지적 훈련에도 좋았고. 참 꽉 찬 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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