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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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책 앞에서 경제학의 정의에 대해 강조하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지은이가 추천하는 경제학의 교과서 앞부분의 경제의 정의가 나온다. 대략 다음과 같다.

(지금 책이 옆에 없어서 나중에 수정하도록 하겠음) 경제학은 한정된 자원을 선택적으로 사용하여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 · 교환 · 분배 · 소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경제현상의 법칙과 질서를 찾아는 학문이다.

그런데 이 정의야말로 최대한 요약하고 핵심을 다 담으려는 법의 구절같은 욕심을 냈기에 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도 일단 맑은 마음으로 이 글을 해석할수는 없다.

지금까지, 특히 교과서라는 아주 무거운 부담을 가진 책들은 이런 식의 명쾌한(?) 설명을 위주로 연역적인 전개방식을 보인다.

하지만 경제학은 여기에 잘 맞지 않는 학문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경제학의 방법은 상당히 사후적인 것으로 귀납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또 하나는 이런 식의 서술은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들고 도움을 많이 주지는 않는다.

이 책은 교과서에서 말하지 않는 것들을 말해준다. 경제학 책들이 여러 법칙을 설명하지만 사실은 이것은 이걸 무시한 지나친 단순화이며 실제 사회현상을 이해하는데는 경제학 교과서의 모델보다는 이 산책에 있는 여러 궁리들이 더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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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왔다 1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1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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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참 빨리 읽었다. 이틀 사흘동안 틈만 나면 이 책만 붙들고 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참 더디다. 시라는 것이 빨리 빨리 페이지만 넘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반대로 이 책에 있는 꿀같은 시를 잘 씹고 소화하고 그 속에 있는 오래된 맛을 느끼기 위해. 아까와하면서 최소한 천천히 읽었다.

역시 누구나 이야기하는, 책 제목과 관련된 시. 파블로 네루다가 쓰고 정현종이 옮기  '시'를 조금만 보자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이 떨리고 설레는 만남을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나에게는 없는 용돈을 쪼개서 밥 굶으며 새로 나온 시집을 사던 그런 추억이 없지만 김용택과 같은 이들을 통해 이 좋은 시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해설은 별로 없지만 시 그 자체가 말한다. 우리에게 좋은 시는 만나기만 하면 온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마음이 열려 있다면. 이 책이 상당히 상업적으로 성공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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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o 3집 - 벚꽃지다
말로 (Malo)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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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생의 경험이 배어나오는 약간 쉰 목소리. (나는 전통적인 재즈풍의, 아줌마같은 시커먼 사람일줄 알았는데 사진을 보니 유학을 다녀온 고운 아줌마더라.) 슬픔을 토해내는 목소리. 음악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음악에 마음을 담는 그런 소리다.

어느 동아리에서 나오는 회지를 보고 말로를 알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전에도 옆자리의 친구가 가끔 듣던 바로 그것이었는데) 딴지일보에와의 인터뷰가 있었는데

"... 그런 건 언제나 힘들지만... 음악은 언제나 기쁨. 내가 못 따라갈 뿐이예요. 음악은 어린애들이 필요할 때 왜 막 우는 거, 그냥 그런 거예요. 그게 좋아요. 자꾸자꾸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고..."

그 앞에는 벚꽃 지다의 가사가 예쁜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었다.

꽃잎 날리네 햇살 속으로

한세상 지네 슬픔 날리네

 눈부신 날들 가네

꽃잎이 떨어지는 가운데 한 세상이 지는 슬픔을. 그 시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어떤 곡인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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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 - 개정신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김용준 옮김 / 지식산업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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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과학을 바꾸어버린 것은 뭐니뭐니해도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 만들어낸 사람중의 하나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자서전 식으로 쓴 책입니다. 이 책을 본지는 좀 오래된 것 같은데 이제서야 이해가는 부분도 있고 참 감동적인 부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앞부분은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발견인 양자역학으로 자신의 사고가 수렴하는 과정을 그렸는데 어린 시절부터 배낭여행 자전거여행(젊음만을 재산으로 거지 행세를 하고 다니는?)을 하면서도 친구들과 언제나 토론 속에서 살았고, 젊은 시절의 간단한 생각들이 발전되어서 중요하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학회에 갔다가 아인슈타인을 비방하는 나찌 추종자들을 보고 생각했던 일이나 그 학회에서 도둑을 맞아서 임시로 가출(?)하면서 벌목노동을 하고 돈을 벌어서 집에 가는 모습은 과연 이 사람이 뮌헨대학 교수 아들(아버지 하이젠베르크도 워낙 유명해서 뮌헨에는 아버지의 이름을 딴 길도 있다고 합니다)이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과학자들이 노는 것 같지만 같이 놀면서도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 비단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아닌 2차대전이나 왜곡됀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 양자역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닐스 보어는 양자역학의 다른 창시자인 슈뢰딩거를 데려왔는데, 여독으로 쓰러져서 병상에 누워있는 슈뢰딩거에게 궁금한 것들 의심나는 것들을 눈을 부라리고 질문하는 모습을 보면 웃을 수가 없습니다. 거장의 발자국을 따르는 것도 즐겁고 또 대화편 형식으로 쓰여 있어서 지적 훈련에도 좋았고. 참 꽉 찬 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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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왔다 2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2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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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왔다 (1권)의 편집 방향은 한 시인을 두번 소개하지 않으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 보다는 좋은 시인데 잘 알려지지 않은 시를 위주로 한 것이었다. 사실은 지은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개인적인 관계를 맺은 시들을 위주로 한 것이지만. 이 편집은 개인적이었지만 충분히 객관적이었고,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는 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시 자체가 스스로 말하게 한다면, 시가 내게로 왔다 (1권)은 별 다섯개짜리로써 흠이 없다. 그러나 이 책에는 별 세개를 주겠다.

결과적으로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엄선된' 명시들이 책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은 잘 알다시피 1권에 못다 실었지만 자신이 좋아해서 아른거린다는 시들을 한번 더 모은 것이고, 지은이 개인적으로 하나하나의 사연이 있는 시들이겠지만. 한가지 더 흠을 잡자면 시마다 나와 있는 사연(또는 해설)을 볼 때 1권의 그것보다는 애정이 덜한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래도, 학교를 떠나 시와 아주 멀어진 내게 시심을 선사한 책.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좋은 시는 아니지만 잘 알려진 좋은 시들을 다시한번 음미해 볼 기회라는 것. 그리고 이 책이, 누구에게나 힘들지 않게 시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듯 싶기에 좋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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