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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왔다 1 - MBC 느낌표 선정도서 ㅣ 시가 내게로 왔다 1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4월
평점 :
이 책을 참 빨리 읽었다. 이틀 사흘동안 틈만 나면 이 책만 붙들고 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참 더디다. 시라는 것이 빨리 빨리 페이지만 넘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반대로 이 책에 있는 꿀같은 시를 잘 씹고 소화하고 그 속에 있는 오래된 맛을 느끼기 위해. 아까와하면서 최소한 천천히 읽었다.
역시 누구나 이야기하는, 책 제목과 관련된 시. 파블로 네루다가 쓰고 정현종이 옮기 '시'를 조금만 보자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이 떨리고 설레는 만남을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나에게는 없는 용돈을 쪼개서 밥 굶으며 새로 나온 시집을 사던 그런 추억이 없지만 김용택과 같은 이들을 통해 이 좋은 시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해설은 별로 없지만 시 그 자체가 말한다. 우리에게 좋은 시는 만나기만 하면 온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마음이 열려 있다면. 이 책이 상당히 상업적으로 성공해서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