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평전
데니스 브라이언 지음, 승영조 옮김 / 북폴리오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차별성은 우선 96년에 나온 책으로서, 아인슈타인에 대한 많은 기록들의 비밀이 해제되어 그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는 것이다. 해제될 당시 신문에서, 아인슈타인의 처와의 불화 같은, 그동안 신성시 되었던 아인슈타인의 인간적(?)인 면이 들추어졌던 기억이 난다. 글쓴이는 이를 포함해서 20년동안 자료수집을 했다고 한다. 뒷부분에 가면 아인슈타인에 대한 여러가지 속설에 대한 추적과 전기 비평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두꺼운 책은 아니다.

저자가 의도했듯 ('아인슈타인의 후광이 조금 뭉개질 것이다'-서문) 아인슈타인의 인간적인 면을 많이 보여준다. 아인슈타인 하면 그동안, 우주를 배경으로 검은 양복을 입고 찍은 그의 사진처럼 우리와 동떨어진 천재가 떠오르던게 사실이다. 우리같은 사람들은 감히 근처에도 가지 못할. 그의 천재성은 정말 특별하며, 이론 물리를 하는 소수만이 일반 상대론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그의 원자폭탄과 같은 여러 일화들은 그를 성자처럼 보이게 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맨날 싸우고 고민하고 직설적인 성격 때문에 부딫히면서도 사랑받는 세세한 모습들이 있다. 우리에게 알려진 겉면 속에 담겨있는 그의 진짜 모습을 추적할 수 있는 힌트들. 그것이 다른 전기와의 차별성이다.

가령 그가 특수 상대론으로 고민할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를 보면, 어떤 기자가 포착했듯, 폭풍 속에서 헤메는 사람처럼 혼란스러워 한다고 고백했다. 아이를 요람에 넣고 발로 툭툭 차주면서 책을 보는 모습과 유모차를 밀면서 책을 올려놓고 밀고 가는 모습. 직장에서 땡땡이 치고 공부하는 모습 등은 그의 천재가 부지런함과 집중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나중에 일반 상대론을 만들 때는 자신이 그동한 수학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동료 그로스만과 방에 틀어박혀서 토론하고 머리 싸매는 모습. 그것을 발표한 후에는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집중하다가 병을 얻어 쓰러졌단다. 또 나치즘 같은 귀찮은 편견을 가지고 날뛰는 군중 때문에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초인이나 천재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과학에만 집중한것 같지만 많은 정치적 의견을 직접적으로 피력하고 그때문에 쫓겨나고 핍박받기도 했다는 사실도 주목할만 하다. 자연과학자는 과연 세상 가치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착각에서. 어쩌면 유대인이며 솔직한 성격 때문에 세상과 초연할 수 없었고 `땅에 발목 잡혀' 살 수 밖에 없는 힘든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3만 5천원은 이제 비싼 값이 아닐까. 책이 너무 두껍다. 12포인트의 굵은 활자는 제목에나 쓰는 피곤한 활자여서 눈이 아프다. 책의 여백은 가끔 각주가 있지만 그래도 1/4이 넘는다. 이 책을 가령 열린책들의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처럼 편집하면 크기와 두께 (그리고 가격?)가 각각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로 쓰는 성 이야기 또하나의 문화 8
또하나의문화 편집부 / 또하나의문화 / 1991년 10월
평점 :
품절


참 재밌었다. 한장 한장 넘기다가 밤을 샜다.

이렇게 한마디로 평한다면 지은이들의 의도와 안 맞아 미안할 것 같지만, 그래, 일단 이 책은 재미있다. 그것은 이들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고민들을 모았기 때문이고 또 나에게 절실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충분히 냉정한 학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그릇이 우리 생활과 전혀 동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한 것 같은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그러지고 잘못 이해되어온것들을 보여준다. 쾌락만을 찾는 성이 나쁘지 않다고 해도 지금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개개인의 느낌과 의미를 존중하기보다는 거짓된 표준화를 통해 아주 지엽적인 테크닉이 성생활의 전부인양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주 유익하다. 남자가 보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페미니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뜻으로 본 한국역사 - 젊은이들을 위한 새 편집
함석헌 지음 / 한길사 / 200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것에 뜻이 있다.' 모든 삶의 순간 순간은 다 (기독교의 표현을 빌자면) 하나님의 뜻이 있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뜻으로 본...'이다.

정말로 우리의 행동은 다 뜻을 담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진화와 자연법칙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책을 보고 내가 그동안 너무 유물론적인 생각에 빠져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과학적인 사고 냉정한 논리 정확성을 추구하는 신중한 모습... 그것이 지금은 미덕이 아닌가. 그런 것들이 결국 나를 주저하게 만들고 시들게 만들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유가 허용되었지만 우리는 더 길잃은 양처럼 흩어져 버린 것이다. 어디를 보아도 꿈과 이상이 없는 우리들. 말라버린 풀같은 나에게 "이놈아!!" 하고 외치는 음성이 있었다. 우리가 잡고 가야할 목표와 이상은 모든 것을 물질로 바라보는 눈에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

지은이는 우리 역사와 우리 민족의 흐름들 유기체적인 것으로 보고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고 이어짐이 있다고 본다. 긴 호흡.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역사를 통해서 현재와 미래의 흐름을 알고 대비하자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역사에서 뜻을 읽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단순히 역사의 모습이 반복되지는 않는다. 똑같아 보이는 일들이라도 그 뜻을 알아야 올바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지금 일어나는 이 혼미한 나라의 모습도 역사를 통해서.

이것 역시 어떻게 보면 편견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역사가 그리 아다리 맞게 한큐에 설명이 되는 것인가. 하지만 그는 단군, 고구려 멸방, 임진왜란같은 역사의 마디에서 결론 내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사명. 그리고 시험. 글쓴이는 자신의 양심을 두고 거리끼지 않는 한에서는 결론을 내리고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바름이 무엇인가에 대한 끝없는 고민을 가지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면, 인생은 편하지만 발전하고 나아가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는 고난이고 한이다. 한이라는 걸 잘못 해석하면 참 운명적이고 비관적인 해석을 내리기 힘들다. 그의 이 결론은 우리를 기죽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역사 속의 예언자와 외치는 목소리는 고난의 삶이었지만 결국은 승리한 것이다. 바로 드러나는 가치나 승리 보다는 더 영원한 것을. 그래서 패장이 된 이순신과 임경업, 사육신의 조용한 몸부림이 우리 역사에서 갖는 중요한 의미를 깨워준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고난을 위한 것이지만 미래를 위해 대신 어려움을 짊어지는 예언자적인 민족. 그런 꿈을 보여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덴티티 - 할인행사
제임스 맨골드 감독, 존 쿠삭 출연 / 소니픽쳐스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아주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할까. 밑의 분들이 칭찬을 많이 써주셨는데 그중에 범인을 공개하는 스포일러도 있으니 주의.

밑의 리뷰를 보고,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토대로 했다는 걸 알았다. 나도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죽어나갈 때... 그리고 너무나 잘 짜여진 죽음을 보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생각했는데. 일단 모티브는 됐겠지만 리메이크는 아니고 새로운 내용.

최고의 반전으로 평가되는 유주얼 서스펙트가 나온 이후로 모든 반전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그 음침한 분위기와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하는 스릴. 공포감은 화면보다도 소리에서 온다. 화질 음질 아주 좋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트 오브 컨덕팅
Various / 워너뮤직 (WEA)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이 DVD의 부제에 주의해야 한다. '과거의 위대한 지휘자들'
현재 영상에 담겨져 있는 가장 오래된 지휘자 아르투르 니키쉬부터 시작하는 이 DVD의 소스는 흑백(을 바탕으로 컬러시대의 인물의 인터뷰를 넣었다).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 쉽게 구할 수 없는 교과서속의 지휘자를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록이다.

한동안 EMI의 References시리즈(50년대 이전 SP시대의 음반을 복각해놓은 시리즈)의 잡음을 들으면서 막연하게 그 교과서속의 대가들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어 했다. 지금은 음질 문제도 있고, 또 막연한 과거의 환상이 별로 없어 듣지는 않지만 이 DVD에서는 그 시대의 연주와 열기가 살아서 움직인다.

역사의 검증이 끝난 지휘자들의 지휘세계를 볼 때 활만 흔들면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500개의 눈이 가진 용의 조련사. 온화하지만 끊임없는 고집을 가지고 자신의 소리로 만들어 내는 브루노 발터와 소리가 아음에 안차면 소리를 버럭 지르는 오토 클렘페러의 리허설. 조지 셀의 그 시든 얼굴에 빛나는 맑은 눈동자가 기억난다.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것은 바비롤리의 브루크너 리허설. B음이 너무 길어, C가 짧아, 너무 빨라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거짓말 안보태고 열번 내리 연주를 끊는다. 지겨워질것 같은데도 계속 수정되는 소리... 그리고 이윽고 나오는 금관악기의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에 소름이 돋을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