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두 달만에 주말을 주말답게 보내는 것 같다. 간만에 들린 서점은 Father's day special 들로 넘쳐났는데, 대개가 전형적일 정도로 '미국적'인 내용들이라 관심을 끌만한게 별로 없었다. 신간 코너는 대부분의 책들이 바뀌어 있었지만, (다행히도?) 지난번에 봐 두었던 책들도 아직 몇 권은 보인다. 늦어도 3개월 정도의 간격으로만 살펴봐도 얼추 신간은 놓치지 않고 살펴볼 수 있다는 뜻 하닐까.

The Island Beneath the Sea
- 소설 / Isabel Allende / Forth Estate

지난번에 봐 두었던 이사벨 아옌데의 역사 소설이다. 사실 그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분위기를 기대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흑인 노예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식민주의와 노예제에 시달린 중남미의 일그러진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이중의 약자가 겪은 삶의 질곡이 중심축이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The Council of Dads
- Nonfiction / Bruce Feiler / William Morrow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살던 저자는 어느날 자신이 희귀한 종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치료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면서도 자신이 살아 남을지 확신할 수 없었던 저자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자신이 딸아이들이 커 가면서 해주고 싶은 일들을 (구체적으로) 부탁하기 시작한다. 여행을 사랑하는 법, 꿈을 꿀 줄 아는 사람이 되는 법, 삶을 충실하게 사는 법 등, 아버지가 딸들에게 해 주고, 가르치고 싶은 것들을 친구들과 함께 준비해가는 과정을 책으로 담았다.


Tell All
- 소설 / Chuck Palahniuk / Doubleday Books

[파이트 클럽]의 작가 척 팔라닉의 신작. 복귀를 노리는 왕년의 스타였던 여배우에게 한 남자가 접근하는데, 이 남자는 사실 여배우의 회고록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이 회고록의 끝은 여배우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다소 전형적인 스릴러의 설정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척 팔라닉의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독자들의 평은 그리 좋지 못한 것 같다. [파이트 클럽]의 그 작가라고 믿기 어렵다는 글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도 주목할만한 작가의 책이니 찜해 둔다.


Brains : a Zombie Memoir
- 소설 / Robin Becker / Eos

휴가철 독서 용으로 적합할 듯하여 골라본 책. 공포(?)와 코믹의 조합이다. 주인공은 박사 학위를 가진 좀비. 다른 좀비들과는 다르게 성찰적 사유가 가능한 주인공은 좀비와 인간 사이에 평화적 공존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좀비 바이러스를 만들어낸 박사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을 따르는 일군의 좀비들과 함께 그를 찾아 나서는데... 가볍게 웃으면서 읽기 좋은 책으로 보인다.


The Summer We Read Gatsby
- 소설 / Danielle Ganek / Viking Press

낭만적인 제목이다. 개츠비를 읽은 여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자매(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른 자매들이다. half-sister)가 어린 시절 여름 휴가를 함께 보내곤 했던 고모의 집을 공동 소유로 상속받는다. 이 집의 처분을 결정하기 위해 모인 두 자매는 사사건건 충돌하는 가운데 어린 시절의 기억과 관련된 이들과 이웃들과 함께 얽히게 된다. 제목에 개츠비가 들어간 이유는 고모의 유품 중 하나의 [위대한 개츠비] 초판본이 플롯에서 한 축을 차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Critical Care : a New Nurse Faces Death, Life, and Everything in Between
- Nonfiction / Theresa Brown / Harper Studio

책 소개의 문구가 인상적이어서 적어 둔다. "의사는 병 자체를 치료하지만, 간호사들은 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다룬다". 간호사가 단순히 의사를 보조하는 존재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오가는 환자들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설명이 새삼 감동적이기까지 했기 때문. 저자가 간호사 초년생으로써 경험한 것들을 책으로 묶어내었다.


Intellectuals and Society
- 사회학 / Thomas Sowell / Basic Books

[비전의 충돌] 등을 저술한 저명한 정치학자 토마스 소웰이 지식인과 사회와의 관계를 다룬 책을 내 놓았다. 사회 현상들을 미래에 대한 서로 다른 비전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조망했던 저자였던만큼, 이 책 역시 그러한 비전의 생산과 유통을 다루는 지식인들의 역할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샤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과 같은 강력한 윤리적 호명을 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식인과 사회라는 프레임 자체가 매우 흥미롭고도 중요한 주제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In the Place of Justice
- 사회학 / Wilbert Ridieu / Random House of Canada

우선 이 책의 저자가 매우 흥미로운 인물임을 지적해야만 하겠다. 저자는 19살 때 은행을 터는 과정에서 사람을 죽인 죄로 44년째 감옥에 수감중인 죄수이다. 사형수로 10년을 살다가 종신형으로 감형되었고, 감옥에서 글을 배워 감옥 내 신문을 펴내며 현대 미국의 행형 제도의 문제점과 부패 등을 신랄히 비판하는 저술 활동을 해 왔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 그의 독특한 이력은 이 책에 대한 평가들이 극과 극으로 갈리게 만들었는데, 한편으로는 그 자신이 인간이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는 찬성론과, 그가 비판하는 그 감옥 체제가 바로 그에게 글을 가르치고 명성을 얻게 해주고 있다며 입닥치라는 반대론이 비등하다. 물론,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Walter Benjamin and Bertolt Brecht : The Story of a Friendship
- 인물 / Erdmut Wizisla / Yale University Press

제목과 부제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발터 벤야민과 베르톨트 브레히트라는 걸출한 두 인물 사이의 우정이 서로의 학문 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를 다룬 책이다. 두 인물 모두 흥미로운 인물인만큼 눈독 들일 독자가 많을 것 같다. 원래 독일 작가의 책이 영역되어 나왔는데, 한국에 번역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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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4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6 0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6-14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츠비를 읽는 여름이란 제목 정말 매력적이네요.
똑똑한 좀비랑 병에 걸린 아버지 이야기는 영화화되면 재미있겠어요 ㅎ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네요.

turnleft 2010-06-16 05:3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읽어봐야 알겠지만, 저 똑똑한 좀비 캐릭터가 꽤 매력적일 것 같긴 하군요 ㅋ

라로 2010-06-1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Summer We Read Gatsby,,,라니요~. 이거 제목으로 낚으려는 고민을 엄청한거 아네요???ㅎㅎㅎ
요즘은 책에 관심이 많이 줄어들어 심드렁한 이 상태를 어찌 구할지,,,,

turnleft 2010-06-16 05:31   좋아요 0 | URL
딱 여름 휴가용 책으로 나온 것 같기도 해요.

책은 뭐.. 읽는 것 자체가 목표는 아니니까요. 마음이 갈증을 느낄 때 샘을 찾아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