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메아쿨파님도 길게 쓰니까 이제 저는 짧게 써도 될 것 같군요 ㅋㅋ

일단 조사장님의 글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한발짝 앞으로 나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토론의 시작일지 아니면 그저 또 하나의 “입장표명”에 그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이 정도만 해도 희망은 보이는군요. 애초에 제가 알라딘에 바랬던 것에는 근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알라딘의 입장과 강경파(?)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립니다. 김종호님 본인 의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정규직 채용 주장까지 나왔으니 쉽지 않은 토론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는 김종호님이 다시 답글을 올려주고 조사장님이 다시 답하는 방식으로 서로간의 이견을 가늠해 보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알라디너가 알라딘에 요구하는 것과 김종호씨가 알라딘에 요구하는게 같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헛, 짧게 쓴댔는데 또 말이 길어집니다. 이 놈의 만연체... 그냥 1, 2, 3 으로 정리하렵니다.

1) 조사장님은 도급을 중단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어떤 의미인지가 좀 모호하긴 하네요.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건지, 아니면 알라딘이 비정규직을 직접 채용하겠다는건지 모르겠습니다. 후자라면.. 잠재적인 문제를 또 안고 가는 거겠지요. 무조건 정규직으로 가라고는 못하겠지만, 이번 불매운동에 깔린 근본적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가시길 빕니다.

2) 뜬금없겠지만, “비정규직이 뭐가 문젠가?”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열악한 노동환경, 저임금 등 여러 문제가 많겠지만, 이건 정규직이라고 해서 꼭 자유로운 문제는 아닙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고용 불안에서 오는 “삶의 불확실성”이 아닐까 싶네요. 장기 적금도 들 수 없고, 한 지역에 붙박고 사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래서 최소한의 삶의 계획조차도 어렵게 만드는 일상적 불안의 세계. 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직접적인 물리적 고통보다 불확실성에서 더 큰 공포를 느낀다더군요. 그러한 공포의 일상화가 개개인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길지는 솔직히 문학적 상상력에 기댈 수밖에 없군요 -_-

3) 성수기 단기채용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기업이 자선단체가 아닌데, 유휴 인력들을 계속 먹여살리라고는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단기채용을 명시하면, 최소한 고용기간에 대한 알라딘의 기대와 노동자의 기대가 어긋나지 않아 앞서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긴 할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단기채용을 명시했을 때, 인력 수급이 원활할지는 의문이군요. 알라딘이 성수기면 다른 업체도 성수기 아닙니까. 사실 이번 사태도 알라딘의 단기채용을 위해 인트잡이 무리수(..라기보다 그냥 편한대로 행동한거지만) 를 둔거라고 생각되는데, 무리수를 두지 않아도 잘 돌아갈거란 장담은 좀 힘들군요.

4) 성수기가 성수기인데는 이유가 있을텐데(왜일까요? 아마도 학기 초?), 그게 어떤 외부 요인에 의해 완화될 수 있다면 상근직을 늘리고 성수기 야근(물론 야근 수당은 주셔야죠 ㅋ) + 알바 정도로 대체 가능할까요?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알라디너들이 의식적으로 성수기를 피해 주문을 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것도 가능은 하리라 봅니다. 물론 어느 정도로 그게 성수기 수요를 완화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예측 불가능하지만, 다음 성수기 때 시도해서 알라딘과 함께 그 결과를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최소한 이런 운동(?)이 책을 구매하는 이들의 죄의식을 경감시켜 주는 당의정은 되겠다는 생각도 잠깐 듭니다만.. ㅋㅋ)

5) 어쨌든,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는 꿈꾸는 자들의 것이라고 하지 않잖습니까 ㅎㅎ 개인적으로는 논쟁보다는 이런 몽상이 더 좋아요.

6) 짧다더니 길잖아! 라는 댓글이 달리겠군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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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12-18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다더니 길잖아!

^^*

turnleft 2009-12-18 12:45   좋아요 0 | URL
ㅋㅋ 기대에 부응해 주시는군요.

비로그인 2009-12-1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제가 언제부터 '심지어'가 됐답니까? -..- ㅎㅎ

turnleft 2009-12-18 12:45   좋아요 0 | URL
원래 평판이라는게 아차 하는 순간에 결정됩니다 @_@

마노아 2009-12-1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혹은 현실적인 몽상가라고 부를까봐요.^^

turnleft 2009-12-18 12:46   좋아요 0 | URL
현실적인 쪽이 좀 더 듣기 좋은데요. 아름다운건 저랑 원체 거리가 멀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