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다음 중 서울 테헤란로에 나타났을 때 가장 큰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은?

1. 몇 분 안에 수백/수천명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무기
2. 예수천국 불신지옥
3. 2mb
4. 누드 퍼포먼스를 하면서 군대 폐지를 외친 청년

뭐, 나름 정답을 꼭 집어내기 힘든 질문인건 알겠는데, 4번을 외치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게냐.

이유를 들어보면 더 가관인데,

1. 저 놈 군대 가기 싫어서 저런다
2. 저 놈 나중에 정치 하려고 저런다
3. (2번과 비슷하지만) 튀어 보일려고 저런다

백번 양보해서 저런 인신공격이 근거가 있더라고 쳐도, 보라는 달은 죽어도 안 쳐다보고 손가락만 탓하는 이 초지일관함은 도대체 뭐단 말이냐. 단체로 짜기라도 한거냐,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게냐.

군대 없애자는게 딱히 당장 그리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가 아니라는거 인정한다. 게다가 '국가'나 '군대'를 필수불가결한 무엇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여러가지 논쟁이 가능한 이야기란 뜻이다. 근데 군대에 대해 뭐라고만 하면 다짜고짜 "너 군대 안 다녀왔지"로 포문을 열기 시작하니 도무지 대화가 불가능하다. 아니 그럼, 감옥 안 다녀온 사람들은 감옥 제도에 대해 말도 못 꺼내겠네. 지옥 안 가 본 목사들은 지옥 얘기 잘만 하더만.

요즘은 오히려 어린(?) 것들이 더 꼰대 같은 소리만 골라서 하니 더 열불이 터진다. 싸이월드 댓글은 대체로 어린 층이 많이 이용해서 일종의 바로미터가 되는데, 보다 보면 정말 말이 안 나온다. 젊다는게 뭔가. 나중에 닳고 닳아 현실에 안주하더라도, 젊었을 때는 좀 불가능한(?) 꿈도 꿔 보고 그래야 하는거 아닌가. 부자될 꿈만 꾸지 말고. 니들도 존 레논 노래 가끔 흥얼거리지 않니. Imagine no country, no possession, no religion 이러고 말이다.

세상에, 강의석 정도도 품에 안지 못하는 젊음이라니.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메코 2008-10-02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도 모자라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이야기를 진실로 믿고 인격까지 쉽게 폄하하는 것을 보면 더 갑갑합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것도 아니라 한다리 건너 건너의 말 갖고 어떻게 그렇게 쉽게 단정을 내릴 수가 있는건지, 비단 강의석의 이야기만이 아니지요. 연예인 이야기만 해도 그저 짐작만으로 루머를 더해 '맞다' 고 단정하고 또 유포하죠. 오늘 최진실 죽은 거 보세요. 루머와 악플만이 자살의 전체 원인이 된 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쉽게 단정하고 말을 옮기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는 단정적으로 보여준다고 봅니다. '악플로 죽었을리 없다. 사채설이 사실이니까 그렇다, 수사를 은폐하려 한다' 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신적인 혜안이 있는지 참 궁금합니다.

강의석의 논리가 다소 부족하고 방법이 거칠더라도 표현의 다양성마저 말살되어야 할까요. 젊은 사람들이 더 쉽게 막말하고 단정하는건 아무래도 부모가 시키고 지시한 인생으로 붕어빵틀에 찍힌 붕어빵처럼 살다가 이질적인 것을 보니까 그제서야 스스로에게 자아가 없다고 깨닫고 그걸 부인하고자 타인을 비방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남을 험담하고 이해 못하는 것을 잘못 되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겨우 자존감을 찾는거죠. 그런 아이들이 대체로 나중에 자신도 그 덫에 걸려 자신이 예전에 했던 비방을 돌려받을 때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자기연민에 빠지기 쉽죠.

...어제 강의석에 대한 반응에 좌회전님만큼 갑갑한 심정이었다가 오늘 아침 최진실의 죽음 보도를 듣고 마음이 너무 심란해져서 덧글이 길어졌네요. 휴. ㅠ_ㅠ

turnleft 2008-10-03 10:15   좋아요 0 | URL
뭐가 지엽적인 문제고, 뭐가 근본적인 문제인지는 간단히 분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저 같은 경우는 개개인의 심리적 원인보다는 사회적, 구조적 문제 쪽을 좀 더 비중있게 바라봐요. 사실 이렇게 울분을 토하는건 답답하니까 그냥 투정 부리듯 해보는거고, 다양한 이론적 틀 중 어느 것이 오늘의 한국 사회를 더 잘 설명해 주는지 찬찬히 찾아보는 즐거움(?)은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ㅎㅎ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다들 다른 사람들 보면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싶어요. 요즘 애들 글러먹었다고 하는 것도 제가 나이 먹고 있다는 증거일수도 있고.. ^^;

마늘빵 2008-10-0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박태환에 얽힌 그 글에 대해선 패착이었다고 판단했지만 강의석의 누드 퍼포먼스는 그와 별개로 바라봐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똑같은 강의석이었기에 이마저도 튀어보려는 심산이 아니겠느냐,는 시선을 전혀 거둘수는 없겠지만, 지난번 그 글에서 제가 안타까웠던 것은, 메세지가 아니라 강의석이 오히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논의 자체를 차단시켜버리는 결과를 불러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전략적 실패였다는 판단이죠. 하지만 이번 누드 퍼포먼스는 평화 시위의 일환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아무래도 그게 또 '강의석'이라 지난번의 연장선에서 '비난'을 받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제 3의 다른 인물이었더라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심정적 거부감이 계속 이어져오는 셈이죠. 강의석의 언행을 젊은 혈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바라보고, 그 메세지만이라도 읽어줬으면 하는데 세상은 그렇지 않은 가봅니다.

turnleft 2008-10-03 10:20   좋아요 0 | URL
이슈 메이커의 장점이자 한계죠. 한 때 진중권 씨도 그랬잖아요. 저는 그게 꾸준히 자기 목소리 내면서 자신의 위상을 잡아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봐요. 촛불 집회가 상당수의 진중권 안티를 진빠로 돌려놓기도 했듯, 강의석도 마찬가지로 인정 받는 계기가 올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전략적 패착(?)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술적 가치를 옹호하는 지원 사격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보구요. :)

순오기 2008-10-05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 3일자 경향신문에 '강의석군, 왜 항상 혼자니?'라는 글이 실렸는데 참 공감이 갔어요. 고등학교 시절 종교교육에 반대하는 단식부터 알몸 퍼포먼스까지 항상 혼자더라, 먹고 살자고 하는 직장생활도 혼자는 벽에 부딪히는데, 너는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면서 같은 고민하는 사람들과 힘을 모으기보다는 자기 파괴적인 소통방식에만 의지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내용이었어요.

글샘 2008-10-05 10:23   좋아요 0 | URL
저는 우리나라에 그 혼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우리우리 하는 게 아닌가 하구요.

turnleft 2008-10-06 12:43   좋아요 0 | URL
저는 그가 외로울 수는 있어도, 자기파괴적이라고는 보지 않아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온 몸으로 부딛히고 있을 뿐이죠. 부딛히지 않고 세상의 논리를 얌전히 내면화 하는 것과, 부딛히며 깨지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파괴적일지는 생각해 볼 일 아닐까요.

그리고 아무래도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도 힘이 더 날 거에요. 하지만 혼자라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건 결국 그 스스로가 필요에 의해 선택할 문제겠죠. 다른 이들이 그의 문제의식에 동의한다면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서로 어깨동무 할 날이 올 거구요.

네꼬 2008-10-22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추천요.

turnleft 2008-10-23 03:39   좋아요 0 | URL
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