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ny-farthing. 최초로 대중적으로 보급된 자전거였던 Penny-farthing 은 지금까지도 가장 우아한 형태의 자전거로 이름을 남기고 있다. 사실 이런 모양새가 어떤 미학적 고려 때문에 생겨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 기어 시스템이 고안되기 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큰 바퀴가 불가피했고, 때문에 큰 바퀴와 균형을 맞춰주는 작은 바퀴가 짝을 이룬 형태로 만들어진 것. 당시 영국의 동전었던 penny 와 farthing 을 나란히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이름도 그렇게 붙여졌다.

하지만 우아함과 실용성은 함께 가기 어렵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기어가 없었던 Penny-farthing은 일정 수준 이상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고, 무엇보다도 위험했다. 무게중심이 회전축 바로 위에 위치했기 때문에 급작스래 멈춰야 할 때 사람이 앞으로 튕겨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이후 앞뒤 바퀴의 크기가 같은 자전거가 개발되었을 때 "안전 자전거"라고 이름이 붙었던걸 보면, Penny-farthing을 타다가 다치는 사람이 꽤 많았을거라 추측할 수 있다.

어쨌든, 이제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타는 사람이 없고, 전시용으로나 만날 수 있는 Penny-farthing은 확실히 자전거라기 보다는 장식품 같은 느낌이 강하다. 대부분의 옛 물건이 그러하듯, 그 본래의 쓸모를 잃고 그저 한 귀퉁이에서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품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반면 그에 비례하듯,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은 실용성이라는 이름 하에 보다 건조한 모습으로 일관한다. 장식과 실용품의 괴리 혹은 역할분담. 우리네 일상의 소품들이 우아하고 고상할 수 있는건, 그게 발전이 덜 된 '과거'일 때만 가능했던 것일까 싶다.(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가진 양반들이나 그렇게 멋부리며 사는게 가능하다는건 똑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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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8-1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파리를 배경으로 한 - 파리는 쥐뿔 구경도 못했으면서 - 영화 한 장면을 보는 듯 하군요.

비로그인 2007-08-14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폴 자전거 잖아요! :)

turnleft 2007-08-1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 파리에 대한 이미지도 '우아함'과 가깝죠 :)
체셔고양이// ㅋㅋ 어쩐지 어디서 많이 봤던 것 같더라~~

꽃배추 2007-08-1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거 타려면 목숨 걸어야 할 거 같아요.
근데 정말 우아합니다.

turnleft 2007-08-15 02:21   좋아요 0 | URL
일종의 Xtreme Sports 로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