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한 도서관을 둘러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문화를 가장 큰 특징으로 하는 나라의 도서관답게 여러 나라의 책들을 구비해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의 책들이 놓인 서가도 있었습니다. 다만, 장서들의 수준이 안타깝더군요. 

준비해간 책 두권을 건넸는데 정말 좋은 반응이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도 좋겠지만, 더욱 큰 의미가 있는 것은 한국에서 건너간 이민자들이 자녀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그 책이 설빔 두권이었구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책들도 기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골라봅니다.  

1. 설빔 - 여자아이 고운 옷, 남자아이 멋진 옷 / 배현주 지음 / 사계절 출판사 

 

 

  

 2. 씨름 / 김장성 지음, 이승현 그림 / 사계절출판사 

   

  

 

 3. 방귀쟁이 며느리 / 신세정 글 그림 / 사계절출판사 

  

  

 

 4. 백두산 이야기 / 류재수 / 통나무 

   

 

          

 5. 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 / 김향금 지음, 이혜리 그림 / 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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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움 Ilium - 신들의 산 올림포스를 공습하라!
댄 시먼즈 지음, 유인선 옮김 / 베가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모처럼만에 도전,이다 싶은 책읽기. 꽤 긴 시간을 들여 무사히.

인간과 - 그렇다고는 해도, 언제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시대에서 '시종'과 '보이닉스'라는 로봇(?)의 수발과 감시를 받으며, 제5 이십주기라는 시간만 허락받아 매 이십주기마다 퍼머리라는 곳에서 다시 태어나고 그 사이에 죽거나 다쳐도 퍼머리에서 고치고 나와 별 일 없다는 듯이 자신의 주기를 채우며, 글을 읽지 않고 (읽을 줄 모르고 그럴 필요도 없이) 팩스노드을 통해 여기저기로 팩스해 돌아당기는 '고전인류' 들과 1,400년을 방랑하고 있는 유태인 여인 - 

신들과 - 그렇다고는 해도, 지구화한 화성에서 수천년전에 죽은 인간들의 DNA 를 추출하여 자신들을 위한 목격자로 삼고, 그가 호머를 통해 알고 있는 트로이의 미래는 정작 알지 못하며, 트로이인과 그리스인들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양자이동(?)을 이용하여 순간이동을 하고 번개를 쏘아대는 제우스 휘하의 아르테미스니 아테나니 하는 거대한 존재들 -

모라벡들이 - 고전인류이전인 잃어버린 시대에 태양계 도처에 뿌려진, 세익스피어와 프루스트를 탐독하는, 아무리 상상의 한계를 넘어보고자 해도 로봇 이상을 그리기 어려운 기계이자 동시에 유기체인 존재들

세 개의 시선으로 엮어나가는 거대한 교향곡같은 소설이었다. (분명 난 이 소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어쩌다 저런 환경이 조성되었는지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고사하고, 각각의 이야기들이 번갈아 나올때마다 진입장벽을 느낄 정도였다.

신들의 목격자(스콜릭)인 호켄베리가 그리스인과 트로이인 (그 트로이인이 맞다) 과 신들 사이에서 벌이는 난장판만은 정말 재미있어서 그 부분이 아니었다면 완독은 어려웠을 법. 대담하게도 전쟁에 원인 제공을 한 헬렌의 침실로 파고들며 호머의 오디세이를 몽땅 허구로 만들어 버리는 이 남자의 '에라 모르겠다' 들이대기에는 정말 박수쳐주고 싶다. 고전인류들은 뭐 비교적 쉽게 적응할 만한 종족들이었지만, 이 냥반들이 오디세우스를 마주치는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이건 뭥미! 오디세우스란 존재만 빼면 자신들의 재생공장 '퍼머리'를 파괴하기에 이루는 이들의 활약도 그럴듯하고 근사하다. 제일 난코스는 모라벡 만무트와 오르푸가 끌고 나가는 꼭지들. 이 두 존재를 머리속으로 그림 그릴 수 있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셰익스피어와 프루스트에 관한 둘의 이야기에 한 자리 껴들기엔 아는 것이 없고, 만무트 혼자 고군분투하며 제우스의 앞에 서기까지의 일정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서 대애충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솔솔. 그 와중에 화성에 불시착한 만무트를 도와준 착한 엽록체 인간, 녹색 휴머노이드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튀어나왔을 것만 같은 묘한 매력을 솔솔 풍긴다.

이렇게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들이 교차하는 소설이 반짝이는 건, 역시 그들이 어떤 한 지점으로 모이게 되는 순간 덕분이 아닐까. 호켄베리가 하데스의 투구를 쓰고 몰래 숨어 간 신전에서 제우스의 앞에 와 있는 만무트를 보게 된다거나, 목성에서 출발한 만무트가 화성에 도착하면서 불시에 아폴로의 공격을 받는다든가 하는 순간의 짜릿함이 주는 즐거움이 꽤 커서

950 페이지짜리 하드커버를 이손 저손 바꿔가며 엎드렸다 누웠다를 번갈아가며 한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읽게 되는 게 아닐까.
(아, 페이퍼백이면 얼마나 좋아 라고 몇번을 생각했는지.)

탄탄하고 규모있는 새로운 세상에 한동안 빠져드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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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이야기들 어스시 전집 5
어슐러 K. 르귄 지음, 최준영.이지연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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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을 휘몰아치듯 읽었던 것이 5월. 근 석달동안 읽은 책이라곤 중학생 독서모임과  초등학생 독서교실 때문에 숙제처럼 읽은 몇권이 전부였다. (게중 기억에 남는 건 위저드베이커리 정도?)

역시, 순진한 재미를 주는 건 르 귄 여사님. 6권이 나온다는 얘길 듣고 그 전에 읽어볼까 싶어 큰 기대없이 뽑아들었다가 행복해졌다.

'그곳에서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었다'는 작가의 서문은 아, 작가들은 이런 사람인거구나 예상치못한 놀라움이었다. 이 사람에게 그곳과 그곳의 사람들은 진짜인거다. '잘 지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던 게 조금 미안해졌다.

게드 이전의, 혹은 앞으로의 이야기들과의 다리가 될, 이 한권 몇 편의 이야기를 통해, 어스시가 얼마나 풍성해지는지 얼마나 살아있는 땅이 되는지, 조금 오버하자면 소설을 통해 '역사'의 의미를 배우는구나 할 정도. 가물가물하던 로크가 순식간에 생생해진다. 예리하고 날카롭고 치밀하지 않지만, 덕분에 느슨한 구조안에 낭만과 애정이 흐른다. 흠, 어떤 이유에선지 꽤 로맨틱하달까. 내가 구질구질한 일상과 지지고 볶는 동안 당신들은 거기에 그렇게 있었구나.

태초의 언어, 용의 언어, 용의 자태에 다시한번 반해서 '퍼언연대기'를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드래곤라이더들의 활공에 마냥 들떠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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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남자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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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오스터님. 반가워요.


 














사진은 2004년의 모습이라는데, 어둠속의 남자에서 느껴지는 작가님은 훠얼씬 더 지긋하신 노인.

그러니까 이제는 죄다 헷갈린다. 잊어버렸다. 이 사람의 소설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여전한건, 쉼표없이 읽게 만드는 힘.
오히려 문장들은 너무 쉬워서 시시해보일 정도고, (쓰는 이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건 알아요)
이야기를 통해서 드러내는 생각들도 새롭지 않다.
그렇다면?
엮어내는 힘.
그건가보다.


하룻밤에 쓱쓱 써내려간 소품 정도의 느낌인데.

이야기속에서 꾸물꾸물 다른 이야기가 기어 나와. 그리고 서로 얽혀가는 맛이 참 좋다.

브루클린에서는 나이 들어 여유롭고 다 감싸 안아줄 법한 할아버지였는데, 이젠 좀 기운이 빠진 걸까. 
잠시의 단잠이 불면증을 없애주진 못하겠지. 다들 치료받지 못하고도 살아가는데요 모.
조금 안쓰럽고 쓸쓸하고, 그렇다.

오스터님, 만수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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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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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한 서사와 수다스러운 인물들에 익숙해 있던 요즈음이었다.
'화성의 공주'를 덮고 이젠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직후에
한숨에 읽었다.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 여기저기 책소개에 실린 것처럼 - 건조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건조하지 않은 글.

지레 멈추었다가 쉬었다가를 몇번씩 반복하면서 어렵게 어렵게 마지막장까지 갔다.
(그럼에도 하루 저녁에 다 읽을 만큼의 분량이다. 적어도 양적으로는 그렇다.)

스물이 되기 전에 남자를 낳은 어머니는, 창녀이며 거지이며 도둑이다.

모든 것이 거기에서 시작된 건 아닐까.
어미가 창녀가 된 이유가 무엇이든, 그 사이에 전쟁이 있었건 말건, 그가 누구를 사랑했건 말건, 누구를 기다렸건 말건,
모든 것은 거기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남자가 이십년 (십오년? 언제나 이게 문제. 이름, 시간, 따위를 기억하지 못하는 독서 습관) 내내 기다린 것이,
그의 사랑이었는지,
그의 가족이었는지,
혹은 고향이었는지.

어찌되었건, 결국 그것은 남자에게 오지 않았고, 남자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았다'는 마지막 장을 읽고, 다시 앞장을 읽고, 다시 그 장을 읽고.

읽는 동안은 몰랐던 서늘함이 한 순간 마음을 흔들어서
한참을 잠들지 못하고 뒤적였다.

충격요법이라도 받은 것처럼
잠재웠던 기억들이 하나씩 다 걸어나왔고,
그립고 안타깝운 마음이 자꾸만 더하고 또 더해져서,

결국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된 남자의 모습만 떠올리려고 애쓰면서 마음을 달랬다.

소설쓰기의 작법을 알지 못하는 나는,
이런 이야기도 작가의 설계나 짜임에 의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면 적잖이 실망스럽겠지만 (계산이나 의도없이 그저 써내려간 것이면 싶은 마음에) 그래도,
이런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이, 인생이 궁금하고 두렵고 그렇다.
자꾸 Bjork 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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