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움 Ilium - 신들의 산 올림포스를 공습하라!
댄 시먼즈 지음, 유인선 옮김 / 베가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모처럼만에 도전,이다 싶은 책읽기. 꽤 긴 시간을 들여 무사히.

인간과 - 그렇다고는 해도, 언제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시대에서 '시종'과 '보이닉스'라는 로봇(?)의 수발과 감시를 받으며, 제5 이십주기라는 시간만 허락받아 매 이십주기마다 퍼머리라는 곳에서 다시 태어나고 그 사이에 죽거나 다쳐도 퍼머리에서 고치고 나와 별 일 없다는 듯이 자신의 주기를 채우며, 글을 읽지 않고 (읽을 줄 모르고 그럴 필요도 없이) 팩스노드을 통해 여기저기로 팩스해 돌아당기는 '고전인류' 들과 1,400년을 방랑하고 있는 유태인 여인 - 

신들과 - 그렇다고는 해도, 지구화한 화성에서 수천년전에 죽은 인간들의 DNA 를 추출하여 자신들을 위한 목격자로 삼고, 그가 호머를 통해 알고 있는 트로이의 미래는 정작 알지 못하며, 트로이인과 그리스인들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양자이동(?)을 이용하여 순간이동을 하고 번개를 쏘아대는 제우스 휘하의 아르테미스니 아테나니 하는 거대한 존재들 -

모라벡들이 - 고전인류이전인 잃어버린 시대에 태양계 도처에 뿌려진, 세익스피어와 프루스트를 탐독하는, 아무리 상상의 한계를 넘어보고자 해도 로봇 이상을 그리기 어려운 기계이자 동시에 유기체인 존재들

세 개의 시선으로 엮어나가는 거대한 교향곡같은 소설이었다. (분명 난 이 소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어쩌다 저런 환경이 조성되었는지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고사하고, 각각의 이야기들이 번갈아 나올때마다 진입장벽을 느낄 정도였다.

신들의 목격자(스콜릭)인 호켄베리가 그리스인과 트로이인 (그 트로이인이 맞다) 과 신들 사이에서 벌이는 난장판만은 정말 재미있어서 그 부분이 아니었다면 완독은 어려웠을 법. 대담하게도 전쟁에 원인 제공을 한 헬렌의 침실로 파고들며 호머의 오디세이를 몽땅 허구로 만들어 버리는 이 남자의 '에라 모르겠다' 들이대기에는 정말 박수쳐주고 싶다. 고전인류들은 뭐 비교적 쉽게 적응할 만한 종족들이었지만, 이 냥반들이 오디세우스를 마주치는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이건 뭥미! 오디세우스란 존재만 빼면 자신들의 재생공장 '퍼머리'를 파괴하기에 이루는 이들의 활약도 그럴듯하고 근사하다. 제일 난코스는 모라벡 만무트와 오르푸가 끌고 나가는 꼭지들. 이 두 존재를 머리속으로 그림 그릴 수 있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셰익스피어와 프루스트에 관한 둘의 이야기에 한 자리 껴들기엔 아는 것이 없고, 만무트 혼자 고군분투하며 제우스의 앞에 서기까지의 일정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서 대애충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솔솔. 그 와중에 화성에 불시착한 만무트를 도와준 착한 엽록체 인간, 녹색 휴머노이드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튀어나왔을 것만 같은 묘한 매력을 솔솔 풍긴다.

이렇게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들이 교차하는 소설이 반짝이는 건, 역시 그들이 어떤 한 지점으로 모이게 되는 순간 덕분이 아닐까. 호켄베리가 하데스의 투구를 쓰고 몰래 숨어 간 신전에서 제우스의 앞에 와 있는 만무트를 보게 된다거나, 목성에서 출발한 만무트가 화성에 도착하면서 불시에 아폴로의 공격을 받는다든가 하는 순간의 짜릿함이 주는 즐거움이 꽤 커서

950 페이지짜리 하드커버를 이손 저손 바꿔가며 엎드렸다 누웠다를 번갈아가며 한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읽게 되는 게 아닐까.
(아, 페이퍼백이면 얼마나 좋아 라고 몇번을 생각했는지.)

탄탄하고 규모있는 새로운 세상에 한동안 빠져드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