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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ㅣ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평점 :
후속편인 '유령여단'이 여기저기에서 회자되는 상황인데 뒷북도 한참 뒷북이다. 두둥-
스타십 트루퍼스 vs 영원한 전쟁- 에 관해선 항상 후자쪽에 마음이 가는 편인지라,
로버트 하인라인 운운하는 광고 문구가 오히려 장벽이 된 경우. 그 문구가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게다가 우주, 혹은 우주전쟁,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제껏 충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그닥 기대하지 않았기도 했고.
그런데, 어떤 취향에서라면 별 하나도 아깝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포스팅이 멈춘 시점부터 지금까지 몇개월을 책 한권 제대로 읽지 못하고 열대야에 시달리던 중의 나에게는,
차암,
재미있다.
불운하게도 75세까지 살아남는다면, 지구에서는 죽은 존재가 되고, 모든 내과적/외과적 행위(75세의 몸으로 외계 종족과의 전쟁터에 나갈 순 없을 테니까) 를 받아들여 10년간 군인으로 살다가, 운이 좋아 거기에서도 살아남게 되면 어느 개척행성에서 정착할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제도가 매우 매우 그럴듯할 거다. 75세라는 나이가 까마득한 지금도, 항상 지금과는 전혀 무관한 곳으로의 탈출을 꿈꾸고 (꿈만 꾼다. 꿈만), 게다가 몸은 이미 일년전과 지금의 차이가 현격하게 느껴지는 지경인데다가, 인류를 지킨다는 얼핏 그럴듯한 명목도 있어 보이니. 다른 종족은 생명이 아니더냐 하는 건 접어두고 그냥 즐기자는 얘기다.
그 많은 노인들을 어떻게 전쟁터에서 훨훨 날아다니게 할 지는 소소하면서도 중요한 스포일러가 될 테니 말고.
꼭 이 두번째 인생을 위해 그전의 75년을 살아왔던 것 마냥 지나치게 자연스럽고도 뛰어나게 적응하는 주인공 존 페리 이 아저씨는 브레이킹 던에서 변화후에 물 만난 물고기 같았던 벨라같았고.(나도 언젠가 어딘가에선 '그래 이거였어' 하는 나를 찾게 될까.)
젊어진 수많은 군인들의 모습에서 어쩔 수 없이 아바타가 떠올랐고, 외계 종족과의 전투는 요즘 일과가 되다시피 한 스타크래프트2 의 게임 화면을 떨칠 수가 없었고, 제 2의 존에게 찾아온 달콤한 멜로는 솔라리스에서 그녀가 나타난 첫 장면을 떠올렸다. (마지막 건 그게 무슨, 이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긴 하지만. 그냥 그랬다는 거다.)
설정부터 획기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클리쉐들이 잘 섞이고 깜찍한 아이디어들이 덧붙여져서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다는 느낌. 몇 개월 동안 무슨 책을 집어들어도 이야기로 읽히지 않고 작가들이 자꾸만 무슨 얘기들을 그리 하려는지 시끄럽게만 느껴지던 와중에, 그냥 담백하게 - 다른 말로라면 생각없이? -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몰두할 수 있어서, 차암, 좋았다.
좀 억지부리는 것 같긴 하지만, '책도둑'을 읽을 때처럼. 전혀 다른 책들인데 둘 다 말하자면 군더더기가 없다고 하면 될까. 두 책을 동시에 좋았다고 말하는 건 말도 안될까나. 뭐 취향없음이 드러나는 순간인거겠지.
올 여름 더위를 견디는 데 인셉션과 이 책이 한 몫 했다.
게다가, 후속편인 유령여단은 이 책보다 어둡다고 하니 환영하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