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경제 - 복잡계 과학이 다시 만드는 경제학의 미래
마크 뷰캐넌 지음, 이효석.정형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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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는 폭풍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상 예보자와 같다."


우리는 2008년 금융 위기에 자신들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장담한 경제학자들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았다. 주류인 신고전주의 경제학파가 아닌 다른 경제학자들은 저마다의 위기의 원인과 대책 그리고 경제학이 나아가야 할 대책을 제시하였다. 경제학의 실패의 대한 대안은 결국 다른 경제학이었다. 경제학은 수없이 대공황을 겪으면서 실패해 왔는데 해결책을 또 경제학 안에서 찾는다니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접한 책이 <내일의 경제>였다. 경제학 서적이나 경제학 관련 전공자가 쓰지 않았다. 과학자의 시선으로 경제 위기를 설명하고 대안을 만들어 보는 책이다. 이공학도로써 공감하는 점이 많아 읽기 수월했었고, 더불어 신선함까지 느꼈다. `경제학`을 `과학`의 사고법으로 읽어내는 책은 많지 않다.


복잡계 과학은 경제학의 이방인이다. 그들은 예전부터 지진, 폭풍 등 자연의 무작위적이고 불확실성을 연구한 과학자들이며 경제나 금융에는 관련이 없었다. 자신들의 학문을 이용해 경제와 금융을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부터 주류 경제학의 문제뿐만이 아닌 경제학의 근본 패러다임 자체를 비판하며 등장하였다. 기존의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한 부분, 돌발적인 변수들을 설명하려 했던 점에서 큰 흥미가 갔다. 기존의 경제학을 전복시키려한 그들의 비전은 무엇일까?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기존 경제는 자유롭게 시장을 개방하고 교환을 유도하면 안정적인 평형 상태에 도달한다고 본다. 하지만 경제, 금융시장은 복잡계로 안정하지 않기 때문에 예외적인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규모 금융 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더불어 예측 불가능 했던 급격한 주가 변동을 예로 든다. 그동안 경제학이 얼머부린 부족함을 채워주며 새로운 관점을 보게 해준다.


기존 경제는 대게 큰 사건들을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치부했다. 이론으로 만들 수 없는 그저그런 실수, 불운으로 생각했으니 경제학은 계속해서 실패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용했던 긴 시기보다 잠깐의 대변동이 불가능 한 사건들이 세계를 바꾸고 역사를 바꿔왔다. 아이폰, 일본 대지진 등 갑작스런 사건은 인류를 발전시키거나 퇴보시켰다. 이제는 무작위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신경을 써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경제 시장은 순진하게 평온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고 느낀다.


복잡계 과학자는 `멱함수 분포 법칙`과 신호의 `장기 기억`을 통해 경제를 보는 색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지진의 발생 빈도나 주가 변동의 폭은 일정하지 않고 제멋대로 변한다고 대개 생각한다. 하지만 그속에는 `멱함수 분포 법칙`이 숨어있다. 에너지가 두배 클 수록 발생 횟수가 두배 작아지는 것을 뜻한다. 자연 현상은 대게 정규분포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과학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그래프다. 이렇게 그들은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한다.


이 책의 스토리와 복잡계 과학이 피어난 상황과는 꽤나 닮았다. 몇 세기전 뉴턴에 영향을 받은 과학자들은 모든 물리 현상은 측정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현상을 방정식으로 세울때도 공기 마찰과 같은 것들은 예외적이라고 치부하였다. 2.003, 2.01, 1.998이라는 측정이 나오면 2.000이 올바른 결과라고 당연시 하였다. 하지만 현대 과학에 양자론과 상대성 이론이 생기면서 세상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복잡함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패러다임이 바뀌며 복잡계가 나타난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과학의 관점이 변화한 것처럼 우리가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경제가 과학과 합쳐질수도 있을 것이다. 복잡계를 사회, 경제에 전파하려는 저자를 보면서 우리의 세상물정을 건드리는 과학이 올지 기대해 본다.



ps. 최근 장하준 경제학자의 주류 경제학 비판서를 읽으면서 교과서를 벗어난 경제 지식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알려준 복잡계 경제학은 더 나아가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학문은 생긴지 얼마 안되었고 미흡한 점이 많기 때문에 잠재력이 파급력으로 바뀔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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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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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기사에 진땀을 빼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정말 경제를 모르는구나라고 느꼈다. 그렇다고 경제 교과서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교과서에 나오는 경제는 현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책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앞서 생각한 걱정을 모두 해소한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경제 기사와 달리 이 책은 정말 쉬웠다. 주제의 핵심을 짚어주며 가끔 유머도 섞는 선생님같은 매력적인 문체에 어찌 빠질 수가 없겠는가. 또한, 흔하디 흔한 경제학 서적, 경제 해설서가 아니었다. 기본적인 경제 지식을 다루되 저자의 재치를 담아 흔하지 않은 내용을 써냈다. 비주류 경제학자인 저자의 성향 상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점이 흔한 경제학 책을 넘을 수 있는 힘을 부여했다. 이 책을 읽는다면 교양이나 수업으로써 경제에 골머리를 앓던 적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는 핏대를 세우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주장하는 경제학자가 아니라 내가 정말로 경제학에 눈뜨기를 원하는 순한 선생님이 있다.

 왜 세계적인 석학인 정하준 교수의 책을 추천하는지 이유를 덧붙인다. 다소 지엽적인 생각일 수 있으니 가볍게 이해해도 된다.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일본에서 경제 저널리스트로 꽤나 날린다는 분인데 책은 많이 실망스러웠다. 여러 곳곳에서 인용을 해서인지 서술이 장황하고, 정작 이론 해설을 할때면 교과서적으로 딱딱하게 해설을 하니 따분했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는 자신만의 비전으로 뚜렷한 주제를 그려냈으며 깊은 이해에서 나온 위트있고 쉬운 해설을 한다. 그 분야에 정말 정통하고 열정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간결하고 쉽게 표현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말 쉽게 쓰여진 책이라 생각한다. 경제학의 첫 단추를 꿰기에 안성맞춤인 책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장하준의 비전은 무엇일까?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당신은 인간을 어떤 존재로 정의할 수 있는가? 당연히 그럴 수 없으며 학계에서도 여전히 심도깊게 토론되고 있는 주제다. 인간의 활동을 기초로 두는 학문이 경제학인 이상 과학처럼 엄정하고 진리를 느낄 수 없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데 인류는 몇천년이 걸렸으나 경제학은 이것이 올바르다며 수시로 경제 정책이 바뀐다.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라 논쟁거리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주요 경제학파로는 9가지가 있다고 한다. 서로 인간이나 국가를 이해하는 법이 다르니 각자 자신의 학파를 채택해야 하는 이유도 다르고 저마다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들어, 주류 경제학인 신자유주의는 생산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수입이 스마트폰 제작으로 나온건지 모직물 수출로 나온건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게되고 노동자의 인권이나 복지를 무시하는 행태를 낳았다. 돈 잘벌기 위해 직업을 저울질하는 행동은 신자유주의의 일환이다. 요즘 유행하는 행동경제학도 다르지 않다.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니 경제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경제학에는 좋은 것이란 없다. 우리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끊임 없이 의심해야 되고 국가가 현실 상황에 맞게 경제 정책을 집행하는지 끊임없이 감시해야 된다.


 자본주의의 역사가 매우 짧게 서술된 점은 아쉽다. 책 하나에 경제학의 정수를 담아야 되는 이상 이정도 분량이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로버트 하일브로너의《세속의 철학자들》이란 책을 추천한다. 장하준 교수가 더 읽은 만한 책으로 추천한 책이기도 하고, 내가 아쉽다고 한 생각을 해결해 줄 것이다. 저명한 경제사상가들의 일생을 역사적으로 다루고 있어 자본주의의 역사와 경제학파의 뿌리를 이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 분도 꽤나 글빨이 좋아 술술 읽힌다. 이렇게 점점 다른 경제학 서적을 접하다 보면 지식이 쌓이게 되고 장하준 교수가 당부한대로 능동적인 시민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여러번 정독하거나 다른 책들을 찾아보며 우리 나름의 강력한 펀치를 만들자. 저자가 가장 원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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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의나 할까? - 아이디어가 진화하는 회의의 기술
김민철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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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따라오는 관념 같은게 있다. 어느 순간 뇌리에 스치며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다. 아르키메데스 처럼 `유레카`라 외칠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머리 하나로 승부하는 광고 기획자, 게다가 창의력 넘치는 인재가 모여있는 TBWA Korea가 만든 최고의 광고의 첫 아이디어는 역설적으로 보편적이다. 내 상상을 보기좋게 망상으로 만든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아이디어와 창의력 넘치는 광고의 간극은 어떻게 메꾸는 것일까? 그 사이를 연결짓는 원동력은 바로 아이디어를 `진화`시키는 회의다. 평범한 전제에서 특별함을 볼 수 있는 안목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가정한다. 팀장부터 막내까지 모두 회의에서 평등하게 목소리를 낸다. 어느 의견이라도 놓치지 않게 귀 기울여 듣는다. 고참의 노련한 생각과 신참의 돌발한 생각들이 비비고 섞이는 상황은 짐작만 해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본 사람이면 "말이야 쉽지 어쩄든 윗 사람 눈치 보는건 당연한거 아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테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통념을 보기좋게 부실만큼 대담하다. 팀장을 포함해서 5명이 한 아이디어에 모두 긍정적인 의견을 내더라도, 1명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상황이라면 즉각 피드백을 한다. 팀장은 과감하게 "이 방안의 한 사람도 설득 못하는 아이디어라면 문제가 있겠지."라는 멘트로 아이디어를 보류 시킨다​, 모두 낙관화는 회의가 진행되어도 한명의 의견도 무시하지 않는 태도를 버리지는 않는다. 회의록을 읽으면서 "이 친구 너무 나서는거아냐?"라고 느낀 내가 부끄러워진다. 결국 그 프로젝트는 더 멋진 아이디어로 순항했다. 아이디어를 살려내는데 1인자라면, 기미가 보일시 즉시 죽이는데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용감한 방식이다.

 

 

회의 초반부터 정말 인상 깊었던 점을 보았다. 제품의 광고를 기획할떄 생각이 망망대해​에 표류하지 않기 위해 초반에 주제에 대한 정체성을 확실하게 잡는다. 브랜드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여 기본을 알고 타 브랜드에 대해 비교하여 돋보이는 법을 깨닫는다. 우리는 어떤 일이라도 목적이 있어야 행한다. 목적을 빠르게 짚어내는 능력, 하지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하는 능력은 본 받을만 하다.​ 그러니 유명인의 파워를 앞세워 정작 브랜드의 진면목은 보여주지 못하는 광고시장 속에서도, 확실히 보물이라는게 느껴진다. 그들이 기획한 `진심이 짓는다`, `생각이 에너지다`는 내 관념을 바꾸고도 남은 메세지다. 이게 요즘 보면 아이러니 한게 현재 광고시장은 (내가 아는 한) 굉장이 유치하고 웃길려고 애를써서 대중들에게 각인되려 한다. 안영미 춤추는 CF (뭔 브랜드 광고인지 기억도 안난다.)랑 김보성이 나오는 CF를 보면 단박에 느낌이 올 것이다. 나는 이들의 심도깊은 광고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들은 한 줄의 카피가 나오기 까지 한 달의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깊은 철학이 담겨있으니 무의식적으로 TV 화면을 쳐다볼때도 좋은 광고가 나오면 의식적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게 좋던 싫던 그들은 내 소비 패턴을 좌지우지 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거겠지. 참 영리하다.

 

 

`기획 초반, 정체성을 잡는다.` 거대하고 굉장하다고 느껴지는데 또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어제 퇴근하면서 느꼈던 것들, 인터넷에서 재미있게 본 유머 자료집, 최근에 유행하는 영화에서 주제와 관련된 것이 있다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다듬어 간다. 여기서 느낄 수 있는 점은 광고 기획자의 시선은 정말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또한 충분히 보고 들었을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캐치한다. 야속하게 원대한 기획의 원석은 그들의 손에만 들어간다. 또한 주제에 대한 레퍼런스의 범위가 매우 크다는 점도 정말 대단하다. 한 광고를 만들기 위해 참고하는 책, 명언, 영상을 보면 그들의 지식 기반이 매우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의성 키우고 싶다고 창의력 관련 책 읽고 기획력 키우고 싶다고 기획력 관련 책 읽으면 단편적인 지식만 쌓이는 것이다. 그 후에는 서로 아이디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의한다. 잡담 없이 매우 밀도 높은 발언으로 채워진다. 하지만 제한 시간은 1시간. 길수록 늘어지고 짧을수록 값진게 아이디어가 진화하는 시간이다. 아이디어를 진화시키는 시간을 차곡차곡 쌓다보면 `보편적인 새로움`을 담은 광고가 탄생한다. 절대로 아이디어는 `탄생`이 아니다. 아이디어는 `변종`이다.

 

 

 너무가 자연스럽게 성공으로 흐르는 서사를 보고 사뭇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들의 머리가 능력있다는데 어쩌겠는가. 인문학을 중시하는 박웅현의 저서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핵심은 하염없이 기다리는 `로또 1등`이 아닌 `노력`과 `단련`에 있다.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도록 노력해야 하고 모두 똑같다고 할때 특별한 것을 보도록 단련해야 된다. 

 창의력에 대한 간결한 해답, 왕도는 없다. TBWA Korea에는 공대생도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서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ps. 막줄 정보때문에 갑자기 광고 회사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기획자라는 허황된 꿈을 꾸는 요즘이다. 현실은 공대생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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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 미국을 뒤흔든 세계 교육 강국 탐사 프로젝트
아만다 리플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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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척박한 이 땅, 나라를 지탱해 줄 만한 자원 하나 없는 한국이 이뤄낸 겨레의 승리고, 민중의 승리다. 누구보다 빨리빨리 실행하고 남들 보다 1시간 더 일하는 근성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못 이뤘을 성공이다. 나는 사실 이 세대를 모른다. 스마트 시대라고 표현 하는 발전된 세상을 누리고 있다. 이런 첨단 시대의 토대를 만든 것은 누구인가? 바로 한강의 기적을 이끈 세대이며 우리나라를 만든 세대들이다. 한국이란 자부심이 없을 턱이 없다. K-POP과 삼성이 세계에서 의미있는 두각을 보이지만 한국을 지탱한 교육이다. 교육 강국으로써의 자부심이 가장 크다. 이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관점이고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다.

 

저자는 타임지, 더 아틀랜틱에 교육 칼럼을 기고하는 미국 저널리스트다. 그가 생활하고 있는 나라, 미국은 나름대로 교육에 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사교육비는 세계적으로 많이 지출하는데 정작 세계학력평가를 해보면 중위권이고 고등학교 졸업률이 계속해서 떨어질 만큼 교육열이 약해진다고 한다. 저자는 이 문제를 인식하고 공부 잘하는 나라들의 그 이유를 찾기 위해 3년 동안의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각 국의 교육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교환 학생들을 통해 생생한 취재를 한다. 이렇게 거대한 교육 리포트 같은 책이 완성 된다. 물론 공부 잘하는 나라의 한국도 포함된다. 핀란드와 동급으로 말이다. 내 시선으로 보는 자국 교육이 아닌 외국인이 보는 객관적인 한국 교육은 어떨까 정말 궁금했다. 내 시선이 삐딱한 걸까? 우리나라 교육이 삐딱한 걸까? 온갖 호기심을 품은채 한국 파트를 정독했다. 사실 핀란드, 폴란드 파트도 비중있게 다루지만 주로 한국을 중점으로 읽었기 때문에 책 전반을 아우르는 리뷰는 쓰지 않겠다.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핀란드가 되고 싶었던 괴물`이다.

저자가 인터뷰한 한국 교환학생은 고등학교에서 1년 기간을 채워야 되지만 중도 포기하고 반년을 대학교에서 지낸 케이스다. 그 학생은 처음 비행기를 타고 잘 발달된 동양의 해양도시, 부산을 보고 설레임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했을때 미국 학생들이 깨어 있는 시간보다 많은 공부를 하는 다른 친구들을 보고 경악했고, 왜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잠을 자는지 슬픈 이해를 하게된다. 결국 몇개월 지내다 "여기는 감옥 생활 같다"는 말을 남기고 고등학교 생활을 중도 포기한다. 참고로 이 교환학생은 고등학교를 가볍게 마치고 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예정 이었다. 미국에서도 수재로 통하는 학생인데도 한국 교육에 적응을 못한 것을 보면 얼마나 한국 교육이 압박감이 대단하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는 인간의 뇌를 가진 기계를 개발하려 몰두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고등학교에서 뇌를 가진 기계를 양성하고 있다. 발전을 위해서는 할 수 없이 공부의 경쟁은 필요했다고 반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핀란드가 될 수 없었던 건 아니다. 핀란드와 한국 모두 최빈국이었으며 교육을 통해 나라를 이끌어 올린 전력이 있다. 어딘가 매듭이 잘못 매어진 것이다.

 

그 후 저자가 직접 한국에 와서 교육 관계자를 취재한다. 교육 전문가인 이수호씨와 억대연봉의 인터넷 강사 앤드류 김을 만나고 `한국 교육은 잘못되었다.`라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듣게된다. 덧붙여 둘은 핀란드와 비교하면 핀란드가 더 낫다고 주장한다. 교육 관계자들도 고개를 절래절래 하는 한국 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싶고, 인터넷 강사도 자식들을 사교육의 구렁텅이로 빠트리지 않기 위해서 이런 일도 그만 할 거라는 대목에서는 심각성을 몸소 체감한다. 또한, 학원 단속을 하는 경찰들과 같이 학원가를 다녔을때 본, 한 밤중 지하실에 칸막이 책상이 쭉 놓여져 있고 거기서 목을 숙인채 문제 풀이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 거기서 저자는 최빈국에서 노동을 착취하고 있는 모습과 같이, 흡사 지식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갑자기 뒷통수를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왠지 슬픔마저 오는 부분이었다. 다같이 피땀흘려 만든 사회는 학생들을 지식 노동자로 착취하는 환경을 만들어 냈다. 국민 총생산 지수가 올라가고 지역에 건물들이 오르고 발전하는 것 만에 집중했지 어딘가에 있는 학생들은 소외된 상황이다. 교육 1위의 자부심이 질식의 결과로 만들어졌다면 그것을 정말 잘못된 것일터, 해결의 열쇠를 새로 풀어야한 문제를 탄생 시켰다.


미국 교육이 나아갈 길은 핀란드의 교육이라 말하며, 핀란드가 될 수 없다면 한국의 교육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인이 교육을 정말 중요시 하는 정신, 이것은 아이를 학교에 자유방임 시키는 미국 학부모와 스포츠를 되게 중요시하는 미국 학교에서 볼 수 없는 철학이다. 결국 한국의 발전은 아버지, 어머니한테 온 것이다. 하지만 탐욕적으로, 물질적으로 이 정신이 변질된 것이 결국 이런 파국으로 치닫은 것이 아닌가 싶다. 공부 때문에 부모를 죽이니 말이다.


결국 저자는 학벌의 계급화를 없애야 된다고 하는데, 서울대 공화국이 된 한국에 그것을 어떻게 실현시킬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꼬인 매듭을 빨리 풀지 못하면 더 어려워지는 법. 이 정글의 탈출구에서 너무 멀리 온것이 아닐까. 이제는 성적 지향을 넘어선 행복한 사회를 만들 화두가 한국 교육에 주어졌고, 후세를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가져가야 할 숙원이 되었다. 재미있는 통계를 남기며 이 글을 마친다.


 * 전세계 학업성취도 2~3위, OECD 학습시간 4위,OECD 수면시간 꼴찌, 청소년 10명 중 7명이 `학업생활`로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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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서재 - 진화하는 지식의 최전선에 서다
장대익 지음 / 바다출판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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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출신인데도 참 글 잘 쓰는 사람이 있다. 논문에서나 볼법한 딱딱한 어투와 한국어인데도 이해가 안되는 어휘들이 아니라 대중들을 위해 친절한 글을 쓰는 과학자들 말이다. 그들에게는 교양서보다 전문적인 글을 쓰는 게 쉽다고 한다. 같은 분야끼리 통용되는 말을 버무려서 실험한 내용을 담으면 되는데, 교양서는 과학에 상대적으로 이해가 필요한 대중들을 상대하기에 글의 정도가 다르다. `단백질 합성`이란 어휘를 사용하는 건 과학자들끼리는 가능하지만, 교양서에서는 `DNA는 생산자고 RNA는 택배 기사 같은 운반자` 라고 하는 것 처럼 긴 설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긴 글은 또 잘 안 읽히고 재미가 없다. 설명된 문장을 잘 압축해야 하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정말 과학자가 교양서를 쓰는 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며, 그 고단함을 이겨내어 글을 매력 있게 써내려가는 분들은 대단하다.


이 책의 저자 장대익 교수도 굉장히 글을 잘 쓰는 편에 속한다. 베스트셀러 저자 최재천 교수의 제자인 점도 한몫했을까?

필력에 관한 장대익 교수에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고 한다. 장대익 교수가 `다윈의 식탁` 이란 책을 썼는데, 진화론의 위대한 석학들이 한곳에 모여 토론을 했다면 벌어질 논쟁을 가상으로 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과도 같은 픽션이었고 이 글을 본 한 교수가 장대익 교수에게 연락했다. 이 대화의 원문을 찾을 수 없어 혹시 원문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본 것 이었다. 교수도 장대익 교수의 글을 실제 대담집으로 오해한 것이다.  그만큼 과학자가 착각할만큼 글을 잘 쓴다는 건 틀림 없는데, 세계적인 석학인 대니얼 데닛과 최재천 아래에서 지낸 것에서 얻은 상당한 지식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다윈의 서재`도 픽션 소설 같은 구성이다. 대니얼 데닛을 사회자로 앉히고 주마다 최고의 과학 서적을 쓴 저자들을 게스트로 모셔 펼치는 토크쇼. 그리고 한국 라디오 작가가 그것에 영향받아 장대익 교수를 섭외해 한국판으로 만든 장대익의 서재에 관한 강연. 여기까지 출연자는 모두 실제 있었거나 현재 있는 인물들이나 이야기는 모두 픽션이다. 난 이 점이 가장 좋았다. 가장 잘 팔리는 책 분야가 무엇인가? 바로 `소설`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소설을 더 재미있어한다. 하지만 `과학` 분야는 출판계에서 그다지 잘 팔리는 분야는 아니다. 바로 저자는 이 두 개를 혼합한 것이다. 재미없어하는 것들을 재미있는 것으로 표현 한 책. 대중들이 느끼는 과학의 낯섦과 따분함을 단번에 격파시킬 병기를 만들어냈다.

 

이야기는 다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다윈의 다운 하우스에 저명한 인물들이 초대된 것에서 시작한다. 다윈의 서재 앞에서 공영라디오 작가와 대니얼 대닛이 우연히 만나고 `지금 다윈이 살아있다면 서재에 어떤 책을 꼽아 놨을까?`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라디오 프로 `다윈의 서재`를 구상한다. 대니얼 대닛도 흥미로워하며 흔쾌히 수락하고, 세계적 석학들을 모시는 토크쇼가 만들어진다. 그 후로 쭉 20회 토크쇼가 이어진다. 사회자가 마지막에 이벤트를 공지하고 특집이라고 대담이 야외에서 진행되듯이 현실감을 느낄 수 있게 깨알같이 신경을 쓴 부분도 있다. 뒤 내용부터는 이야기의 서술보다는 과학적 설명이 핵심이다.

 

여기 소개된 책 중에는 어려워서 못 읽었던 책들이 더러 있었는데도, 저자의 설명을 통해 쉽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다. 쉬운 과학책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이 책이 딱 그 갈망에 부합하는 것 같다. 소설의 매력과 과학의 우아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또한, 56개의 책을 소개하니 과학 책 백과사전 같은 아우라도 느껴진다. 유명한 과학책을 읽기 전 사용설명서 같이 읽으면 정말 좋을 듯하다. 하지만 저자가 진화학자다 보니 생물학 쪽 서적이 대다수고 물리학 서적의 추천은 2% 아쉬운 부분이다. 이 책에 추천된 서적들에 더불어 `카오스`나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하이젠베르크 `부분과 전체`,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를 알아보면 좋을 것이다. 또한, 소개된 책 중 논쟁이 현재도 이루어지고 있는 책이 있는데, 그 논쟁들도 찾아보면 더욱 풍성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어떻게 다른 사람의 책들을 깊게 이해하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낼 수 있었을까? 책 마지막에 그 실마리를 직접 제공한다.

첫째, 책은 저자와의 1:1 대화다. 의심 갈만한 점은 다른 자료를 찾아보고 내 생각을 책에 남겨라.

책에 핵심과 좋은 예시들을 표시하는 수동적인 읽기에서 벗어나라는 이야기다. 책에 집중하여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점을 자세히 파악하고, 궁금하거나 의심 가는 부분은 다른 자료와 비교해보고 내 생각들을 책에 남겨야 한다. 정보 전달이 주목적이 아닌 소설에는 접목하기 힘들겠지만, 비소설에는 접목해볼 만하다.

둘째, 책에 전체적인 내용을 자신만의 내용으로 정리하여 남에게 소개하라.

책에 대한 전체적인 내용이 머리에 들어왔다면, 그것을 자신만의 글이나 말로 표현하라는 것이다. 또한, 타인에게 소개하면서 피드백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로써 책 읽기가 끝이 난다. 실천하기 힘들거라 생각 할 수도 있으나, 지식에 대한 열망, 책에 대한 지독한 관심이 있다면 정말 좋을거다.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지만 이런 방법을 숙지하면 더 재미있게 책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목 자체가 허구, 다윈의 서재가 아닌 장대익의 서재에서 유쾌하고 내밀한 과학 이야기를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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