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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경제 - 복잡계 과학이 다시 만드는 경제학의 미래
마크 뷰캐넌 지음, 이효석.정형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경제학자는 폭풍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상 예보자와 같다."
우리는 2008년 금융 위기에 자신들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장담한 경제학자들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았다. 주류인 신고전주의 경제학파가 아닌 다른 경제학자들은 저마다의 위기의 원인과 대책 그리고 경제학이 나아가야 할 대책을 제시하였다. 경제학의 실패의 대한 대안은 결국 다른 경제학이었다. 경제학은 수없이 대공황을 겪으면서 실패해 왔는데 해결책을 또 경제학 안에서 찾는다니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접한 책이 <내일의 경제>였다. 경제학 서적이나 경제학 관련 전공자가 쓰지 않았다. 과학자의 시선으로 경제 위기를 설명하고 대안을 만들어 보는 책이다. 이공학도로써 공감하는 점이 많아 읽기 수월했었고, 더불어 신선함까지 느꼈다. `경제학`을 `과학`의 사고법으로 읽어내는 책은 많지 않다.
복잡계 과학은 경제학의 이방인이다. 그들은 예전부터 지진, 폭풍 등 자연의 무작위적이고 불확실성을 연구한 과학자들이며 경제나 금융에는 관련이 없었다. 자신들의 학문을 이용해 경제와 금융을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부터 주류 경제학의 문제뿐만이 아닌 경제학의 근본 패러다임 자체를 비판하며 등장하였다. 기존의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한 부분, 돌발적인 변수들을 설명하려 했던 점에서 큰 흥미가 갔다. 기존의 경제학을 전복시키려한 그들의 비전은 무엇일까?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기존 경제는 자유롭게 시장을 개방하고 교환을 유도하면 안정적인 평형 상태에 도달한다고 본다. 하지만 경제, 금융시장은 복잡계로 안정하지 않기 때문에 예외적인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규모 금융 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더불어 예측 불가능 했던 급격한 주가 변동을 예로 든다. 그동안 경제학이 얼머부린 부족함을 채워주며 새로운 관점을 보게 해준다.
기존 경제는 대게 큰 사건들을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치부했다. 이론으로 만들 수 없는 그저그런 실수, 불운으로 생각했으니 경제학은 계속해서 실패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용했던 긴 시기보다 잠깐의 대변동이 불가능 한 사건들이 세계를 바꾸고 역사를 바꿔왔다. 아이폰, 일본 대지진 등 갑작스런 사건은 인류를 발전시키거나 퇴보시켰다. 이제는 무작위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신경을 써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경제 시장은 순진하게 평온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고 느낀다.
복잡계 과학자는 `멱함수 분포 법칙`과 신호의 `장기 기억`을 통해 경제를 보는 색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지진의 발생 빈도나 주가 변동의 폭은 일정하지 않고 제멋대로 변한다고 대개 생각한다. 하지만 그속에는 `멱함수 분포 법칙`이 숨어있다. 에너지가 두배 클 수록 발생 횟수가 두배 작아지는 것을 뜻한다. 자연 현상은 대게 정규분포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과학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그래프다. 이렇게 그들은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한다.
이 책의 스토리와 복잡계 과학이 피어난 상황과는 꽤나 닮았다. 몇 세기전 뉴턴에 영향을 받은 과학자들은 모든 물리 현상은 측정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현상을 방정식으로 세울때도 공기 마찰과 같은 것들은 예외적이라고 치부하였다. 2.003, 2.01, 1.998이라는 측정이 나오면 2.000이 올바른 결과라고 당연시 하였다. 하지만 현대 과학에 양자론과 상대성 이론이 생기면서 세상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복잡함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패러다임이 바뀌며 복잡계가 나타난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과학의 관점이 변화한 것처럼 우리가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경제가 과학과 합쳐질수도 있을 것이다. 복잡계를 사회, 경제에 전파하려는 저자를 보면서 우리의 세상물정을 건드리는 과학이 올지 기대해 본다.
ps. 최근 장하준 경제학자의 주류 경제학 비판서를 읽으면서 교과서를 벗어난 경제 지식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알려준 복잡계 경제학은 더 나아가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학문은 생긴지 얼마 안되었고 미흡한 점이 많기 때문에 잠재력이 파급력으로 바뀔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