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테니스! - 코트 위에서 찾은 삶의 원칙, 52주 멘털 트레이닝 교과서
이동혁 지음 / 이든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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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스포츠는 짜릿하다. 선수들의 뛰어난 활약을 보면서 감탄한다. 엄청난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그 이면에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을지 생각해보자. 그들에게는 훈련장도 하나의 현장이다. 프로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훈련을 받을까. 어떻게 해서 그들은 전문가의 경지에 오르는 걸까. 이 책은 실제 코치의 풍부한 경험이 담겨져있다. 마지막 챕터마다 This Week's Action Mission이라는 과제를 부여한다. 우리는 마치 훈련장 옆에서 직접 코칭을 받는 듯한 생생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책은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읽고, 적용하고, 느껴야 비로소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2. 스포츠에서 멘탈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부진에 빠진 팀에 감독이 바뀌자 정신을 다잡으며 엄청난 성적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쁜 퍼포먼스를 보이던 선수가 후일담으로 안 좋은 가정사가 있다는 게 알려진다. 이것은 서로의 능력치를 비교하는 스포츠 게임이 아니다. 효과적으로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도 중요하다. 선수들은 '루틴'을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여기서 루틴이란 스스로 설계한 반복적 행동. 이것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주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선수들은 정신력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행동을 설계한다. 정말로 스포츠다운 관점인 거 같다.


3. 목표 없는 훈련은 그냥 놀이일 뿐이다. 목표가 있을 때 우리는 바로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다. 작고 성취 가능한 목표는 연료가 된다. 거기에 가끔은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더해보자. 이것은 훈련의 밀도와 집중력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고 한다. 손흥민과 같은 선수도 EPL 우승이라는 담대한 인터뷰를 하곤 한다. 하지만 손흥민이 그 경지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훈련을 치열하게 해낸 것이다. 선수들의 이러한 심리적 접근은 정교하고 강력해 보인다.


4. 실패라는 단어를 재정의해보자. 저자는 실패란 '계획하고 분석하여 성장의 자산으로 삼아야 할 데이터'라고 한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가 화려하게 부활하기도 하고, 안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던 선수가 이적하여 팀의 에이스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실패에서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는 계획적인 실패를 제안한다. 실패를 감정적으로 소비하지 말고 어떤 데이터를 얻을 것인지 전략적으로 활용하라는 의미다.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수학적인 사고가 각광받고 있다. 스포츠도 다를 게 없다. 스포츠 과학이 현대 스포츠에서 점점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치열하게 벌어지는 스포츠의 각축전 속에서 그들의 전략을 배워본다. 테니스는 참 삶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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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아포리아 14
롤랑 바르트 지음, 류재화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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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기묘하다. 이것은 롤랑 바르트 본인의 자서전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듯이 3인칭으로 서술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근본을 뒤집는다.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라는 제목은 탁월하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은 마치 소설 속 인물이 말하는 것처럼 거리감이 든다. 그렇기에 이 글은 진실한 그의 고백이 아니라, 허구의 존재를 분석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저자는 자기지시라는 행위를 설명한다. 구두닦이는 다른 구두닦이에 가서 구두를 닦아야 하고, 미용사는 다른 미용사에게 가서 미용을 받아야 한다. 이 책도 이와 같다. 글을 쓰는 바르트는 글의 대상이 되는 바르트를 관조하며 글을 쓸 수 밖에 없다.


2. 알 수 없는 공간에 들어섰다. 이곳은 어떠한 인과관계나 선형적인 스토리가 없다. 단서들이 무작위적으로 흩뿌려진 미지의 세계이다. 마치 꿈 속을 부유하듯이, 어떠한 완결성 있는 서사를 거부한다. 주제는 파편화 되었으며, 각각은 독립적으로 살아숨쉰다. 이 책은 내용을 넘어서 구성 자체로도 매우 혁신적이다. 텍스트들이 저자의 철학 위에서 조립되고 있는 것이다. 아르고 선원들은 배의 부품을 하나씩 교체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배를 타고 있음에도 그것을 아르고호라고 부른다. 아르고호는 그 이름 말고는 다른 원인이 없는 오브제이다. 우리 자신도 고정된 본질 없이 계속해서 대체되면서 살아왔음에도 우리의 이름으로 불린다. 이 책은 그 삶의 파편들이 모인 '롤랑 바르트'인 것이다.


3. 우리가 자서전을 읽을 때면 그의 사건이나 업적을 기대한다. 무릇 자서전이란 그렇게 쓰여지니까.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은 언어와 몸이다. 저자가 겪은 역사적인 사건이나 학문적인 성취가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의 사유를 형성한 언어라는 유기체를 바라보아라. '부르주아'라는 단어는 시대에 따라좋으면서 동시에 나쁜 단어로 쓰였다. 언어는 그 자체로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인간의 삶처럼 생동한다. 그에게 언어와의 만남은 신체적 감각이다. 바라보고 만질 수 있는 관계인 것이다. 그렇다고 추상적인 내용만 나열하지 않는다. 그의 에세이에는 학창 시절과 가족에 대한 기억이 배어있다. 단순하다. 그의 가장 개인적인 삶이 가장 객관적인 철학을 만들어 냈다.


4. 자신을 3인칭으로 쓰는 글이라면 나 자신을 비판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바르트라는 자신의 권위를 해체시킨다. 그는 바르트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며 독자와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서 이 책의 파편적인 특징을 말한 적이 있다. 그는 '환상으로서의 파편적 단상'에서도 이러한 자신의 전략을 비판적으로 보기에 망설이지 않는다. 형식을 파괴하려는 혁신적인 시도조차 또 다른 질서에 포함될 것이다. 롤랑 바르트를 이 책으로 맨 처음 접했지만 매우 독창적인 텍스트에 감탄했다. 내용 뿐만 아니라 형식마저 일관된 철학으로 쓰여졌다는 점이 그의 깊이를 보여준다. 단지 잉크 속 텍스트가 아닌 유기체처럼 대화할 수 있는 글이 있다면 이런 감정이지 않을까 싶다.


#리앤프리 #롤랑바르트가쓴롤랑바르트 #롤랑바르트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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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수학 공부 : 대수 -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필수 수학 개념 그림으로 과학하기
케이티 스텍클스 지음, 고호관 옮김 / 윌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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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이 책은 '태어난 김에' 시리즈이다. 원 시리즈의 제목은 'Barron's Visual Learning'인데, 미국의 유명한 교재 출판사 배런스의 시각 학습 자료라는 의미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기안84의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따온 매력적인 문구로 재탄생했다. 어찌보면 센스있는 수정이라 생각한다. 이 시리즈는 우리가 학창시절 두려웠했던 과학이나 수학 과목을 다룬다. 기안84의 모습처럼 "왜 안돼?" 그저 부딪혀보라는 것이다. 여기 복잡한 수학 개념을 친절한 설명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풀어낸다. 점점 이미지에 익숙해지는 숏폼 시대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책이 아닐까. 이렇게 그림과 함께 큰 판형으로 볼 수 있는 교양서로 역사 분야에서는 '아틀라스 시리즈'가 있을텐데, 이렇게 과학, 수학 분야에도 양질의 비주얼 입문서가 출판되었다.


2. 단순히 쉽게 쓰여진 책이 아니다. 대수학의 핵심 개념을 매우 명확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짚어준다. 소수를 설명하기 위해 에라토스테네스의 체의 개념을 가져온다. 체로 숫자를 걸러내는 모습처럼 합성수를 하나씩 제외하는 방식으로 소수를 찾는 알고리즘이다. 이렇게 말로 하면 어려운 개념 같지만 책에서는 그 과정을 그림으로 하나씩 보여주기 때문에 손쉽게 따라갈 수 있다. 그리고 윌슨의 정리 같은 경우는 대학에서 정수론을 배울 때 접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이처럼 단순히 쉬운 개념은 쉽게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학의 진가를 알 수 있도록 어려운 개념도 쉽게 풀어내려는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3. 이 책은 교과서와 다르다. 따분한 수식에 파묻히기 보다는 수학을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장치가 배치되어 있다. 일단 한 챕터가 끝나고 마인드 맵 형태로 지금까지의 개념을 요약해주는데, 내용을 정리하기에 매우 용이하다. 게다가 스포츠 대회나 해바라기의 솔방울 같이 현실적이고 친근한 예시로 수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현대 기술의 기반이 대부분 수학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수학적 문해력은 우리의 삶 속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책으로 수학을 다시금 접할 수 있다면 잃어버렸던 수학 근육을 되찾기에 안성 맞춤 아닐까.


4. 이렇게 친숙한 예시와 풍부한 삽화로 이루어진 구성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장점이 될 것이다. 학생들은 지금 배우고자 하는 수학에 대해 시각을 넓힐 수 있는 용도로, 성인들은 다시 한번 수학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수학 머리가 없다고 느끼거나 학창시절 수학이란 과목에 좌절했을 분들에게도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친절한 구성이다. 게다가 중, 고등학교부터 대학 전공까지 다루는 범위 덕분에 든든함까지 느낄 수 있을 테다. 이 책은 우리가 수학에게 가졌던 선입견을 없애고자 한다. 태어난 김에 수학 공부는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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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못한다는 착각 - 우리 스스로 수학 지능을 구축하는 놀라운 생각의 기술
다비드 베시 지음, 고유경 옮김 / 두시의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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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식 수학'과 '비공식 수학'을 구분해야 한다. 공식 수학은 교과서에 나오는 복잡한 기호와 논리적 구조라면, 비공식 수학은 수학자들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직관이다. 수학은 다가가기 어렵고,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엘리트여야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고자 한다. 수학자들은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논리는 사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호기심과 상상력을 가지고 누구나 수학의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이 많은 분들에게 흥미를 끌 것이다. 교과서 너머에 있는 진짜 수학을 찾자는 선언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학에 대한 통념을 수학자가 지적하는 부분은 꽤나 짜릿하다. 음악 또한 복잡한 음표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자체로는 매우 감각적이고 단순하지 않은가. 온 몸으로 즐기는 수학의 아름다움, 저자의 시각이 매우 매력적이다.


2. 수학적 직관을 개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학을 신체 활동이라고 생각하자.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려면 머릿속에서 구체적인 동작을 수행해야 한다. 수학을 추상적인 지식 습득이 아닌,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체득하는 기술로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여기에 '시스템 3'이라는 자신만의 개념을 제시한다. 대니얼 카너먼의 직관의 '시스템 1', 이성의 '시스템 2'에서 하나를 더 추가하자는 말이다. 이 시스템 3은 직관이 실패했을 때 좌절하는 대신, 이것을 기회로 직관을 재프로그래밍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직관을 마법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과 연습을 통해 만들어지는 능력에 가깝다. 성장은 느리다. 우리의 몸이 변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해되지 않는 불편함에 끝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자.


3. 위대한 수학자들의 뇌는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만 그들이 자기만의 경험을 발전시켜 수학에 조금 더 익숙한 것이다. 정신적 습관이 바람직하고 심리적 태도가 올바르다면 누구나 수학을 잘 할 수 있다. 학교에서 그것을 가르쳐주지 않았을 뿐이지. 수학자에게도 이러한 직관은 출판물이나 공개적인 결과물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걸직아지 평생의 업적이라고 한다. 유명한 수학자인 장 피에르 세르를 세미나에서 만났을 때에도 서로 직관적인 이해를 논했던 일화를 설명한다. 최근 들어 수학적 사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점점 불확실성이 커지는 사회에서 필요한 가장 합리적인 도구가 바로 수학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수학에 입문하기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에게 자신감을 키워주는 교양서이다.


4. 어린 아이처럼 배우자. 발견은 아이들의 특권이다. 수학자 알렉산더 그로텐디크는 '아이처럼' 접근법에 대해 강조한다. 내면의 아이와 연결하여 실수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 사고방식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흠 하나 없이 완벽하게 둥근 원을 상상해보라고 한다. 이것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생생하게 떠올리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수학의 출발점이다. 수학의 가장 큰 장애물은 우리의 심리에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필요성은 너무나도 크다. 수학을 배우기 위해 어려운 수식을 접하기 전에 필히 지녀야 하는 원칙은 무엇인가. 유연하고 개방적인 마인드로 학습에 임해야 한다. 마음 내키는 대로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지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본다. 어른이 된 나는 무엇을 잊으며 살아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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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케빈 J.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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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본성과 양육, 무엇이 더 중요할까? 아니다. 이 질문은 틀렸다. 본성은 유전자가 아니고, 양육은 환경으로 구분할 수 없다. 여기서 저자는 이 논쟁의 판을 뒤집는다. 유전자의 지시가 동일하더라도 결과는 여전히 다를 것. 유전자와 발달 과정의 본질적인 무작위성을 인간의 선천적인 측면으로 보는 것이다. 유전자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동안 분자 수준에서 상당 무작위성이 존재한다고 한다. 정말로 놀랍지 않은가. 우리가 흔히 이분법적으로 얘기하던 본성과 양육이란 주제를 더 복잡하고 명료하게 만들어준다. 유전자가 부여하는 건 확률이다. 이 책은 유혹적이지 않지만, 그만큼 경솔하지 않다. 뇌과학에 대한 지식을 탄탄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교양을 위해 추상적으로 알고 있던 뇌과학적 지식을 깊게 음미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2. 이 책은 흔한 베스트셀러처럼 매끈하지 않다. 오히려 논쟁적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과학적 오해에 대해 정면으로 맞선다. 생각해보면 자기계발서는 우리 인생의 모든 걸 바꿀 수 있다고 주창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기법들을 익히면 엄청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과학적 배경으로 '신경 가소성'이란 개념을 주로 차용한다. 뇌의 구조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연하다는 이론.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뇌의 유연함은 무한하지 않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는 가소성과 반응성이 높지만,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줄어들기도 한다. 어쩌면 비관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러한 진실을 직시하면서 문명을 이룩했다. 뇌 가소성으로 기대할 수 있는 변화의 범위는 제한적이다. 그는 미디어나 자기계발 산업에서 원하는 대답을 거절한다. 과장되나 왜곡된 지식에 비판적으로 바라보자. 저자의 이런 점이 마음에 든다.


3. 그는 '발달성 뇌기능 장애'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신경발달장애라는 용어로 단순히 심리적 증상이 아닌, 뇌 발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유전적 결함으로 새롭게 보자는 것이다. 조현병의 50프로 이상, 자폐증의 80프로 이상은 유전적 요인이라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신경발달장애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을 종합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서로 다른 진단명으로 분류된 장애들이 실제로 동일한 유전적 변이에 의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게 아닌가. 이는 현재의 진단 분류가 유전적 원인들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증상의 유사성이 아닌, 원인에 초점을 맞추자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혁신적이다. 이미 과학계가 쌓아놓은 지식만을 나열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4. 유전학의 발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러한 난해한 질문에도 회피하지 않는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태아의 바람직한 특성을 선별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지능과 같이 사회적으로 크게 인정 받는 특성을 선별할 수 있다면? 그는 이것이 새로운 형태의 우생학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생성형 AI가 발전하면서, 많은 이들의 직업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기술까지 고려하면 해결해야 할 철학적 딜레마는 매우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이 책, 가볍지 않다. 하지만 감동적이었다. 어쩌면 위로 아닌 위로를 주기도 한다. 우리의 유전적 특성은 우리를 예기치 못한 곳으로 이끄는 파동과 같다. 내가 가는 길을 조금 더 사랑하는 것, 그것이 나의 진정한 자아를 찾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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