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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 - 이 시대 전방위 창작자들의 '최애' 만화 고백담
곽재식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평점 :



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시간 모르게 읽던 만화책 한 권이 때로는 교과서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곤 했던 거 같아요. 만화 삼국지로 사회를, 식객으로 음식을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도, 문득 그때의 추억으로 행복에 빠지곤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드는 책이에요. 소설가와 과학자, 평론가와 크리에이터까지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9명의 창작자들이 한 곳에 모입니다.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에 깊은 영향을 준 '인생 만화'를 이야기하죠. 처음엔 그저 유명인들의 만화 추천 리스트 정도일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보니 단순한 만화 고백담을 넘어 얼마나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지 느껴지더라고요. 만화라는 소재를 통해 창작자들의 내밀한 세계와 삶의 변곡점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책의 매력은 창작자들이 만화를 단순한 '작품'으로만 대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들에게 만화는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 보고,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는 창작의 프리즘과 같습니다. 김중혁 작가가 '피너츠'의 스파이크를 통해 외로웠던 글쓰기 초년 시절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그의 고백 속에서 창작의 고독과 마주하게 됩니다. 저에게도 익숙한 작품인데요. 김영대 음악평론가가 '슬램덩크'의 주역이 아닌 '소연이'의 리더십과 소통 능력에 주목하는 지점에서는 이렇게도 읽을 수 있구나 신선하더라고요. 이처럼 개인적인 경험과 전문적인 식견이 엮이며 만화의 입체적인 깊이를 부여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흥미로웠던 건 소설가, 과학자, 만화가, 영화감독 등 전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다는 사실이었어요. 각자의 전문 분야라는 고유한 관점으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연결고리들을 발견하게 돼요.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만화 속 설정에서 과학적 상상력의 가능성을 읽어내고, 철학자는 그저 코믹적으로 소비되는 만화에서 모두에게 필요한 철학의 태도를 길어 올리는 식이죠. 만화가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을 담아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또한 '피너츠', '꺼벙이'와 같은 추억의 작품부터 '진격의 거인', '룩 백' 같은 비교적 최신작, 심지어 웹툰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작품 선정 역시 다채로움을 더해요. 덕분에 특정 세대나 취향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독자들이 각자의 접점을 찾으며 즐길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옛 추억에 잠기면서 지금의 삶과 가치관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대목입니다.
<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는 만화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책이라고 조심스레 말씀드리고 싶어요. 단순히 어떤 만화가 재미있는지를 넘어, 만화가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과 창작 세계에 깊이 스며드는가를 보여주는 탄탄한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창작자들의 내밀한 고백 속에서 우리는 때로 위로를 받고, 때로는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죠. 어쩌면 잊고 있던 자신의 인생 만화를 다시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고요. 다른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을 듣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전보다 더욱 풍성한 시선으로 만화라는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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