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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을 꿈꾸는가 - 인간과 비인간, 그 경계를 묻다
제임스 보일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10월
평점 :



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역설적이게도 인간에게 AI를 이해시키기 위해 이 책은 감성적인 방법을 택한다. 할과 침피의 등장, 그들은 인간의 피조물이지만 자신의 인격과 권리를 요구하는 존재가 된다. 이것은 저자가 그린 하나의 미래 시나리오다. 이처럼 윤리적 문제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상황을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형태로 들려준다. 우리는 스토리텔링에 쉽게 마음이 가지 않는가. 우리는 자연스럽게 할과 침피의 서사에 몰입하거나 공감하게 된다. 인간성의 기준이 유전자에 있는지, 능력에 있는지, 자연적 출생에 있는지 거대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혼란스러운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저자가 우리에게 묻는다.
2. 인공지능을 단순히 기술이나 과학의 영역으로 국한하지 않는다. 인류가 어떻게 타자를 정의하고 그 경계를 만들었는지 역사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인공지능을 바라본다. 노예제 폐지 운동은 인공지능 인격 논의에 실마리를 주지 않을까?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과 같이 대중문화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은유하는 작품을 만든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도 공감 능력을 측정하는 '보이트-캄프 테스트'로 인간을 식별한다. 여기서 통과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감정 없이 그 대상자를 제거한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여기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쪽은 인간이 아닌가. 이 책은 우리가 미래 기술을 인문학적인 시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그곳에는 철학, 역사, 대중문화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저자의 열린 안목이 있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철학의 바다이다.
3. 대부분의 인격을 논할 때는 '공감'에만 초점을 맞춘다. 말대로 인공지능 인문학을 접했을 때 대부분 그랬었던 거 같다. 저자는 여기서 '공감의 트랙'에서 벗어나 '효율성의 트랙'을 안내한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인공적인 존재이면서 법적 권리를 가진 '법인'이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가 기업체에 법적인 인격을 부여한 이유는 기업에게 인간적인 면을 보았기 때문인가? 아니다, 이것이 실용적이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라고 그러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우리에게 망치로 한대 맞은 듯한 얼얼함을 준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이 문제는 법인이라는 형태로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앞으로는 이것이 도덕적인 논쟁이 아니라 지극히 경제적인 이해관계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우리에게 효율적이면 인공지능 인격체라도 "왜 안 될 리가"라는 관점으로.
4. 인간이란 무엇인가. 챗지피티가 등장하면서 우리가 찬란하다고 느꼈던 창조적 과정도 얄팍한 연산 구조의 일부로 목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인간 의식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른다. 기계가 생각하는지 물을 게 아니라, 인간의 생각이 무엇인지 물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은 예언에도 재능이 없다. 초기 인공지능 연구진이 1955년 다트머스 워크숍에서 세운 거창한 목표도 보기좋게 실패한다. 언제나 우리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예측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기술 발전의 속도와 방향을 확신할 수 없음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이 책은 자극적인 미래 예측을 늘어놓기보다는 비판적이고 성숙한 관점을 키우도록 도와준다. 언젠가 "이것이 인간이다"이라고 정의해 온 모든 게 무너질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이것은 제임스 보일이 건네는 '철학적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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