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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미의 과학 - 다섯 가지 풍미 법칙으로 풀어낸 맛의 비밀
아리엘 존슨 지음, 제효영 옮김 / 푸른숲 / 2025년 11월
평점 :



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요리의 과학을 알려주겠다는 책이 정작 "요리에 정답은 없다,"고 하니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저자는 과학을 엄격한 규칙이나 정답지가 아닌 직관을 기르는 도구로 제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는지 현상만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과학적 지식으로 레시피에 없는 재료로도 어떻게 원하는 맛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 응용하는 식이다. 어찌보면 이것은 창의성에 관한 책이다. 그는 완벽한 예측법을 알려주기 보다는, 재료가 떨어지거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대처하는 스킬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파슬리의 기여하는 산뜻한 풍미를 분석하여 왜 실란트로, 바질이 대신할 수 있는지 우리의 창의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멕시코의 유명 쉐프 산티아고 라스트라는 이러한 방법론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영국 음식을 멕시코 재료로 표현하기 위해 재료들 사이의 유사한 풍미 패턴을 찾는다고 한다. 한 마디로 풍미적 관점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 만난 요리 책 중에서 매우 신선하고 독특하다.
2. 풍미란 단어가 우리가 느끼기에는 다소 추상적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풍미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핵심 아이디어는 "풍미는 분자이며, 4가지 법칙으로 구성된다."이다. 4가지 법칙은 책 목차에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요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현상을 몇 가지 단순하고 보편적인 원리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무서울 게 없지 않을까. 버터에 마늘을 넣고 가열하는 행위, 찻잎을 뜨거운 물에 우리는 행위, 보드카에 과일을 담그는 행위는 모두 겉보기에는 다르다. 하지만 모두 '비슷한 것끼리 녹는다'는 제 3법칙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이다. 우리는 한 가지 기술을 배워도 열 가지 상황에 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강점은 과학책임에도 바로 이러한 풍부한 실용성에 있다.
3. 당연히 요리책이니 각 챕터마다 배운 점을 바로 실습해볼 수 있는 레시피를 제공한다. 냄새 챕터에 있는 '감귤류 껍질로 향을 낸 다시' 레시피를 읽어보자. 다시 국물에는 이미 감칠맛이 풍부하지만 여기에 유자 껍질을 짜내 향기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국물의 맛을 변하지 않았지만 향이 추가 되니 전체적인 풍미가 살아난다. 우리가 알 수 있는 법칙, 향기가 풍미에 주는 영향은 엄청나다. 이 같은 극적인 변화를 직접 요리하면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맛있고 간단한 양상추 샐러드용 드레싱과 기본 규칙'도 흥미롭다. 그는 특정 재료를 얼마나 사용해야하는지 세세한 양을 알려주지 않는다. '산미 + 지방 + 염분'이라는 드레싱의 기본 패턴을 제시하여, 우리가 가진 어떤 재료로도 이 알고리즘에 맞춰 자신만의 드레싱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4. 다채로운 시각 자료가 과학적 지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나트륨이 어떻게 혀 표면으로 침투하여 짠맛 수용체가 반응하는지, 당의 분자 구조에 따라 단맛이 얼마나 강하고 약한지 복잡한 설명 없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직접 그린 듯한 아기자기한 이미지가 정감이 가기도 한다. 글쓰기 톤에서도 이러한 경쾌함을 발견할 수 있다. 초록색 상자로 되어 있는 '시도해보기' 파트에서는 본인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감없이 풀어낸다. 요리를 좋아한다면 정말로 맘에 들어하실 거 같다. 8가지 색다른 풍미의 소금을 만드는 방법 같이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예시들이 정말로 많다. 저자는 화학 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가이자,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인 덴마크 노마에서 수년간 과학 자문을 맡았던 실무 전문가이다. 이렇게 이론과 현장을 깊이 이해하고 풀어낼 수 있는 인물은 몇이 있을까. 세계 최정상 셰프도 그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으니 말이다. 나도 풍미를 창조할 수 있을까. 그만큼 이 책은 대중적이면서도 진부하지 않은 구성으로 나를 이끈다. 단연 돋보이는 요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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