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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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랑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받아본 자만이 사랑할 수 있다는 악순환이 죄라고 말하고 싶다. 결국 자신이 사랑한 방식대로 사랑을 받으며(?) 종지부를 찍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내가 아는 사랑법이 이렇게 초라하구나, 사랑받을만한, 이란 형용사를 내게 대입시킬수 있을 만큼 난 사랑을 받았으며, 또 그만큼 사랑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면, 마구 서글퍼진다. 윤리의 잣대를 픽션에 가져다 대고 싶지 않다. 그건 무모한 짓이다. 다만.... 내 사랑의 방식이 날 파멸시키지 않았음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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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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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파치 언어는 입밖으로 내뱉어진 순간 공기라는 매질 속에서 한껏 왜곡되지 않던가. 나는 늘 너에게 나를 보내어도 닿을 길이 없단말이다. 어차피 인간이 가진 언어의 속성이 그러하다면, 본질을 건드리려는 시도 자체보다는 본질을 한 걸음 차이로 엇비켜가는 언어가 더 나을 듯싶다.

바람이 불어서 추웠다, 가 아니라 바람이 불어서 아팠다...는 식으로 말이다. 바나나의 문체가 그렇다. 바나나의 감성이 그렇다. 아픔을 아프다,고 표현할 길이 없는 주인공은 냉장고라는 엉뚱한 객체를 끌어들여 아픔을 표현한다.

왠지....내가 아프다, 고 말하는 순간 내 현실이 희화화되는 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견딜 수 없을 때, 차라리 가볍게,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채 가벼운 척 하는 것이 차라리 매일 매일을 살아내기가 더 쉽단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한구석에선 늘... 이 가벼움의 가면 뒤에 진짜 나를 읽어주는 눈이 있기를 소망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난 구제불능으로 살아가나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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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수희 옮김 / 열림원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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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하루키 최고의 소설이라는 평에 동의합니다. 90년대 초 하루키 붐이 한국에 막 시작되려고고 할때에 읽은 소설이죠. 윤챕터로 구성되어서 현실의 주인공과 주인공의 환상속의 세계가 번갈아 나오다가 마지막에 이 두개의 결말이 맞물리죠. 환상속에서 주인공은 '꿈읽기'라는 직업을 가지고, 유니콘의 두개골에 쌓인 먼지들을 읽는 일을 합니다.- - 이 이미지는 너무도 강렬해서 전 꿈속에서 말의 두개골을 들여다 보곤 합니다만.

죽음으로써만 분리된 자아가 통합을 이루는 설정이지만, 끝까지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그림자를 지고가는 고귀한 결단이 정말...너무도 길이 많아서 아느 길로 가야할지 모르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사는 현대인들에겐 의미 심장한 메세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세계의 끝에선 자신과 그렇게 마주설 수 있을까요. 난 마주서면 기꺼이 끌어 안을까 모르겠네요. 유니콘이 꾸는 꿈 속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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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장어 스튜 - 2002년 제26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상문학상 작품집
권지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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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거라사 광인 같은 깊은 절망일지언정,날 이 삶에 집착할 수 있게 만드는 무언가 있음 좋겠어,라는배부른 생각...말이다. 바퀴벌레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시각은, 꿈틀 꿈틀 뱀장어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시각은, 이 염,병,할 삶을 콱, 때려치우고 싶다고 습관처럼 되뇌다가도 결국 내 속의 진실은 바퀴벌레 마냥 질긴,뱀장어의 몸부림 마냥 질긴 생존 욕구라는 것을 깨닫는게 아닐까 싶어. 바퀴벌레 알집을 구태여 손으로 터뜨리는 상처 입은 암컷이나,짐승이라도 새끼품은 암컷들은 보면 왠지 서글퍼지는 이 암컷의 심리나별반 차이가 있을까.

세계가 썩은 자궁 같다던 헨리밀러의 소설에선 그래도 그 자궁을 열심히 지향(?) 하더만 ^^; 새끼를 품지 못하는 자궁, 새끼를 떼어버린 자궁에 페니스라도 받아들여 살아있음을 역설적으로 확인해야겠지.모든 여자가 에미는 아니지만,기본적으로 어머니도 아니고 '에미'인 끈적거리는 본능이엄청난 업으로 다가올때가 있지만말야. 그럼에도 살아가는 거구, 살아지니 어떡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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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마법사 1
나루시마 유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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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다른 것이 그리도 큰 십자가인가 과연? 어차피 인간은 아주 조금의 차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요상한 메타볼리즘을 지닌 존재들이 아니던가. 이 몸뚱아리들은 말이다. 결국 아주 조금 다른 존재들이 함께 득실득실 모여 살아내는 세상아닌가 말이다. 때론 같아지라는 집단의 압력에 굴복하고 때론 반항하면서 말이다. 근데...많이 차이나게 다르다고?

집단에 속하는 인간들은 말이다. 너무도 쉽사리 자신들이 의당 짊어져야할 자아라는 짐을 집단에 넘겨버린다...그리고는 책임 지려하지 않는다. 왜 나만 갖고 그래? 하며 모든 인간의 우매함을 인간 집단의 일반적인 특질로 환원시키려고 한다. -- 사특한 것들.쯧쯧. 태어날때부터 그 지극한 차이때문에 어거지로 자아라는 무거운 짐을 질 수 밖에 없었다고? 난 축복이라고 봐...그런식으로든 그짐을 질수 있다면.

이노무 집단 주의적인 한국땅과 일본땅에서는 차이를 지향하는 인간들이 좀 더 많이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아무리 기를 써고 그게 단순히 발가벗고 아버지의 멜론모를 쓰고 거울을 바라보는 정도의 반항기로 끝나고 마는 사비나식의 치기어린 반항이라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中) 그래봤자 부질없다는 생각도 들거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은 맘에 들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의사 소통을 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하고....등등등.

나기는 자신의 동류가 하나도 없으니 차라리 차이를 자각케하는 타자들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외려 자신의 존재를 자연스레 잘 받아들이던데 말야. 역시...이 인간이 지닌 상대성은 운명의 굴레인가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를 지향해야하는. 오,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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