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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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파치 언어는 입밖으로 내뱉어진 순간 공기라는 매질 속에서 한껏 왜곡되지 않던가. 나는 늘 너에게 나를 보내어도 닿을 길이 없단말이다. 어차피 인간이 가진 언어의 속성이 그러하다면, 본질을 건드리려는 시도 자체보다는 본질을 한 걸음 차이로 엇비켜가는 언어가 더 나을 듯싶다.

바람이 불어서 추웠다, 가 아니라 바람이 불어서 아팠다...는 식으로 말이다. 바나나의 문체가 그렇다. 바나나의 감성이 그렇다. 아픔을 아프다,고 표현할 길이 없는 주인공은 냉장고라는 엉뚱한 객체를 끌어들여 아픔을 표현한다.

왠지....내가 아프다, 고 말하는 순간 내 현실이 희화화되는 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견딜 수 없을 때, 차라리 가볍게,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채 가벼운 척 하는 것이 차라리 매일 매일을 살아내기가 더 쉽단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한구석에선 늘... 이 가벼움의 가면 뒤에 진짜 나를 읽어주는 눈이 있기를 소망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난 구제불능으로 살아가나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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