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촌 희망교회 이야기 - 영등포 쪽방촌 광야교회의 기적
임명희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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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희 목사가 만난 그 모든 사람들 중 가장 읽으며 가슴이 아팠던 사람은, 거듭되는 권고와 전도에도 끝까지 '난 내가 싫어요.'하며 음식을 거부하고 술만 마시며 입원 퇴원을 반복하다 행려병자로 죽어간 사람의 이야기 였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고귀한 인간의 형상이 어찌나 파괴되었는지....자신이 싫다는 그 말 한마디에는 더 이상 구원의 여지가 없었다.

차라리, 술마시고 온동네가 뒤집어지도록 소리지르고 깽판치는 인간은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고 관심을 끌고 고쳐달라는 절절한 갈망이라도 있을텐데, 어쩌다 그 사람은 철저하게 자신을 버렸을까... 고통이든 절망이든 아우성을 칠 때에는 역설적으로 살고자 하는 본능도 꿈틀대더만.

차라리, 소리지르며 예수님 앞으로 달려나온 거라사 광인은 구원의 여지가 있다, 는 사실이.... 슬플 뿐이다.

인간의 치사하고 치졸한 악의에 찔림을 받아 인간 공동체 특히, 외려 더 가식적이고 배신감을 더 주는 기독교 공동체에 다시 들어갈 자신이 없는 나로서, 어떻게 그 작고 더러운 인간들과 더불어 살며 전도할 수 있는지 존경스러울 뿐이다. 난 내 자신의 작고 더러운 모습도 용납이 차마 안되는데 말이다. -___-; 그래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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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이성
제인 오스틴 지음, 장지연 옮김 / 글힘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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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나는 내가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으로 사는 꿈을 가꿈 꾼다. (제기랄! 차라리 그리스 시대 레스보스 섬에 사포에게서 시를 배우는 여성을 꿈꾸고 싶건만.) 아마도 20세기를 거쳐 21세기를 한국에서 살아가는 내 자신과 참으로 많이도 동일시를 하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자가 진단을 해보지만 말이다.

빅토리아 시대에 여자로 산다는 건, 신체적으로는 답답한 코르셋을 숨이 막히도록 입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상속권은 있으되 재산권을 행사할 능력은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더구나 젠틀맨 계층의 여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교육은 딱 교양수준으로만 받아 자신의 신분을 자각할 뼈아픈 인식은 있되 절대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대변되는 학문의 정수는 맛볼 수 없으며, 재수가 좋아 (상속받은) 유산이 없다면 먹여살려줄 남자와 결혼하지 않는한, 먹고 살 사회적 수단이란 비루한 남의집살이 선생질(가정교사) 밖에는 없음을 의미한다.

한때 오스틴은 지극히 여성적이고 소소한 결혼 이야기 류의 소설외에 못쓴 '여류'로 폄하되었다. (보라! 남자들은 장대한 장편과 웅장한 세계를 부대로 온갖 모험을 그리는 데도 말이다...--> 사실 웃긴 소리다...ㅎㅎ 울 나라에선 특히 그렇다..울나라 장편의 거봉은 토지(박경리)와 혼불(최명희)이 있는데도 이런 소리하는 비평가들 보면 더욱 우습다) 결혼 이야기만 써서 소소하다고? 작은 세계밖에 못그린다고? 그게 오스틴이 살았던, 오스틴이 활동할 수 있었던 세계의 전부인데도?

오스틴 소설의 결혼은 내겐 절대 로맨틱하지 않다 - 아주 비장하기까지 하다. 지참금 없이 몸뚱이만 가진 여자들이 (차라리 아주 하류라면 정말 뭉뚱아리라도 굴려서 살아보겠건만...어줍지않은 사회적 신분 땜시) 결혼 시장에 똥값되기전에 빨리 자신을 팔지 않으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는 현실이라니...쩝. (참 21세기 어디하고 비슷하지 않은가 ㅎㅎ) 이런 현실 속에서 가진 거란 몸뚱아리와 딴엔 개성이랍시고 분별력만 뛰어난 언니와 감수성만 뛰어난 두 자매가 결국 결혼을 하기는 하는 내용의 소설이다.

보면, 분별력으로 오~래 버틴는 여자가 결국 온갖 반대를 물리치고 귀족 남자(돈있고 신분있는 남자)와 결혼함으로써 승리한다는 내용이라고나 할까....감수성에 목매던 여동생은 질풍노도처럼 사랑에 목숨걸다가, 자기 신분에 걸맞는 여자에게로 돌아선 남자에게 비참하게 배신당하고, 결국 중늙은이에게 시집감으로써 생계수단을 확보한다는 (ㅎㅎ) 줄거리이다.

(아~~ 물론 그 중늙은이 대위도...불쌍킨 하다...영국선 재산은 첫째아들에게 다 물려주고 둘째아들은 해군으로 보내고 세째는 수도원에 보내버렸다..재산이 나누어져서 가문이 몰락하는 걸 막으려고. 그 중늙이이는 해군인걸 보면 둘째 아들인데, 바다에 나가 먼 이국땅서 자수성가하지 않으면 고국에 돌아와 결혼하도 정착할 수 없는 처지이다....젊어서 사랑하던 여인은 그런식으로 놓치고 다 늙어 돈벌어 돌아와 매래앤과 결혼하는 거다...)

한편으론, 질풍노도를 거치고 고요하고 잠잠해진 매리앤이 사뿐이 손내밀어 마찬가지로 풍파를 거친 늙은 남편에게 가는 결혼식은 차라리 행복해보이기 까지 했다. (뭐...이것이 인생이다~~류의 행복이라고나 할까.)

오스틴은..결혼 못해서 (생계수단이 없어)얹혀사는 자신의 처지를 글의 힘으로 승화(?)시킨 의지의 여인이다. 존경한다. 그리고 비루한 삶이지만, 그 삶을 바라보는 따스한 유머란....정말로 위대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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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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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별점은 네개 줄련다. 왜 다른이들이 번역이 우수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 번역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 번역에서 별점 하나를 깎아야만 하겠다. 서걱거리는 번역 - 문장이 유려하지 못해서 흡입력이 없고, 자꾸만 데면데면 문자 자체로 시선이 돌아가는 번역이다. 전문가들이 주로 번역을 하는 에스에프 분야가 아니있으면 이러나 한국말 문장력으로 절대 번역 할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의 번역보다는 그간 쌓인 내공이 있어 훨 낫다. 플레이보이 걸작선은 읽다가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왔다...) 몇몇 단편은 마무리의 반전이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됐다. 번역이 중의적인 의미를 놓친게 아닌가 싶다.

젤라즈니로 돌아가서, 난 단편, 개인적으로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는 별로이다. 지극히 백인중심, 남성중심적 시각이 팽배하다. 화성인을 이질적인 문화의 유색인종으로 대치해 놓고 보면 더욱 그렇다. 불임인 (왜소한) 외계인종 남성들과 그렇지 않은 앵글로색슨 남성이라니 말이다. 전도서 역시 세상을 살만큼 산 아비가 아들에게 남기는 내용이 아닌가....그런 가부장적인 메세지를 여성 회의에 난입해 낭송하는 저의는 뭐란말인가. 가부장이 한탄하는 헛되고 헛되니...해아래 새로운 것은 없도다, 라는 탄식은, 결국 가임능력을 잃어버린 화성 남성들에 대한 탄식인 로카서와 병치되고 있지 않은가. 오호라. 결국 남성 중심적인 인생의 가장 헛됨은 가임 능력의 상실이라는 것인가.

그리고, 여성이 주를 이루는 화성은 지구 남성의 가임능력으로 구원을 받는다가 주제인가. 하지만, '불가해한' 여성에 의해 거절 당하고 돌아서는 남성이라니.ㅎㅎ 젤라즈니의 여성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앰버에서도 여성은 '카오스' 출신의 '부정형'의 존재로 그려지더만. 젤라즈니여, 사랑스런 지성과 번뜩이는 통찰력을 가진 당신같은 매력적인 남성이 어찌 여성을 100% 이해하기위한 감수성은 부족한 것인가. 내, 당신처럼 위대한 지성을 만나면 그 지성 하나만으로 나홀로 '짝사랑'에 빠져버리는 우스꽝스럽고 주책스러운 감수성의 소유자임을 고백할 수 밖에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야 - 이게 여자라네 ^^ 하지만, 미들마치에 보면, 존 로크의 반려가되겠다는 가당치도 않은 환상으로 그마마한 이성을 지닌 (듯 보이는) 남자와 결혼해 인생을 망치는 도로시아,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가. ㅎㅎ 자고로 로맨스를 많이 읽는 여자들은 주의할지니.

(영어 직역 표현으로 마무리 하자면) 그래도 나는 젤라즈니를 사랑하기를 멈출 수가 없을것이야. 그리하여, 내 리뷰의 제목조차도 순정만화 제목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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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 1
마키무라 사토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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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마츠코의 캐랙터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어릴 적 의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상처, 그런 딸을 보호해주지 못한 나약한 친모에게 느꼈을 분노...이 모든 상처를 끌어안고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 관대해지는 강인함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모두 생략되어 있지만 말이다. 딸인 유우에 비해 어머니인 마츠코가 무책임하고 방종스럽다고 느끼는 분들은, 아직도 어머니는 인간이 아니라 철인이라는 환상을 깨지 못한 거라 생각한다.

자신에게 무책임할 정도로 관대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강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경지이다. 난 힘든 일이 있으면 숨긴다. 울고짜는 자기연민을 스스로가 견딜 수가 없어서 말이다. 그러다 한번씩 무너지면 한동안 자괴감이 참으로 씁쓸하다.ㅎㅎ 이 책을 읽고 그렇게 무너져 버렸다면야...참 그 또한 무색하지만 말이다.

사실 유우나 마츠코나 난 너무도 비슷해 보인다. 가정적인 여자나 성공한 직업 여성이나 결국은 한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난 후자 쪽에서 늘 전자를 동경하지만 (동시에 동경으로만 그치기를 내심 원한다..현실을 제발 되지 않기를...) 내 속에 묻혀 발휘될 기회를 얻지 못했고, 앞으로도 얻지못할 그저 아스라히 그리운 내 지극히 '여성다운' 여성성이라고 해 두자, 쩝.

둘 다...과거의 상처가 있었기에 현재의 이 모습이 있다고 긍정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사실은 똑같다. 사실 내 인생을 지탱하는 힘또한 그게 아닌가 싶다. 다만 그들처럼 현실을 지극히 살아있는 느낌으로 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지.

하지만...마츠코와 그 연인의 관계는 너무도 이상적이다 못해 비현실적이다. 마츠코는...이 세상의 남자 80%와는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고 남은 20%도 너무도 커뮤니케이션하기 힘들다고..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사실 난 그 20%란 퍼센트에 대해 마츠코가 너무 관대하다고 말하고 싶으니까.

'이기고' 싶다는 유치한 승부욕이 주된 동기처럼 얼핏 얼핏 내비쳐지는 남자들은 옆에서, 직장에서 볼때마다....그래, 사실 한편으론 아직도 누가 더 딱지를 더 많이 따나 골똘하는 유치한 어린 애들을 보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한편으론 늘 수컷끼리 세력 다툼을 하는 동물의 왕국 한편을 보는 것같은 더러운 기분도 들고 말이다. 난 사실 남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99% 포기했다. 1%는 남겨둔다....- 울 아들내미.아직 스폰지 같아서 세상보는 방식에 내가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 아들이 1%다.

이 만화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다만 상대로 등장하는 남자들이 찾아내기 너무도 힘든 희귀종, 들이다. 그런 희귀종을 찾아냈다,는 가정 위에서만 이 만화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 그래....수박밭에서 참외 고르기, 라고 생각함 된다. 말통하는 남자 찾기란. 근데 또....살다보면 말통하는 것 가지고만 해결이 도저히 안되는 것도 많고 말이지.

가장 좋은 해결책은 스스로 충만한 둥근 항아리가 되어야 하는거지. 마츠코는 사실 그 이상이다. 혼자 서는 충만함 - 자신이 얼만큼 강한지 스스로 느끼는 것...에서 나는 위태위태 한 수준인데, 그래서 아직 누군가에게 손을 뻗어 성장시키고 함꼐 성장하는 수준이 절대 못되는 데 말이다. 마츠코는 해내고 있지 않는 가 말이다.

난 내가 여자라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럴떈.어릴땐 자조적으로ㅡ남자보다는 천국에 들어가기 좋은 조건이라 좋다, 고 생각했었지만, 세상에 태어나 소수자로 살아 본 경험을 해보고 거기서 배울 수 있는 멋진 삶의 조건이 아닌가 말이다. 차별받아보고, 억울해 보고, 이용당해보고, 인격이 없는 존재로 취급 당해보고, 그거에 분노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힘들어 하는 다른이들에게 내 아파본 아픔으로 상대의 아픔을 손을 내밀 수 있는 축복의 조건이 아니던가 말이다. 백인이 아니라, 남자가 아니라, 그래서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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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렐라 1
요우 히구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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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자레 보르지아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얻고 싶으시다면, 시오노 나나미의 르네상스의 여인들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거기 불운의 여인 루크레치아와 체자레의 이야기가 나오죠. 음..사실은 형인 페드로조 체자레가 암살했다는 구절도 있구요. 개인적으로는 성을 포위하고 공격하고 아이들을 인질로 잡아 죽이겠다고 항복하라고 하는 체자레 들에게 치마를 들추며... '난 이것만 있음 애들은 더 낳을 수 있다'고 큰 소리를 뻥뻥 쳤던 (이름이 뭐였더라.....-___-;) 한 군주의 미망인이 더 기억에 남네요.^^;(용감도 하여라....) 체자레...그 야심에도 불구하고 헛되이 열병에 걸려 죽습니다. 역시 인간은 유한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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