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이성
제인 오스틴 지음, 장지연 옮김 / 글힘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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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나는 내가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으로 사는 꿈을 가꿈 꾼다. (제기랄! 차라리 그리스 시대 레스보스 섬에 사포에게서 시를 배우는 여성을 꿈꾸고 싶건만.) 아마도 20세기를 거쳐 21세기를 한국에서 살아가는 내 자신과 참으로 많이도 동일시를 하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자가 진단을 해보지만 말이다.

빅토리아 시대에 여자로 산다는 건, 신체적으로는 답답한 코르셋을 숨이 막히도록 입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상속권은 있으되 재산권을 행사할 능력은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더구나 젠틀맨 계층의 여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교육은 딱 교양수준으로만 받아 자신의 신분을 자각할 뼈아픈 인식은 있되 절대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대변되는 학문의 정수는 맛볼 수 없으며, 재수가 좋아 (상속받은) 유산이 없다면 먹여살려줄 남자와 결혼하지 않는한, 먹고 살 사회적 수단이란 비루한 남의집살이 선생질(가정교사) 밖에는 없음을 의미한다.

한때 오스틴은 지극히 여성적이고 소소한 결혼 이야기 류의 소설외에 못쓴 '여류'로 폄하되었다. (보라! 남자들은 장대한 장편과 웅장한 세계를 부대로 온갖 모험을 그리는 데도 말이다...--> 사실 웃긴 소리다...ㅎㅎ 울 나라에선 특히 그렇다..울나라 장편의 거봉은 토지(박경리)와 혼불(최명희)이 있는데도 이런 소리하는 비평가들 보면 더욱 우습다) 결혼 이야기만 써서 소소하다고? 작은 세계밖에 못그린다고? 그게 오스틴이 살았던, 오스틴이 활동할 수 있었던 세계의 전부인데도?

오스틴 소설의 결혼은 내겐 절대 로맨틱하지 않다 - 아주 비장하기까지 하다. 지참금 없이 몸뚱이만 가진 여자들이 (차라리 아주 하류라면 정말 뭉뚱아리라도 굴려서 살아보겠건만...어줍지않은 사회적 신분 땜시) 결혼 시장에 똥값되기전에 빨리 자신을 팔지 않으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는 현실이라니...쩝. (참 21세기 어디하고 비슷하지 않은가 ㅎㅎ) 이런 현실 속에서 가진 거란 몸뚱아리와 딴엔 개성이랍시고 분별력만 뛰어난 언니와 감수성만 뛰어난 두 자매가 결국 결혼을 하기는 하는 내용의 소설이다.

보면, 분별력으로 오~래 버틴는 여자가 결국 온갖 반대를 물리치고 귀족 남자(돈있고 신분있는 남자)와 결혼함으로써 승리한다는 내용이라고나 할까....감수성에 목매던 여동생은 질풍노도처럼 사랑에 목숨걸다가, 자기 신분에 걸맞는 여자에게로 돌아선 남자에게 비참하게 배신당하고, 결국 중늙은이에게 시집감으로써 생계수단을 확보한다는 (ㅎㅎ) 줄거리이다.

(아~~ 물론 그 중늙은이 대위도...불쌍킨 하다...영국선 재산은 첫째아들에게 다 물려주고 둘째아들은 해군으로 보내고 세째는 수도원에 보내버렸다..재산이 나누어져서 가문이 몰락하는 걸 막으려고. 그 중늙이이는 해군인걸 보면 둘째 아들인데, 바다에 나가 먼 이국땅서 자수성가하지 않으면 고국에 돌아와 결혼하도 정착할 수 없는 처지이다....젊어서 사랑하던 여인은 그런식으로 놓치고 다 늙어 돈벌어 돌아와 매래앤과 결혼하는 거다...)

한편으론, 질풍노도를 거치고 고요하고 잠잠해진 매리앤이 사뿐이 손내밀어 마찬가지로 풍파를 거친 늙은 남편에게 가는 결혼식은 차라리 행복해보이기 까지 했다. (뭐...이것이 인생이다~~류의 행복이라고나 할까.)

오스틴은..결혼 못해서 (생계수단이 없어)얹혀사는 자신의 처지를 글의 힘으로 승화(?)시킨 의지의 여인이다. 존경한다. 그리고 비루한 삶이지만, 그 삶을 바라보는 따스한 유머란....정말로 위대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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