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둘레길 2 : 해파랑길, 남파랑길 - 길 위의 이야기를 찾아 걷다 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둘레길 2
이화규 지음 / 나무발전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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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시안에서 로마에 이르는 실크로드 길을 대부분 답사했고,

4520km 코리아 둘레길 전 구간을 완성한 그랜드슬램의 소유자로

둘레길만 7000km 이상을 완보한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그리워하며

카미노 블루를 앓을 일이 아니라 코리아 둘레길을 알리기로 했다.

284개 코스의 코리아 둘레길을 천천히 걸으며 기록하여

DMZ 평화의 길을 다룬 <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 둘레길>에 이어

이번엔 해파랑길과 남파랑길을 다룬 <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 둘레길2>을 내놓았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750km에 이르는 해파랑길과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전남 해남 땅끝탑까지 이어지는 1470km의 남파랑길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코리아 둘레길이 걷기 길로서 자리를 잡았지만 구간에 따라

아직 숙식 인프라가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걷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보완될 것이니

연대의식과 길 위의 이야기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는 책인 것 같다.

알고 보면 땅덩이는 좁아도 우리나라도 너무나 아름다운 땅이기에

천천히 둘레길을 걸으면 산티아고 못지않게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서해랑길 출간 작업을 마치면 코리아 둘레길 작업이 종료된다고 하니

후속작도 기대가 되었다.

부산에 살면서도 범일동 부산진성에 가보지 않았는데 한번 가 봐야 되겠다.

현재 자성대공원 일대인 이곳은 임진왜란의 첫 포성이 올렸던 격전지라고 한다.

18000명의 왜군에 맞선 정발장군은 800여 명의 국민과 함께 결사항전했다고 한다.

승산 없는 싸움이고 예견된 죽음이었으나 그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총탄을 맞고 전사한 정발장군의 충절을 기리는 전공단이 위치해 있단다.

근처에 이중섭 거리도 있다고 하니 한번 가보면 좋을 것 같다.

1950년 전쟁을 피해 원산에서 내려온 이중섭은 범일동 산비탈 판잣집에서 2년여를 보냈다고 한다.

생존 자체가 전쟁이 된 시대, 피난민에게 삶의 터전이었던 1.4 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이중섭은 웅크린 채 붓을 잡았다. 지독한 가난과 절망의 시간 동안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낸 후 사무치는 그리움 속에서

<소>, <범일동 풍경>과 같은 걸작이 탄생했다.

담뱃갑 은박지에 송곳으로 눌러 그은 은지화에는 가족을 향한 그의 뜨거운 입김이 서려 있다.

캔버스가 없으면 종이에 그리고 종이가 없으면 담뱃갑 은종이에 그리고

물감이 없으면 몽당연필로 그리고 그마저 없으면 손톱으로 꾹꾹 눌러 그렸던

예술혼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가까운 부산 내의 둘레길부터 천천히 시작해서 해파랑길을 먼저 완보하고,

남파랑길도 도전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걷는이의축복코리아둘레길2 #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남파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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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2 -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2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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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잠든 채로 사람을 죽인 파크스 사건은 몸 안에 의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몸이 움직이면 마음도 그곳에 있고, 손이 무언가를 쥐면 의지도 함께 작동한다고 믿지만,

몽유병은 그 믿음에 작은 균열을 말해준다. 몸은 움직였지만 판단은 따라오지 못했을 수도 있고,

행동은 이어졌지만 기억은 남지 않았을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불편해졌다.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명백한 악의를 품은 것도 아니고, 평소 폭력적이지도 않은 사람이

몽유병으로 그 순간 의식이 작동하지 않았고 저지를 살인은 단순히 기괴한 이야기가 아니라,

의식이 비어 있는 동안의 행동의 주인은 누구일까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우리는 있지도 않았던 기억을 하기도 한다.

어떤 기억의 조건을 반복한 연구에서 없던 기억을 진짜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어릴 때 동물들에게 공격당했다는 식의 더 강렬한 기억,

심지어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장면조차 사람들은 그럴듯한 기억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어릴 때 크게 탈이 났다는 가짜 기억을 심으면

그 사람은 나중에 음식을 고를 때 예전보다 더 꺼리는 반응을 보인다.

없던 기억이 나중의 선택까지 바꾼 것이다.

상담자가 처음부터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질문을 반복하면

사람은 자기 기억에서 그에 맞는 장면을 찾으려 할 수 있다.

실제로 없던 장면까지 기억처럼 만들기도 한다.

암시하는 질문이 반복되면 사람은 일어나지 않는 일을 자기 기억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기억이 본인에게는 진짜 기억과 거의 똑같이 느껴지기 때문에

고통이 진짜라고 해서 그 기억 속 장면이 반대로 반드시 그대로 실제였다는 뜻이 아니다.

나의 또렷한 어린 시절이 정말 그 순간 직접 본 것인지 앨범 속 사진과

식구들이 수십 번 들려준 이야기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냥 내 기억에 또렷하니까 진짜라고 여길 뿐이다.

하지만 실험에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없던 일을 디테일까지 붙여서 진심으로 기억해 냈다는 점이

무섭게 느껴졌다. 우리는 기억을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처럼 여긴다.

시간이 지나 조금 흐려질 수도 있고 머릿속 어딘가에 있는 그날의 장면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기억은 사진처럼 보관되지 않고 기억을 꺼낼 때마다 조금씩 다시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억의 선명함은 사실의 증거가 아니다.

다들 자기 기억이 맞다고 믿지만 불편한 건 모두가 조금씩 틀렸을 수도 있다는 점을 떠올리니,

늘 신중하게 한 번 더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현재의 말과 감정과 상상으로 조금씩 다소 다시 맞추기 때문에

가장 확실하다고 믿는 내 과거조차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한 내 것만은 아닐 수 있다니,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확신은 기억이 맞다는 신호가 아니다. 확신은 반복 속에서 자란다.

틀린 기억 위에서도 확신은 얼마든지 자랄 수 있음을 알고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심리와 역사, 범죄, 전쟁, 뇌과학, 철학을 넘나들며

우리가 믿어온 '정상'과 '합리성'의 허상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실험과 사례를 모아보니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신을 속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되면서,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함부로 단언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위험한인문학 #다크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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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시간 웅진 모두의 그림책 83
베르나데트 제르베 지음, 신유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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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벨기에 그림책 작가인 저자는 자연과 생명의 변화, 시간의 흐름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그림책으로

주목받아왔다. 자연관찰 논픽션 시리즈로 유명하고, <네번의 시간>으로는

2021년 벨기에 아동문학상인 리비릿상 그림책 부문 수상을 했다고 한다.

1, 2, 3, 4 한 바닥 속 네 컷의 그림을 통해 무심코 지나치는 자연의 일부와

시간의 흐름을 포착해내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팽이가 움직이는 장면을 유심히 살펴본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달팽이 그림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왼쪽에 있는 글을 읽고 상상한 다음 오른쪽 그림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

1. 달팽이가

2. 오오오...

3. 오오오...

4. 오오오온다.

최선을 다해서 지나가고 있는 달팽이 지나가는 모습은 네 컷에 다 담기지 못한다.

네 번째 장면에서 달팽이의 전체 모습은 볼 수가 없다.

더 재미 있는 것은 달팽이1 이란 제목을 가진 이 그림 뒤쪽에 달팽이4까지 있다는 것이다.

1. 달팽이가

2. 떠나아아...

3. 아아아아...

4. 가아아안다.

달팽이4에서는 달팽이가 떠나가고 있으니, 역시 네 번째 장면에서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작가의 재치와 함께 내가 놓치고 살아가는 많은 순간들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역시 그림책 작가는 어른들은 잃어버린 동심을 간직하고 있어서 그런지

구름이 지나가고, 꽃봉오리가 열리고 오므라든 꽃이 피어나는 장면을,

나뭇가지를 물고 온 어미 새가 마침내 둥지를 완성해내는 장면을,

달팽이가 버섯을 배불리 먹고 떠나는 장면을, 고양이가 지나가는 장면도

사랑스럽게 포착해낸다.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장면 뿐만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나는 것도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머릿 속이 갑자기 멍~한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책이었다.


#그림책 #베르나데트제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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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을 꽃이라 부르고 싶다
인향만리 지음 / 하늘아래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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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꽃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감정과 심리, 삶의 흔들림을 섬세하게 담아낸 책이다.

단순한 꽃말이 아니라 꽃 한 송이에 담긴 사랑의 시작, 설렘, 열정, 기다림, 그리움,

이별, 회복, 용기와 같은 마음의 결이 담겨 있어 정말 힐링이 되었다.

지금 내 마음이, 내 감정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조용히 들여다보게 되는 책이었다.

반가운 꽃도 있고 처음 보는 꽃도 있고 추억의 꽃도 있고,

꽃은 언제 보아도 기분이 좋아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꽃 이름이 이거였구나 알게 되기도 하고, 꽃 세밀화가 흑백으로 수록되어 있어

이 꽃은 무슨 색이었는지 가물가물할 때는 검색해서 찾아도 보고 하면서

그야말로 읽는 내내 힐링의 시간이었다.

오래간만에 꽃차를 꺼내 음미하면서 꽃의 언어로 마음을 읽고,

채색으로 감정의 온도를 물들여보는 시간을 가지니 정말 마음이 정화되었다.



메리골드는 떠난 계절 뒤에도 마음에는 향기가 남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꽃이다.

겹겹이 둥글게 맺힌 황금빛 꽃송이들이 노을을 한줌씩 빚어놓은 듯 풍성하고

짙게 번지는 향기는 지나간 날의 웃음이 문득 되살아나는 기억처럼 따뜻하단

저자의 말이 와닿았다. 시들어가는 계절 속에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정열의 잔광을 머금고 있는

메리골드를 보면서 끝난 감정은 모두 사라져야 하는 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별과 끝맺음이란 모든 것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한때의 사랑이 여운이 되어

오래 마음을 밝혀주기도 한다. 어떤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안에서 또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문득 떠오르는 미소 하나, 오래 전 말 한마디에 다시 따뜻해지는 일,

끝났어도 여전히 삶을 환히 비추는 기억들, 감정은 그렇게 흔적이 되어 우리를 지탱한다.

안스리움이 참 멋없게 생긴 꽃이라고 생각했는데 광택이 흐르는 붉은 꽃잎은

심장이 그대로 형상을 얻어 피어난 듯 선명하고, 중심에서 곧게 솟은 꽃대는 주저없는 고백이

하늘을 향해 뻗는 창끝처럼 당당하다는 표현을 들으니 다르게 보였다.

머뭇거림 없이 자신의 존재를 선언하는 멋진 꽃으로 말이다.

매끈하고 강렬한 자태에서 감춤보다 표현을 택한 생의 기세를 발견한 저자의 감성이 놀라웠다.

우리는 진심을 숨기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좋아하는 마음도,

하고 싶은 말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 접어두곤 하는데,

지나치게 감춘 감정은 스스로의 존재마저 흐리게 만든다.

기쁘다는 말을 솔직히 전하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늦지 않게 건네고

원하는 삶을 분명히 말하는 것은 중요하다.

안스리움은 진심이란 숨겨둘수록 안전한 비밀이 아니라 세상 앞에 드러낼 때

비로소 제 온기로 타오르는 심장의 언어임을 보여준다는 저자의 말을 들으니,

활기차고 단단하며 그늘 속에서도 결코 광택을 잃지 않는 안스리움의 대담함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자잘한 꽃송이들이 둥글게 모여 피어난 수국은 수많은 생각들이 원을 이루며 서로를 감싸는 풍경처럼

풍성하고 푸름과 자줏빛 연분홍이 스미는 색채는 하늘과 노을이 한순간 만나 빚어 낸 장면처럼

오묘하다는 표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나의 꽃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조각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움을 이루는 수국을 보면서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깊고 다면적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종종 사람의 마음을 쉽게 단정하려 한다.

좋으면 웃고 슬프면 울고 사랑하면 망설임이 없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사람의 감정은 늘 한가지 얼굴만 하고 있지는 않다.

기뻐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웃는 얼굴로 외로움을 숨기고 사랑하면서도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마음은 그렇게 복잡하기에 더 진실하다.

수국은 진심이란 한 가지 색으로 고정된 감정이 아니라 수많은 빛깔이 겹쳐져

한 사람의 마음이 되는 일임을 보여준다. 홀로 피지 않고 서로를 지탱하는 꽃잎들이 교향곡을 이루어

하나의 걸작을 만들어내는 수국을 보면 앞으론 복합적인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

해가 저문 뒤 노란 꽃잎이 밤하늘에 작은 등불 하나가 켜지는 것처럼 경이로운 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다. 고독한 시간을 이해하는 다정한 기품이 서려있는 달맞이 꽃을 보며

좋은 순간은 밝은 때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밤에서도 더 깊어짐을 말하는

저자가 시인처럼 느껴졌다. 실패 뒤에 자신을 다시 믿고 외로운 밤에도 내일을 준비하고

눈물 끝에서 다시 미소를 배우고 삶은 그런 시간 속에서 더 깊어지고,

성장은 어두운 시간에 지나며 찾아온다는 말에 위안이 되었다.

희망이란 환한 낮에만 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어두운 밤에도 자신의 빛을 여는 마음임을

달맞이꽃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다. 달맞이꽃은 아침 햇살을 결코 부러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진정한 영광은 은빛 달빛 아래 머물러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이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하고, 삶의 방향을 바꾸며,

마음 속에 오래 남는 문장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글을 쓰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힐링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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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뇌과학 : 불안과 잘 지내고 싶은 당신에게 - 무기력과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뇌과학 처방전
조용한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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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무기력은 나약함이 아니라고 살아남기 위한 뇌의 신호라고,

불안한 나에게 무기력해도 괜찮다고 다시 일어서면 된다고

다정하게 토닥토닥여주는 뇌과학적 처방전이었다.

노력이라는 단어가 갈 길을 잃은 채 허망한 메아리가 되어 자꾸만 돌아오는

거대한 절벽 앞에 계속 서 있다 보면, 초라한 나의 모습에 한없이 작아짐을 느낀다.

점점 더 고립되어 가고 침묵하게 되는 것이 도태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파멸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선포한 최후의 비상상태이자

외부의 공격과 내부의 자책으로부터 생명을 지켜내기 위한 뇌의 생존 파업이라는 말을 들으니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다시 일어서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처절하고도 본능적인

신경학적 저항이라며, 왜 지금 이 자리에 멈춰 서 있는지, 왜 자꾸만 세상으로부터 뒷걸음질 치는지를

해석해 주니까 무너지지 말라고 꼭 껴안아 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되었다.

그야말로 따뜻한 뇌과학적 처방이라 힘을 낼 수 있어 좋았다.

내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나의 뇌가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버려서

사소한 일상도 초고난도 과업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번아웃된 뇌가 싸구려 도파민에 의지해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는 것을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나의 뇌는 결함 덩어리가 아니라 척박한 환경 속에서 나를 살려내려고

고군분투해온 가장 충실한 파트너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마음의 짐이 정말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나를 살리기 위해 애써 온 나의 뇌와 다정하게 마주하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인간의 뇌는 진화론적으로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대조하고 저울질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문명화되지 않았던 시절, 우리 조상에게 무리 내에서의 위치는 곧 생사의 갈림길이었다.

서열이 높으면 사냥해온 고기의 가장 좋은 부위를 먼저 배분받고

적이 침입할 때 동굴 안쪽에 가장 안전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남들보다 뒤처지는 신호를 감지하며 마치 맹수를 만난 것처럼

비상벨이 울리도록 진화했다. 우리가 남의 성공 소식에 가슴이 철렁하고 잠을 설치는 이유다.

타인보다 조금 더 나은 성과를 내거나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느낄 때 복측 선조체에서 도파민이라는

강력한 행복물질을 뿜어낸다. 문제는 이 엔진이 거꾸로 작동할 때다.

내가 타인보다 뒤쳐진다는 정보가 입력되면 엔진은 보상 신호를 뚝 끊고 강력한 스트레스 신호를 올린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뇌과학적으로 맞는 말이다.

단순히 부럽다는 감정만 느끼는 게 아니라 타인의 행복 앞에서 신체적 고통을 느끼게 된다.

전대상 피질이 유독 민감하게 활성화되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다.

뇌는 심리적 상처와 물리적 상처를 구분하지 않는다.

질투는 감정을 넘어 몸이 부서지는 아픔과 동일한 사건이다.

뇌는 영리하고 잔인한 부위라서 해결되지 않는 고통이 장기화되면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감각을 저하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결국 무기력증과 열등감은 신경학적 차단의 결과이다.

나태해서가 아니라 추가적인 심리적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뇌가 스스로 반응 스위치를 내린 생존전략인 것이다.

이타주의는 심혈관 건강을 지키고 생명의 시계를 천천히 흐르기 흐르게 한다는 점에서

남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나를 살리기 위한 영리한 본능으로 볼 수가 있다.

옥시토신은 타인을 구원함과 동시에 우리 자신의 존엄을 되찾게 한다.

이타주의는 숭고한 성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고립의 늪에 빠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영리하고 지혜로운 생존전략이다.

사회적 기여는 마비되었던 전전두엽을 깨우는 훌륭한 마중물이다.ㄴ

나의 뇌 용량이 가득 찬 하드 디스크처럼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간의 뇌는 평생 진화한다. 성인이 되어도 새로운 경험과 학습에 따라

뇌가 성장하는 사실은 입증되었다. 반복의 경험이 특정한 뉴런과 뉴런 사이의 연결을

굵고 튼튼한 고속도로로 만들고 시냅스를 강화한다.

신경회로가 재구성되고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영역에선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은 배울수록 그리고 낯선 환경에 부딪힐수록 실제로 뇌의 지형이 달라진다.

인간의 뇌는 고장 난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시대에 맞춰 스스로 창조하는 역동적인 유기체이다.

인간의 뇌는 진화적으로 타인과 끊임없이 교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정한 미소를 지어도 우리 뇌는 속지 않는다.

거울뉴런은 나와 같은 체온을 지닌 진짜 인간과 눈을 맞출 때만 강렬하게 불타오른다.

가짜 위로를 건네는 차가운 알고리즘 앞에서는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다.

기계적인 노동은 AI에게 넘겨주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진짜 공감을 향해 도약해야 한다.

한 사람의 위기를 감지하고 즉각 반응하는 사회적 전두엽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함을,

뇌과학적으로 알려주는 책이었다.

단절된 신경망을 복구할 옥시토신, 성취감을 일깨울 도파민, 평온을 되찾을 세로토닌이

서로를 잇는 마음이라는 이름으로 제조되어야 함을,

우리 사회가 더 촘촘한 공명의 시냅스로 연결되어야 함을 알려주는 다정한 책이었다.

약함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넘어져도 괜찮다고 뇌친화적으로 위로해 주는 책이라

위안이 많이 되었다.



#다정한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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