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2 -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2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잠든 채로 사람을 죽인 파크스 사건은 몸 안에 의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몸이 움직이면 마음도 그곳에 있고, 손이 무언가를 쥐면 의지도 함께 작동한다고 믿지만,

몽유병은 그 믿음에 작은 균열을 말해준다. 몸은 움직였지만 판단은 따라오지 못했을 수도 있고,

행동은 이어졌지만 기억은 남지 않았을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불편해졌다.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명백한 악의를 품은 것도 아니고, 평소 폭력적이지도 않은 사람이

몽유병으로 그 순간 의식이 작동하지 않았고 저지를 살인은 단순히 기괴한 이야기가 아니라,

의식이 비어 있는 동안의 행동의 주인은 누구일까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우리는 있지도 않았던 기억을 하기도 한다.

어떤 기억의 조건을 반복한 연구에서 없던 기억을 진짜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어릴 때 동물들에게 공격당했다는 식의 더 강렬한 기억,

심지어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장면조차 사람들은 그럴듯한 기억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어릴 때 크게 탈이 났다는 가짜 기억을 심으면

그 사람은 나중에 음식을 고를 때 예전보다 더 꺼리는 반응을 보인다.

없던 기억이 나중의 선택까지 바꾼 것이다.

상담자가 처음부터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질문을 반복하면

사람은 자기 기억에서 그에 맞는 장면을 찾으려 할 수 있다.

실제로 없던 장면까지 기억처럼 만들기도 한다.

암시하는 질문이 반복되면 사람은 일어나지 않는 일을 자기 기억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기억이 본인에게는 진짜 기억과 거의 똑같이 느껴지기 때문에

고통이 진짜라고 해서 그 기억 속 장면이 반대로 반드시 그대로 실제였다는 뜻이 아니다.

나의 또렷한 어린 시절이 정말 그 순간 직접 본 것인지 앨범 속 사진과

식구들이 수십 번 들려준 이야기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냥 내 기억에 또렷하니까 진짜라고 여길 뿐이다.

하지만 실험에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없던 일을 디테일까지 붙여서 진심으로 기억해 냈다는 점이

무섭게 느껴졌다. 우리는 기억을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처럼 여긴다.

시간이 지나 조금 흐려질 수도 있고 머릿속 어딘가에 있는 그날의 장면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기억은 사진처럼 보관되지 않고 기억을 꺼낼 때마다 조금씩 다시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억의 선명함은 사실의 증거가 아니다.

다들 자기 기억이 맞다고 믿지만 불편한 건 모두가 조금씩 틀렸을 수도 있다는 점을 떠올리니,

늘 신중하게 한 번 더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현재의 말과 감정과 상상으로 조금씩 다소 다시 맞추기 때문에

가장 확실하다고 믿는 내 과거조차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한 내 것만은 아닐 수 있다니,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확신은 기억이 맞다는 신호가 아니다. 확신은 반복 속에서 자란다.

틀린 기억 위에서도 확신은 얼마든지 자랄 수 있음을 알고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심리와 역사, 범죄, 전쟁, 뇌과학, 철학을 넘나들며

우리가 믿어온 '정상'과 '합리성'의 허상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실험과 사례를 모아보니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신을 속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되면서,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함부로 단언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위험한인문학 #다크모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