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에서 로마에 이르는 실크로드 길을 대부분 답사했고,
4520km 코리아 둘레길 전 구간을 완성한 그랜드슬램의 소유자로
둘레길만 7000km 이상을 완보한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그리워하며
카미노 블루를 앓을 일이 아니라 코리아 둘레길을 알리기로 했다.
284개 코스의 코리아 둘레길을 천천히 걸으며 기록하여
DMZ 평화의 길을 다룬 <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 둘레길>에 이어
이번엔 해파랑길과 남파랑길을 다룬 <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 둘레길2>을 내놓았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750km에 이르는 해파랑길과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전남 해남 땅끝탑까지 이어지는 1470km의 남파랑길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코리아 둘레길이 걷기 길로서 자리를 잡았지만 구간에 따라
아직 숙식 인프라가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걷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보완될 것이니
연대의식과 길 위의 이야기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는 책인 것 같다.
알고 보면 땅덩이는 좁아도 우리나라도 너무나 아름다운 땅이기에
천천히 둘레길을 걸으면 산티아고 못지않게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서해랑길 출간 작업을 마치면 코리아 둘레길 작업이 종료된다고 하니
후속작도 기대가 되었다.
부산에 살면서도 범일동 부산진성에 가보지 않았는데 한번 가 봐야 되겠다.
현재 자성대공원 일대인 이곳은 임진왜란의 첫 포성이 올렸던 격전지라고 한다.
18000명의 왜군에 맞선 정발장군은 800여 명의 국민과 함께 결사항전했다고 한다.
승산 없는 싸움이고 예견된 죽음이었으나 그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총탄을 맞고 전사한 정발장군의 충절을 기리는 전공단이 위치해 있단다.
근처에 이중섭 거리도 있다고 하니 한번 가보면 좋을 것 같다.
1950년 전쟁을 피해 원산에서 내려온 이중섭은 범일동 산비탈 판잣집에서 2년여를 보냈다고 한다.
생존 자체가 전쟁이 된 시대, 피난민에게 삶의 터전이었던 1.4 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이중섭은 웅크린 채 붓을 잡았다. 지독한 가난과 절망의 시간 동안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낸 후 사무치는 그리움 속에서
<소>, <범일동 풍경>과 같은 걸작이 탄생했다.
담뱃갑 은박지에 송곳으로 눌러 그은 은지화에는 가족을 향한 그의 뜨거운 입김이 서려 있다.
캔버스가 없으면 종이에 그리고 종이가 없으면 담뱃갑 은종이에 그리고
물감이 없으면 몽당연필로 그리고 그마저 없으면 손톱으로 꾹꾹 눌러 그렸던
예술혼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가까운 부산 내의 둘레길부터 천천히 시작해서 해파랑길을 먼저 완보하고,
남파랑길도 도전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