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 있지 않거나 또는 탈출할 가능성 없이 완전히 포위되어 있지 않으면 불완전한 승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런 희망이 남아 있지 않은 그런 상황에서 두려움과 절망은 도리어 적을 무장시키고 용기를 부추길 수 있다. 불가피하게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때 그들은 전우들과 함께 손에 무기를 들고 끝까지 싸우다 기꺼이 죽을 각오를 할 것이다.
도주하는 적을 위해서 절호의 교량을 제공하라는 스키피오의 금언은 자주 권장되어 왔다. 왜냐하면 적은 자유롭게 도망갈 여지가 생길 때는 도주하여 각자 살아날 방법만을 생각하게 되고, 그리하여 혼란이 확산되며 대병력이 산산조각 나기 때문이다. 패배자가 허겁지겁 무기를 내버리고 도주할 때 추격자에게는 어떤 위험도 있을 수 없다. 이 경우 도주병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살육이 있을 것이다. 부대가 일단 공황 상태에 들어가면 적을 보기만 해도 적 무기로 당하는 것과 같은 공포에 빠지게 되므로 숫자는 중요한 의미가 없다. 그러나 반대로 병력이 아무리 적고 약해도 막다른 골목에 처하면 절망 상태에서 아무런 방책이 없다는 사실 그 자체 때문에 그들은 적과 싸움을 벌인다.-1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