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피그 - 로마의 명탐정 팔코 1 밀리언셀러 클럽 22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8월
절판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일했다. 다시는 범죄와 다름없는 어리석은 인간의 명령에 자신을 맡기지 않을 작정이었다. 다시는 그런 바보를 명령자의 위치에 앉히는 체제의 일부가 되지 않을 작정이었다.-136~137쪽

노예의 일상에는 한가하게 회고나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우리는 미래에의 희망이 없고 과거의 추억이 없음을 낙으로 삼았다.-161쪽

어머니의 눈물을 본 그 순간 나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족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집안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 간밤에 삼십 년이나 늙어 버린 일은 더없이 잘된 일인 것 같았다.-330쪽

순간 냉혹한 현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나에게 어울리는 상대는 내가 그녀를 위해 쓴 시를 낭송할 때 재미있다는 듯 낄낄거리고 웃어넘겨 버리는 평범한 여자인 것이다. 헬레나를 위해 내가 쓴 시를 낭송하는 일 따위는 절대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가 직접 나의 시를 읽고 잘못된 글자나 적절치 못한 운율을 지적하며 밑줄을 그어 줄 테니까. 그러면 나는 잔뜩 불만을 터뜨린 다음, 그녀가 말한 대로 시를 고칠 것이다.-342쪽

어떤 사건은 논리적으로 딱 맞아떨어지는 단서들이 하나씩 드러나 나름대로 추리력을 동원하면 비교적 쉽게 전체 그림이 완성된다. 물론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수렁에 빠진 사건을 힘껏 휘저어서 맨 밑바닥에 깔려 있는 부패한 잔재들까지 표면으로 떠오르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게 떠오른 잔재들과 모든 부유물을 조용히 응시하면서 구슬을 꿰듯 천천히 사건을 짜맞춰 나가는 거이다.-378~3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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