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 -상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5월
구판절판


새로움은 어떻게 이 세상에 나타나는가? 어떻게 태어나는가?
어떤 융합, 변환, 결합을 통해 이루어지는가?
새로움이란 극단적이고 위험한 것인데 그 후 어떻게 살아남는가? 철거 인부들과 파괴의 천사와 단두대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충, 어떤 타협이 필요하고 또 자신의 어떤 은밀한 본성을 스스로 배반해야 하는 것인가?
탄생이란 항상 추락일까?
천사들에게 날개가 있을까? 인간도 날 수 있을까?-23쪽

질문: 믿음의 반대말은 무엇이냐?
불신은 아니다. 너무 확정적이고 분명하고 페쇄적이다. 그 자체가 일종의 믿음이다.
의심.
인간의 천성. -139쪽

"그건 악마였어. 지난번의 그것, 악마였어."
바로 그것이 그가 '듣기'에서 '들은' 말이다. 그가 속았다는 것, 악마가 대천사로 가정하여 나타났다는 것, 그러므로 그가 암기했던 그 시는, 시 천막에서 암송했던 그 시는 진짜가 아니라 그 정반대인 사악한 말이었다는 것, 신의 말씀이 아니라 악마의 말이었다는 것. -184쪽

아예사보다 더 지독한 적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역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피로 빚은 술, 더 이상 마셔서는 안 되는 술이다. 역사란 곧 마취제이며, 악마의, 저 못된 샤이탄의 창조물이자 소유물이며, 모든 거짓말 - 진보, 과학, 인권 - 가운데 으뜸가는 거짓말인 바, 이맘은 단호히 그것을 규탄한다. 역사는 '정도'에서 벗어남이며 지식은 미망에 지나지 않음이니, 알라께서 마훈드에게 마지막 계시를 내리시던 그 날, 이미 모든 지식이 완성되었기 떄문이다.-306쪽

난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걸 알게 됐지. 다음번에 또 율법책을 고쳐썼다가는 그가 모든 것을 눈치챌 게 뻔했어.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어. 난 그때 나의 운명과 그의 운명을 두 손에 움켜쥐고 있었던 거야. 나 자신이 몰락하는 것을 무릅쓴다면 그 역시 몰락하게 만들 수 있었지. 그 끔찍했던 밤, 난 선택을 해야 했어 : 복수를 하고 죽느냐, 아무것도 없이 사느냐. 보다시피 난 삶을 선택했어. 동트기 전에 낙타를 타고 야트리브를 떠나 자힐리아로 돌아왔으니까. 그 사이에 수많은 고난을 겪었지만 그 얘긴 생략하지. 그런데 이제 마훈드가 금의 환향하고 있다는 거야. 난 결국 목숨을 잃고 말겠지. 그리고 그의 힘이 너무 커져서 이젠 나도 꺾을 수가 없게 돼버렸어."
마알이 물었다.
"어째서 그가 자네를 죽일 거라고 확신하지?"
페르시아인 살만이 대답했다.
"그의 '말씀'이 옳으냐, 내 말이 옳으냐 하는 상황이니까." -117쪽

아내가 몇 명이라고? 열둘, 그리고 오래 전에 죽어비린 늙은 마누라 하나. '장막'에는 창녀가 몇 명? 역시 열둘, 그리고 검은 천막을 친 권좌에 몸을 감추고 여전히 죽음을 비웃고 있는 늙어빠진 여주인 하나. 믿음이 없는 곳에는 불경죄도 없는 법이다. -135쪽

용서할 수 없는 일이란 어떤 것인가?
자기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게 '전부를 들키는 것', 그 살떨리는 벌거벗음의 상태, 그것이 아니면 또 무엇이겠는가?-202쪽

승리했을 때 어찌하겠는가?
적들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을 때: 그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타협은 약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유혹이다. 그러나 이것은 강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시험이다.-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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