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깊은 곳에 제 감정을 묻어둘 거에요." "감정을 묻어둔다니, 무슨 뜻이지?" "아무리 많은 감정이 생겨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겠다는 거에요. 꼭 울어야겠다면 속으로 울 거에요. 피를 흘려야 한다면, 멍들게 하는 거죠. 미쳐버릴 것 같다 해도 세상 사람들한테는 입을 꼭 다물 거예요. 말해 봤자 아무 소용없어요. 남들의 인생까지 구렁텅이에 빠뜨릴 뿐이에요." "하지만 네가 마음속 깊이 네 감정을 묻는다면, 넌 진짜 네가 아니게 될거야. 그렇지 않겠니?" "그래서요?"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한 밤 중에 나는 밖에 서 있었다. 

내게 익숙한 도시 한 가운데가 아니라, 내게 속해있지 않은 그래서 가끔은 겁나기까지한  숲 가장 자리에.  

그 날은 낮 동안 내내 후덥지근 했고 실내 공기는 저녁인데도 차가와지지 않았다. 나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 거의 완벽한 어둠 속에 섰다. 심호흡을 했고, 눈을 감고 팔로 내 몸을 감싸고 잠시 서 있었다. 

그 때, 그 소리를 들었다. 멀리서부터 차근차근 다가오는, 어디까지 왔는지 눈을 감고도 분명히 알 수 있는, 생명을 가진 하나의 존재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바람소리를 말이다. 

  

 

나는 지쳐있었다. 피곤했고, 혼란스러웠고, 슬프고 외로웠다.
그리고, 결심했었다.
어떤 것에도 동요하지 말자고, 그러면 살기 편할거라고.
나는 틈틈이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심장아 딱딱해져라..   

하지만, 
심장은 딱딱해지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슬프고 외로웠다. 
나는 매일 기도했다.
제발.. 마음의 평안을 주세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에게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감정에 솔직해라. 편안하게 대해라. 완벽한 사람이 되어주어라.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아니, 완벽해지고 싶어해서 더 나쁜 사람이다.
나는 편안한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아니다. 솔직히 나는 완벽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다시 말하면,
나는. 상처받기. 싫었다.

 

그 날, 그 밤, 그 숲 가장자리에서 나는 상처투성이인채로 서 있었다.
마음을 둘 곳이 없었고, 내 몸 하나 편하게 둘 곳이 없었다.
나는 울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내가 점점 작아져서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절실히 위로가 필요했다. 

그때, 그 바람이 불었다.
멀리서, 차근차근,  낮고 차분한 소리를 내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계속 되풀이해서...
 

어떤 때는, 그 정도만이라도 충분할 때가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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