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구판절판


나는 인간 말종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실제로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더 이상은 아니었다. 오래전에 내 분노를 공원 벤치에 내려놓듯 내려놓았다.. 그런데도. 너무 오래전의 일이어서 다른 식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32쪽

밖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나를 안방으로 불러 안아주고 사방에 뽀뽀를 하고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너무 사랑해." 내가 재채기하면 엄마는 말한다. "괜찮니?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 내가 일어나서 티슈를 가지러 가면 또 말한다. "널 이렇게 사랑하니까 내가 갖다줄께." 숙제를 하려고 펜을 찾으면 엄마가 말한다. "내걸 써라. 널 위해서라면 뭐든 줄게." 다리가 근질거리면 엄마가 말한다. "여기니? 안아줄께." 내 방에 올라갈라치면 엄마가 부른다. "뭘해줄까? 널 이렇게 사랑하는데." 그러면 늘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실제로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덜 사랑해 주세요라고.-63~64쪽

이 세계가 나를 위해 준비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사실은 내가 이 세계를 위해 준비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내 인생에서 나는 늘 너무 늦었다.-120쪽

결국 남는 건 물건뿐이다. 그래서 나도 어떤 것도 버리지 못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내가 이 세계를 축적하는지도 모른다. 죽고 나면 나의 물건들을 전부 합한 것이 내가 살았던 삶보다 더 큰 삶을 암시하리라는 희망 때문에.-233쪽

내가 무얼 하더라도, 또 누굴 찾더라도 나나 그 사람, 또 우리 중 그 누구도 아빠에 대한 엄마의 기억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비로소 이해했다. 그 기억들은 엄마를 슬프게 하면서도 엄마에게 위안을 준다. 엄마는 거기에서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고, 달ㄴ 사람은 몰라도 엄마는 그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다.-254쪽

때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생각한다. 때로 내 일생에 대해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삶을 살았다. 어떤 종류의 삶이었을까? 하나의 삶을, 살았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참을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다.-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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