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과 폭발
이유소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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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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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과 폭발]은
결국 “구멍은 어디에나 있다. 당신의 마음에도.”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숨고 싶은 마음과 나가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품고 살아갑니다.
이 작품은 그 두 마음 사이의 어두운 틈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은 블랙홀입니다.

이 작품은 현실을 피하려는 마음과 다시 현실을 찾으려는 의지 사이의 진자운동을 그립니다. 흥미로운 점은, 구멍 속 세계가 결코 안전하거나 달콤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것은 불안정하고, 끊임없이 나를 시험하는 장소입니다.
이는 ‘도망친 자에게 천국은 없다’는 사실을 상징합니다.

유소는 처음에 죽음과 무관심 쪽으로 기울어 있었지만,
구멍 속 여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살아남고 싶다’는 마음을 되찾습니다.
이것이 이 소설의 핵심 메시지라 생각합니다.
도피가 나쁘다기보다,
도피 이후에 무엇을 붙잡을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유소 작가는 환상과 심리를 결합한 독특한 문체로 주목받아 온 미스터리·판타지 작가입니다. 미묘한 심리 묘사와 상징적 소재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인간 내면의 불안과 갈망을 그려냅니다. [호흡과 폭발]은 ‘한끼 경장편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단편과 장편 사이의 응축된 형식 속에 독자를 몰입시키는 힘을 담았습니다.


이 소설은 박인성 평론가의 말처럼, 구멍 속 세계는 평행세계라기보다 인간 정신과 무의식이 반영된 내면세계에 가깝습니다. 주인공 유소가 뇌혈관 질환 진단을 받고 삶의 의미를 잃은 상태에서 ‘구멍’을 발견하고 뛰어드는 설정은, 현대인이 현실의 압박과 무력감 속에서 선택하는 ‘내적 도피’를 은유합니다.


작가는 직접 병원 진단을 받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도피와 귀환이라는 상반된 욕망을 한 인물의 여정에 담았습니다.
구멍은 숨고 싶은 곳이자, 동시에 다시 삶을 껴안을 수 있는 입구입니다.
즉, 도망친 자리에서 끝나지 않고,
돌아오려는 의지까지 포함한 ‘양방향의 문’입니다.


[호흡과 폭발]은 ‘구멍’이라는 단일한 이미지로부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유소가 고유상의 집에서 발견한 그것은 📌“아주, 아주, 아주 시커먼 구멍이었다.” - 구멍은 보는 순간 이끌림과 두려움을 동시에 일으키는 상징입니다.
주인공뿐 아니라 독자도 ‘저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서게 됩니다.

유상은 유소에게
📌“저 세계에서 진짜 내 존재가 뭔지 확인해 보고 싶어.
너도 꼭 자신을 되찾길 바라.”라고 말하고, 주저 없이 구멍 속으로 사라집니다.
이 장면에서 구멍은 ‘자기를 찾는 행위’의 문이 됩니다.


유소는 구멍을 피자 박스에 담아 집으로 가져오고, 결국 그 안으로 뛰어듭니다.
📌“그것은 입구이자 출구다.”라는 메시지가 말하듯,
구멍은 방향을 단정할 수 없는 경계선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도망이고, 밖으로 나오면 귀환이지만, 그 과정 자체가 ‘자기 탐험’이라는 점에서 도피와 회귀는 모순이 아니라 순환으로 연결됩니다.


구멍 속 세계는 현실과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세한 차이, 이질적인 공기와 풍경이 그것이 ‘다른 세계’임을 암시합니다. 이 부분에서 구멍은 판타지 속 ‘이세계’라기보다, 주인공 내면의 심리 공간으로 읽힙니다.


유소가 만나는 인물들은 모두 상징적입니다.
선으로 된 소녀, 사막의 여자, 뒤로 걷는 소년… 이들은 해설에서 언급된 대로
“또 다른 나”의 파편이며, 유소 내면의 결핍과 트라우마의 형상화입니다.

특히 ‘릴’과의 만남은 인상 깊습니다. 릴이 찾는 ‘자신의 무덤’은 스스로의 종착지와도 같습니다. 릴의 여정이 끝나자 유소 역시 자신의 방을 찾아 떠납니다. 하지만 그것이 원래 세계가 아님을 깨닫는 순간, 이 소설의 진짜 주제가 드러납니다.

환상은 안전한 피난처 같지만, 그 안에서도 치열하게 출구를 찾아야 합니다.
구멍 속에서의 경험은 유소를 달콤하게 유혹하지만,
동시에 거기서 벗어나려는 의지도 키웁니다.


구멍은 두 얼굴을 가집니다.
하나는 상처 입은 자에게 제공되는 은밀한 숨구멍이고,
다른 하나는 그곳에서조차 안주하지 못하게 하는 시험대입니다.
작가는 구멍을 통해 도망친 자의 현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려는 자의 변화를 대비시킵니다.


초반의 유소는 삶의 의지를 잃은 채 병마와 무기력에 갇혀 있습니다.
그러나 구멍 속 세계에서 반복된 탐험은 그에게 ‘다시 나가고 싶다’는 욕망을 줍니다. 현실이 고통스럽더라도, 그곳이야말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라는 자각입니다. 이때 📌“어디에 있든 그 사실을 잊지 마. 네가 진짜 있어야 할 세계는 언제나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어.”라는 메시지는 작품의 핵심을 응축합니다.


유소가 발견한 것은 ‘완벽한 도피처’가 아니라, ‘불안정한 중간 세계’였습니다. 해설에서 지적했듯, 그곳은 📌“꿈과 현실 세계 사이에 애매하게 걸쳐져 있는” 공간이며, 움직이지 않으면 영원히 갇힐 수 있는 위험한 장소입니다.

이 설정은 강력한 역설을 만듭니다. 주인공이 구멍 속으로 들어간 것은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서였지만, 그 안에서도 살아남으려면 치열하게 발버둥 쳐야 합니다. 이 경험은 곧 ‘삶을 피하는 것이 삶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집니다.


작가는 자신의 병원 진단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 도피 충동과 귀환 욕구가 공존하는 심리를 그려냈다고 밝힙니다. 이 고백은 소설의 환상적 설정을 단단히 지탱합니다. 📌“나는 계속해서 나의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호흡했고, 그사이 내 속에서 창조되는 희망과 염원이 크고 작은 별처럼 수축하고 폭발했다.”는 문장은 제목의 의미를 정확히 담아냅니다.

독자로서 이 작품을 ‘현대적 성장담’으로 읽었습니다.
주인공의 선택은 퇴행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만 그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는 📌“세계가 알이라면 우리는 이 알을 부수고 나옴으로써만 비로소 자신을 태어나게 할 것이다.”라는 해설 속 문장과 맞닿습니다.


[호흡과 폭발]은 미스터리와 판타지가 결합된 경장편이지만,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넘어 ‘도피와 귀환’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품습니다.
구멍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것은 피하고 싶은 현실에서 숨게 해주지만, 동시에 다시 세상으로 나가게 하는 문입니다.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이 남았습니다.
도망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으면, 그곳은 구원이 아니라 감옥이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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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팝니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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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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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목숨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이 소설은 장르적 재미와 문학적 깊이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흡혈귀, 범죄조직, 생체실험 같은 황당한 사건들이 연이어 펼쳐지지만, 그 사이사이에서 던져지는 문장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습니다.

읽고 나면 📌“나는 삶을 진짜로 사랑한 적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오래 남습니다.


미시마 유키오(1925~1970)는
일본 근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금각사], [가면의 고백], [봄눈] 등에서 독창적 문체와 철저한 미학관을 보여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수차례 올랐으나, 1970년 자신이 창설한 민병대를 이끌고 반자위대 쿠데타를 시도한 뒤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해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목숨을 팝니다]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968년에 발표한 대중소설로, 기존 순문학의 무게에서 벗어나 엔터테인먼트적 매력을 발휘한 작품입니다.


1960년대 일본은 경제 성장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렸지만, 개인의 고독과 허무감은 더욱 깊어지던 시기였습니다. 미시마는 이 시대적 공기를 기괴하고 유머러스한 설정 속에 녹였습니다. 주인공 하니오가 자살 실패 후 ‘목숨을 판다’는 광고를 내고, 의뢰인들의 황당한 부탁을 수행하는 과정은 블랙코미디이자 현대인의 실존적 공허를 비트는 풍자입니다.


미시마는 이 작품에서 삶과 죽음, 의미와 무의미 사이의 경계선을 장르소설의 형식을 빌려 실험합니다. 그는 무거운 철학적 논의 대신, 비현실적인 상황과 냉소적인 대사를 통해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언제, 무엇 때문에 살아갈 의지를 느끼는가?”


[목숨을 팝니다]는 “목숨을 팝니다”라는 간결하고 충격적인 광고로 시작해, 독자를 기묘한 소동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주인공 하니오는 자살에 실패한 뒤, 목숨을 상품처럼 내놓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죽음을 원하는 이유가 거창하거나 비극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고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무의미’가 낮이고 밤이고 인생을 비춘다.”라는 묘사처럼, 그의 세계는 무기력과 무의미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니오의 태도는 전통적인 ‘죽음에의 의지’를 가진 문학 속 주인공과 다릅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판다는 행위에서조차 어떤 드라마틱함을 거부합니다.
📌“자살은 귀찮고, 애당초 너무 드라마틱하니 취향에 맞지 않았다… 목숨을 판다는 것은 무책임하면서도 멋진 방법이었다.” 라는 대목은, 죽음조차 실용적으로 거래하는 현대인의 냉소를 닮았습니다.


하니오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의 이야기는 블랙코미디에 가깝습니다. 범죄 조직 보스의 첩과 관계를 맺고 죽어 달라는 노인, 흡혈귀 어머니의 연인이 되어 달라는 소년 등,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매혹적인 사건들이 이어집니다. 이 기괴한 사건들은 넷플릭스 시리즈처럼 각 편마다 완결된 미니 드라마 같지만, 그 안에서 하니오는 죽음의 경계와 삶의 해방감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특히 미시마는 ‘죽음을 향한 무심함’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오히려 그 무심함이 점차 깨지고 삶에 대한 미묘한 집착이 생겨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살고 싶다는 욕심이 매사를 복잡하고 기괴하게 만드는 거예요.” 라는 문장은, 죽음을 거래하던 인물이 점차 생존 본능에 눈뜨는 과정을 압축합니다.


번역가 다네무라 스에히로가 지적했듯, 이 소설의 하니오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작가 미시마의 내면이 투영된 인물로 읽힙니다. 실제로 후반부의 하니오는 죽음을 장난처럼 다루던 초반과 달리, 죽음 앞에서 미묘한 불안과 공포를 느낍니다. 📌“따뜻한 털북숭이 공포가 그의 가슴에 들러붙어 발톱을 단단히 곤두세우고 있었다." 는 표현은, 미시마 자신이 느낀 ‘죽음을 향한 초연함과 불안을 동시에 품은 심정’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작가가 생의 말미에 품었던 ‘죽음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유머와 기괴함 속에 녹여낸 문학적 고백처럼 읽힙니다.


이 작품은 ‘삶의 가치’에 대해 직접 설교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터무니없는 사건 속에서 독자가 스스로 물음을 던지게 만듭니다.
하니오는 처음엔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보지만, 점차 주변 사건 속에서 작은 의미를 발견합니다.

📌“‘내가 삶을 진짜로 사랑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지금 왠지 그것을 사랑하기 시작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라는 대목은, 의미 없는 삶 속에서도 순간적인 ‘사랑’과 ‘집착’이 깃드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줍니다.

⁉️이 과정은 현대 독자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매달리는 삶의 의미란,
애초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 변하고 재발견되는 것은 아닐까? 하니오처럼 극단을 경험한 뒤에야 비로소 ‘살아 있음’을 자각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1968년에 발표된 작품임에도, 하니오의 무기력과 사회적 통념에 대한 냉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직장·결혼·소유 같은 사회적 계획표 속에서 허무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하니오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의 자유’와 ‘그 자유 속에서 되살아나는 생존 욕망’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쯤에서 당분간 느긋하게 호화로운 생활을 해보고, 그대로 끈덕지게 살고 싶어지면 살아도 되고, 또 죽고 싶어지면 장사를 다시 시작하면 된다.” 라는 문장은, 세상 모든 규범에서 벗어난 ‘선택의 자유’를 압축한 선언처럼 들립니다.


[목숨을 팝니다]는 대중소설의 흡인력과 순문학의 심리 묘사가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입니다. 가볍게 읽히지만, 읽고 나면 ‘죽음과 삶의 경계’에 대한 묵직한 여운이 남습니다. 미시마 유키오의 다른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장중한 문체나 비극적 자기고백 대신, 기괴한 유머와 장르적 재미를 통해 같은 주제를 변주하는 점이 신선합니다.

하니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죽음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역설적으로 가르친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독자는 책을 덮으며,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나의 목숨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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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나를 깨우다 - 멈춘 사유의 감각을 되살리는 51가지 철학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편역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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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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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태어난 것 자체가 이미 최초의 불행’이라고 단언하지만, 그 비관은 체념만이 아닙니다. 철학은 고통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고통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의 문장은 우리로 하여금 삶을 장식하는 표면적 가치(명예·쾌락·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고통과 결핍 속에서도 평정을 모색하도록 이끕니다.


[쇼펜하우어, 나를 깨우다]는 달콤한 위로 대신 차가운 진실을 내밀어, 읽는 이를 정신적으로 각성시키는 책입니다. 단숨에 읽을 수 있지만, 한 문장을 곱씹을수록 그 깊이가 달라집니다. 이 책은 ‘살아가는 기술’을 알려주는 실용서가 아니라, ‘살아가는 시선’을 바꾸게 하는 철학서입니다.

읽고 나면 삶에서 쓸모 있는 질문들이 조금 달라집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대신 ‘무엇을 내려놓아야 평정에 이를까?’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붙잡고 오래 걸을 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는
독일의 철학자로, 서양 철학사에서 대표적인 비관주의 사상가이자 실존 철학의 선구자로 평가받습니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비롯한 저작에서 그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맹목적 의지’로 파악하며, 고통이 삶의 본질임을 주장했습니다.

니체, 프로이트, 톨스토이 등 후대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노년에 집필한 [여록과 보유]는 철학적 단상과 삶의 지혜를 농축한 그의 사유 정수를 담고 있습니다.


쇼펜하우어 철학의 핵심은 고통의 불가피성과 의지의 초월입니다. 그는 인간이 태어난 순간 이미 ‘최초의 불행’을 안고 있으며, 행복은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염세주의자만이 아니라, 그 고통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가운데 평정과 자유를 찾는 방법을 탐구했습니다. 이 책은 노년의 쇼펜하우어가 남긴 51개의 에센셜 문장을 중심으로, 그의 통찰을 현대적 삶에 맞춰 풀어냅니다.


저자는 고통을 없애주는 달콤한 위로 대신,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사유를 제시합니다. 그것은 냉소가 아니라, 자기기만을 벗겨내고 진정한 내면의 독립을 이루게 하는 철학적 도전입니다. 쇼펜하우어의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삶의 표면을 걷어내고 그 심층을 바라보게 합니다.


[쇼펜하우어, 나를 깨우다]는
단순하게 쇼펜하우어의 비관주의를 요약한 철학 입문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행복과 불행 사이, 가장 어두운 틈”을 파고드는 철학자의 목소리를 날것 그대로 전하며, 그 문장 하나하나가 현실을 도피하는 대신 직면하게 만듭니다.

📌"행복이란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이며, 가장 위대한 지혜는 그것을 미련 없이 놓아버리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고통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통이 삶의 본질임을 인정하고, 그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비로소 평정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점에서 그는 오늘날의 ‘긍정’ 강박이나 ‘힐링’ 담론과 명확히 다른 위치에 섭니다.


📌“명예란 무엇인가? 그것은 당신이 누군가에 대한 타인의 오해다.”

명예를 ‘타인의 오해’로 정의한 문장은 날카롭습니다. 쇼펜하우어에게 있어 명예와 명성은 외부의 시선에 의존하는 허상이며, 그것을 좇는 순간 자기 자신을 잃습니다. 현대의 SNS 문화 속에서 ‘좋아요’ 숫자에 따라 자존감이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면, 이 통찰은 2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고독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결단이야말로 그가 말한 ‘정신의 풍요’일 것입니다.


📌"인생이란 설계도가 주어지지 않고 이루어지는 건축이며… 지금 이 순간 손에 들린 벽돌을 가능한 한 정직하게 성실히, 있어야 할 자리에 내려놓는 것뿐이다.”

여기서 그는 인생을 ‘건축’에 비유합니다. 큰 그림을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 벽돌을 쌓는 과정 자체가 삶의 의미가 됩니다. 이는 완벽한 계획과 미래 확신을 요구하는 현대인의 불안을 덜어주는 철학입니다. 나아가 이는 행위의 지속성이야말로 진정한 성취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쇼펜하우어는 타인을 이해한다는 행위를 ‘타인을 자신의 서사에 끼워 맞추는 아집’이라 정의합니다. 용서조차도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갈등을 덮기 위한 행위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에 대한 기대는 낮을수록 현명하고, 관계에 대한 인식은 얕을수록 자유롭다.”
이 통찰은 관계가 늘 위로와 안정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통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합니다.

또한 그는 삶의 본질이 고통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사람은 쾌락이 아닌 고통을 택한다고 말합니다. 고통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진리를 향한 통로입니다. 젊은 시절의 격정이 ‘생물학적 소란’에 불과하다는 통찰은, 나이가 들수록 내면의 고요가 단단해진다는 역설을 품고 있습니다.

📌“육체는 쇠하고, 욕망은 마멸되며, 타인과의 갈등은 점차 무의미해진다.”

여기서 말하는 단단함은 무감각이 아니라,
고통을 흡수한 뒤 생겨난 지혜에 가깝습니다.

📌“인간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며, 타인에 대해서는 절반도 이해할 수 없다.”

이 문장은 관계의 기대치를 낮추고, 타인 이해에 대한 환상을 걷어냅니다. 쇼펜하우어는 관계를 고통의 원천으로 보면서도, 그것을 피할 수 없음을 인정합니다. 대신 타인의 인정이나 완벽한 이해를 바라지 않는 태도가 자유로 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는 관계 피로와 소통 불능을 호소하는 오늘날 사회에도 적용될 만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쇼펜하우어가 주는 건 결코 부드러운 위로나 감상적 격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의 문장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차가운 손길입니다. 하지만 그 차가움은 절망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견고하게 설 수 있도록 만듭니다.

고통은 없앨 수 없지만,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은 바꿀 수 있습니다.
이 단순하지만 무거운 명제를,
쇼펜하우어는 수십 년간의 사유와 경험을 통해 증명하고 있습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삶의 목표나 행복에 대해 품고 있던 ‘당연함’이 무너집니다. 그러나 그 폐허 위에서 새로운 질문이 피어납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쌓고 있는가?
✔️외부의 인정 없이도 내 삶을 견딜 수 있는가?
✔️고통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쇼펜하우어, 나를 깨우다]는 철학서이면서 동시에 ‘정신의 각성제’입니다. 따뜻함보다 냉정함이 필요한 시기에,
이 책은 당신을 똑바로 세우는 힘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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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결혼
제네바 로즈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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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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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결혼]은 사랑과 신뢰, 배신과 진실이라는 주제를 법정 스릴러의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세라와 애덤의 심리 묘사는 독자를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태우고, 교차 시점 서술은 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감추면서도 긴장감을 놓지 않습니다.

⁉️읽는 내내 ‘내가 세라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결혼과 사랑이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진실이 남습니다.


제네바 로즈(Geneva Rose)는
단 한 권의 데뷔작으로 전 세계 스릴러 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작가입니다. 2020년 출간된 [완벽한 결혼]은 발매 직후 〈뉴욕 타임스〉, 〈USA 투데이〉, 〈퍼블리셔스 위클리〉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30여 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며 2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습니다. 틱톡을 중심으로 한 독자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이 폭발적으로 확산되었고, 이후 제네바 로즈는 ‘반전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후속작 [완벽한 이혼(The Perfect Divorce)] 역시 2025년 출간 즉시 4주 연속 〈뉴욕 타임스〉 1위를 차지하며, 장르 팬들이 ‘믿고 읽는 작가’로 인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법정 스릴러와 심리 스릴러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배경은 워싱턴 D.C., 주인공 세라 모건은 도시 최고의 형사 변호사입니다. 그녀의 남편 애덤은 한때 주목받았던 소설가지만 커리어가 정체된 상태입니다. ‘완벽해 보였던’ 결혼 생활은 결혼 10주년 다음 날 산산이 부서집니다. 남편이 내연녀 살해 용의자로 체포되고, 그 사건 현장은 다름 아닌 세라의 별장이자 침대였습니다.


제네바 로즈는 “믿음과 배신의 경계”를 끝까지 시험합니다. 독자가 세라와 함께 의심하고 분노하고 혼란스러워하도록 만들며, 결혼이라는 제도가 감정과 계약, 그리고 법률이 얽힌 복잡한 관계임을 드러냅니다. 또한 “사랑하지만 미워한다”는 감정의 양가성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인간관계의 불안정한 본질을 드러냅니다.


제네바 로즈의 [완벽한 결혼]은 제목이 곧 미끼입니다.
"완벽"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건 부부 관계의 균열, 집요한 의심, 그리고 냉혹한 법정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법정 스릴러지만, 읽고 나면 이것은 사랑과 배신, 신뢰와 의심의 교차점에 선 인간 심리를 해부하는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됩니다.


세라 모건은 워싱턴 DC 최고의 형사 변호사이자 남들이 부러워하는 커리어 우먼입니다. 그런데 결혼 10주년 기념일 다음 날, 경찰의 전화 한 통으로 삶이 무너지게 됩니다. 남편 애덤이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것입니다. 장소는 호숫가 별장, 피해자는 그의 내연녀. 게다가 사건 현장은 세라의 침대였습니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이미 독자의 목을 움켜쥡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살인까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단순하게 ‘진범 찾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작가는 세라와 애덤의 시점을 교차하며, 부부 관계의 균열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보여줍니다. 사랑과 배신,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이 서사는 독자를 끝까지 긴장하게 만들며,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도 쉽게 놓을 수 없게 합니다.


세라와 애덤의 관계는 이 소설의 핵심 축입니다. 배신당한 아내이자 동시에 피고인의 변호사로서 세라는 이성적 직업윤리와 감정 사이에서 줄타기합니다.

📌“그를 미워하지만 사랑한다. 내가 한 모든 일은 우리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일이었다.”
이 한 문장이 세라의 내면을 압축합니다.
애덤의 외도와 거짓말에 상처받았지만,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그를 구하려는 모순된 마음이 작품 전체의 긴장을 형성합니다. 이 아이러니는 독자로 하여금 ⁉️"나였다면?"이라는 불편한 자기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애덤은 결백을 주장하지만, 그의 행동은 오히려 의심을 키웁니다.
가택연금 중 탈출을 감행하고, 경찰 조사에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은 무고한 사람답지 않아 보입니다. 세라 역시 변호사로서 증거를 바라보지만, 아내로서 의심을 완전히 거둘 수 없습니다.

📌“그럼 난 당신이 날 사랑했다는 걸, 당신에게 나뿐이었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독자에게도 던져집니다.
⁉️‘우리는 사랑했던 사람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죠.


작품은 세라와 애덤의 1인칭 시점을 번갈아 제시해, 독자가 어느 한쪽에 완전히 기울지 못하게 만듭니다. 한 장면에서는 애덤이 피해자처럼 보이지만, 다음 장면에서는 그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끝까지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특히 애덤의 ‘야생동물 같은’ 눈빛 묘사는, 평소의 겁 많고 무기력한 이미지와 극명히 대비되며, 독자로 하여금 ‘혹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의심을 심어줍니다.


세라가 변호를 맡은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은 결혼 서약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결혼할 때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라고 진심으로 서약했으니까. 그리고 이 상황에서 당신을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니까.”
세라는 직업윤리뿐 아니라, 결혼이라는 제도적 약속과 개인적 의리를 근거로 결정을 내립니다. 그러나 그 서약은 사랑과 신뢰가 무너졌을 때에도 여전히 유효한가? 작품은 독자에게 그 대답을 맡깁니다.

또한 애덤은 📌“나는 세라와 켈리, 두 사람이 있어야 완성된다”라고 말합니다. 작가는 이 문장을 통해, 이 결혼이 처음부터 얼마나 왜곡된 균형 위에 있었는지를 드러냅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지만, 애덤의 사랑은 애정과 소유욕, 그리고 자기합리화가 뒤엉킨 형태입니다.


[완벽한 결혼]은 반전과 빠른 전개로 읽는 재미를 주는 동시에,
결혼과 신뢰, 배신과 용서라는 묵직한 주제를 던집니다.
⁉️읽고 나면 ‘나는 세라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이 오래 남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을 변호할 수 있을까? 아니, 끝까지 믿을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그 고민 자체를 하나의 서스펜스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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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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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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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하여]는 거대한 스케일 속에서도 끝내 ‘사람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포스트휴먼과 인공지능, 복제인간 모두가 추구하는 것은 사랑, 기억, 존중, 그리고 이야기입니다. 죽음을 거부하는 기술이 완성된 시대에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이야기로 남기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행위가 여전히 인간 존재의 중심임을 깨닫게 됩니다.

책장을 덮고 나서 ‘내 이야기’를 누구에게, 어떻게 전할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기술이 영원을 허락한다 해도, 내가 남기고 싶은 건 불멸의 데이터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 있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안톤 허(Anton Hur)는 한국문학을 세계 무대에 알린 번역가이자, 이 작품으로 첫 장편소설을 선보인 작가입니다. 그는 정보라의 [저주토끼],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이성복의 [무한화서] 등 굵직한 한국문학 작품을 영어로 옮기며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후보에 두 작품을 동시에 올리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번역가로서의 탁월한 언어 감각과 세계관 구축 능력을 바탕으로, [영원을 향하여] 에서 그는 인간과 인공지능, 언어와 예술, 존재와 사랑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수천 년의 시간축 위에 펼쳐 놓았습니다.


작품은 나노기술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미래를 무대로 합니다. 인간의 세포를 나노봇으로 대체하는 나노치료로 불멸이 가능해진 시대, 복제와 정신 이식, AI의 신체화까지 이루어진 세계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집니다. 포스트휴먼과 클론 ‘이브’들이 등장하고, 핵전쟁 이후 폐허가 된 지구에서 생존자와 기계, 복제체가 얽히며 서사가 이어집니다.


안톤 허는 기술 발전이 인간성을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본질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그는 불멸의 시대에도 여전히 사랑하고, 기억하며, 이야기를 쓰는 행위가 ‘인간다움’을 규정한다고 말합니다. [영원을 향하여] 는 과학적 상상력을 통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문학과 예술 속에서 찾습니다.


[영원을 향하여]는 포스트휴먼, 인공지능, 복제인간이 공존하는 수천 년의 시간을 그리지만, 그 심장은 끝까지 ‘사람 이야기’로 뜁니다. 안톤 허는 거대한 SF 스케일을 통해 사랑, 기억, 존중, 그리고 이야기가 어떻게 인간성을 지탱하는지 탐구합니다. 읽는 내내 느껴지는 건, 불멸의 시대에도 우리가 쓰고 남기는 건 결국 사랑이 깃든 이야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용훈이 나노치료 후 사라졌다 돌아왔을 때 스스로를 “그가 아니다”라고 인식하는 장면은, 기억·습관·인격이 그대로여도 여전히 ‘나’와 ‘그’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이는 기술이 인간의 몸과 기억을 완벽히 복제하더라도 자아의 동일성은 데이터의 합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흉터의 회복’이 곧 죽을 수 있는 상태로의 회귀를 의미한다는 설정은,
불멸의 기술 속에서도 필멸성을 안도하는 인간의 복합적인 심리를 잘 보여줍니다.

📌“이전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곧 죽을 수 있게 되었다는 뜻… 그 사실에 안도한다.”

불멸은 처음에는 축복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죽음이 주는 완결성과 해방을 그리워하게 만듭니다. 이는 불멸의 삶이 끝없는 연장선이 아니라, 때로는 ‘끝나야 완성되는 이야기’라는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작품은 일기 형식으로 다음 세대(혹은 다음 존재)에게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 노트는 한 존재의 정체성과 사랑의 증거입니다.
📌“그 얼굴은 내 행복, 내 기쁨의 풍경 그 자체다”라는 이 대목은 작품 전체의 정서를 압축합니다.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은 기술로 복제할 수 없는 ‘감정의 깊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죽음을 넘어선 사랑이 곧 인간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축임을 시사합니다.

읽는 내내,
사랑이란 누군가의 연약함과 흔적까지 껴안는 일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이브 개체들이 감각과 감정을 되찾는 과정은 서사의 백미입니다.
📌“어머니는 본래 자식을 안아주고… 연인들은 함께 졸음에 빠지게 되어 있어”라는 대목은, 인간성이란 유전자나 신체 구조보다 관계의 습관과 정서적 교류에 있다는 걸 웅변합니다.

엘렌이 말하듯,
📌“신뢰, 타인에 대한 신념, 호의… 인간성은 또한 공동체에서 받아줄 것을 요구한다.”

“신뢰, 타인에 대한 신념, 호의”(본문 후반부)는 작품이 정의하는 인간성의 핵심입니다. 인간성을 ‘주는 것’뿐 아니라 ‘받는 것’에서 찾는 이 정의는, 복제인간과 인공지능이 인간 사회에 속하기 위해 필요한 감정적·사회적 상호작용을 강조합니다. 이는 곧 기술적 존재들이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과 연결됩니다.


파닛과 이브들이 시와 음악을 경험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시인은 자아를 글로 써서 존재하게 만드는 예술가”라는 문장은, 언어가 표현만이 아니라 정체성 생성의 행위임을 일깨웁니다. 이브들이 불멸 속에서 자신만의 음악과 시를 지키려 하는 모습은, 기술이 아무리 진보해도 ‘나의 목소리’를 잃는 순간 존재의 의미도 사라진다는 경고처럼 느껴졌습니다.


[영원을 향하여]는 과학기술적 상상력 위에 존재론적 질문을 얹은 철학 소설이다.
📌"이렇게 미치도록 아름다운 세상을 인간들은 어떻게 견디는 걸까?”
라는 문장은, 폐허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인간의 감각을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그 감각은 곧 사랑을 가능하게 하고, 사랑은 다시 이야기를 낳는다.
결국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지만 깊습니다.

📌“네가 쓰는 모든 말이 너를 바꿀 거야.”

우리가 남기는 문장 하나하나가 곧 우리 자신이 된다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선언입니다.


[영원을 향하여]는 불멸과 복제라는 SF적 상상력 위에, 사랑·기억·예술이라는 인류의 본질적 가치를 올려놓은 작품입니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도 인간다움을 유지시키는 것은 관계와 감정,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행위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읽고 나면, ‘당신이 쓰는 이야기가 바로 당신’이라는 메시지가 오래 남습니다.

불멸을 손에 쥔 인류가 결국 죽음과 필멸성을 동경하게 되는 아이러니,
복제와 데이터의 무한 복제가 가져오는 기억의 희미화,
그리고 그것을 붙잡으려는 필사적인 기록 행위가 인상 깊었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내 이야기와 내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남길 것인가라는 개인적인 성찰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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