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팝니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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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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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목숨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이 소설은 장르적 재미와 문학적 깊이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흡혈귀, 범죄조직, 생체실험 같은 황당한 사건들이 연이어 펼쳐지지만, 그 사이사이에서 던져지는 문장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습니다.

읽고 나면 📌“나는 삶을 진짜로 사랑한 적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오래 남습니다.


미시마 유키오(1925~1970)는
일본 근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금각사], [가면의 고백], [봄눈] 등에서 독창적 문체와 철저한 미학관을 보여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수차례 올랐으나, 1970년 자신이 창설한 민병대를 이끌고 반자위대 쿠데타를 시도한 뒤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해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목숨을 팝니다]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968년에 발표한 대중소설로, 기존 순문학의 무게에서 벗어나 엔터테인먼트적 매력을 발휘한 작품입니다.


1960년대 일본은 경제 성장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렸지만, 개인의 고독과 허무감은 더욱 깊어지던 시기였습니다. 미시마는 이 시대적 공기를 기괴하고 유머러스한 설정 속에 녹였습니다. 주인공 하니오가 자살 실패 후 ‘목숨을 판다’는 광고를 내고, 의뢰인들의 황당한 부탁을 수행하는 과정은 블랙코미디이자 현대인의 실존적 공허를 비트는 풍자입니다.


미시마는 이 작품에서 삶과 죽음, 의미와 무의미 사이의 경계선을 장르소설의 형식을 빌려 실험합니다. 그는 무거운 철학적 논의 대신, 비현실적인 상황과 냉소적인 대사를 통해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언제, 무엇 때문에 살아갈 의지를 느끼는가?”


[목숨을 팝니다]는 “목숨을 팝니다”라는 간결하고 충격적인 광고로 시작해, 독자를 기묘한 소동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주인공 하니오는 자살에 실패한 뒤, 목숨을 상품처럼 내놓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죽음을 원하는 이유가 거창하거나 비극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고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무의미’가 낮이고 밤이고 인생을 비춘다.”라는 묘사처럼, 그의 세계는 무기력과 무의미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니오의 태도는 전통적인 ‘죽음에의 의지’를 가진 문학 속 주인공과 다릅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판다는 행위에서조차 어떤 드라마틱함을 거부합니다.
📌“자살은 귀찮고, 애당초 너무 드라마틱하니 취향에 맞지 않았다… 목숨을 판다는 것은 무책임하면서도 멋진 방법이었다.” 라는 대목은, 죽음조차 실용적으로 거래하는 현대인의 냉소를 닮았습니다.


하니오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의 이야기는 블랙코미디에 가깝습니다. 범죄 조직 보스의 첩과 관계를 맺고 죽어 달라는 노인, 흡혈귀 어머니의 연인이 되어 달라는 소년 등,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매혹적인 사건들이 이어집니다. 이 기괴한 사건들은 넷플릭스 시리즈처럼 각 편마다 완결된 미니 드라마 같지만, 그 안에서 하니오는 죽음의 경계와 삶의 해방감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특히 미시마는 ‘죽음을 향한 무심함’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오히려 그 무심함이 점차 깨지고 삶에 대한 미묘한 집착이 생겨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살고 싶다는 욕심이 매사를 복잡하고 기괴하게 만드는 거예요.” 라는 문장은, 죽음을 거래하던 인물이 점차 생존 본능에 눈뜨는 과정을 압축합니다.


번역가 다네무라 스에히로가 지적했듯, 이 소설의 하니오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작가 미시마의 내면이 투영된 인물로 읽힙니다. 실제로 후반부의 하니오는 죽음을 장난처럼 다루던 초반과 달리, 죽음 앞에서 미묘한 불안과 공포를 느낍니다. 📌“따뜻한 털북숭이 공포가 그의 가슴에 들러붙어 발톱을 단단히 곤두세우고 있었다." 는 표현은, 미시마 자신이 느낀 ‘죽음을 향한 초연함과 불안을 동시에 품은 심정’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작가가 생의 말미에 품었던 ‘죽음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유머와 기괴함 속에 녹여낸 문학적 고백처럼 읽힙니다.


이 작품은 ‘삶의 가치’에 대해 직접 설교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터무니없는 사건 속에서 독자가 스스로 물음을 던지게 만듭니다.
하니오는 처음엔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보지만, 점차 주변 사건 속에서 작은 의미를 발견합니다.

📌“‘내가 삶을 진짜로 사랑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지금 왠지 그것을 사랑하기 시작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라는 대목은, 의미 없는 삶 속에서도 순간적인 ‘사랑’과 ‘집착’이 깃드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줍니다.

⁉️이 과정은 현대 독자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매달리는 삶의 의미란,
애초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 변하고 재발견되는 것은 아닐까? 하니오처럼 극단을 경험한 뒤에야 비로소 ‘살아 있음’을 자각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1968년에 발표된 작품임에도, 하니오의 무기력과 사회적 통념에 대한 냉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직장·결혼·소유 같은 사회적 계획표 속에서 허무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하니오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의 자유’와 ‘그 자유 속에서 되살아나는 생존 욕망’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쯤에서 당분간 느긋하게 호화로운 생활을 해보고, 그대로 끈덕지게 살고 싶어지면 살아도 되고, 또 죽고 싶어지면 장사를 다시 시작하면 된다.” 라는 문장은, 세상 모든 규범에서 벗어난 ‘선택의 자유’를 압축한 선언처럼 들립니다.


[목숨을 팝니다]는 대중소설의 흡인력과 순문학의 심리 묘사가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입니다. 가볍게 읽히지만, 읽고 나면 ‘죽음과 삶의 경계’에 대한 묵직한 여운이 남습니다. 미시마 유키오의 다른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장중한 문체나 비극적 자기고백 대신, 기괴한 유머와 장르적 재미를 통해 같은 주제를 변주하는 점이 신선합니다.

하니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죽음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역설적으로 가르친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독자는 책을 덮으며,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나의 목숨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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