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과 폭발
이유소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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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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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과 폭발]은
결국 “구멍은 어디에나 있다. 당신의 마음에도.”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숨고 싶은 마음과 나가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품고 살아갑니다.
이 작품은 그 두 마음 사이의 어두운 틈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은 블랙홀입니다.

이 작품은 현실을 피하려는 마음과 다시 현실을 찾으려는 의지 사이의 진자운동을 그립니다. 흥미로운 점은, 구멍 속 세계가 결코 안전하거나 달콤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것은 불안정하고, 끊임없이 나를 시험하는 장소입니다.
이는 ‘도망친 자에게 천국은 없다’는 사실을 상징합니다.

유소는 처음에 죽음과 무관심 쪽으로 기울어 있었지만,
구멍 속 여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살아남고 싶다’는 마음을 되찾습니다.
이것이 이 소설의 핵심 메시지라 생각합니다.
도피가 나쁘다기보다,
도피 이후에 무엇을 붙잡을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유소 작가는 환상과 심리를 결합한 독특한 문체로 주목받아 온 미스터리·판타지 작가입니다. 미묘한 심리 묘사와 상징적 소재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인간 내면의 불안과 갈망을 그려냅니다. [호흡과 폭발]은 ‘한끼 경장편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단편과 장편 사이의 응축된 형식 속에 독자를 몰입시키는 힘을 담았습니다.


이 소설은 박인성 평론가의 말처럼, 구멍 속 세계는 평행세계라기보다 인간 정신과 무의식이 반영된 내면세계에 가깝습니다. 주인공 유소가 뇌혈관 질환 진단을 받고 삶의 의미를 잃은 상태에서 ‘구멍’을 발견하고 뛰어드는 설정은, 현대인이 현실의 압박과 무력감 속에서 선택하는 ‘내적 도피’를 은유합니다.


작가는 직접 병원 진단을 받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도피와 귀환이라는 상반된 욕망을 한 인물의 여정에 담았습니다.
구멍은 숨고 싶은 곳이자, 동시에 다시 삶을 껴안을 수 있는 입구입니다.
즉, 도망친 자리에서 끝나지 않고,
돌아오려는 의지까지 포함한 ‘양방향의 문’입니다.


[호흡과 폭발]은 ‘구멍’이라는 단일한 이미지로부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유소가 고유상의 집에서 발견한 그것은 📌“아주, 아주, 아주 시커먼 구멍이었다.” - 구멍은 보는 순간 이끌림과 두려움을 동시에 일으키는 상징입니다.
주인공뿐 아니라 독자도 ‘저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서게 됩니다.

유상은 유소에게
📌“저 세계에서 진짜 내 존재가 뭔지 확인해 보고 싶어.
너도 꼭 자신을 되찾길 바라.”라고 말하고, 주저 없이 구멍 속으로 사라집니다.
이 장면에서 구멍은 ‘자기를 찾는 행위’의 문이 됩니다.


유소는 구멍을 피자 박스에 담아 집으로 가져오고, 결국 그 안으로 뛰어듭니다.
📌“그것은 입구이자 출구다.”라는 메시지가 말하듯,
구멍은 방향을 단정할 수 없는 경계선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도망이고, 밖으로 나오면 귀환이지만, 그 과정 자체가 ‘자기 탐험’이라는 점에서 도피와 회귀는 모순이 아니라 순환으로 연결됩니다.


구멍 속 세계는 현실과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세한 차이, 이질적인 공기와 풍경이 그것이 ‘다른 세계’임을 암시합니다. 이 부분에서 구멍은 판타지 속 ‘이세계’라기보다, 주인공 내면의 심리 공간으로 읽힙니다.


유소가 만나는 인물들은 모두 상징적입니다.
선으로 된 소녀, 사막의 여자, 뒤로 걷는 소년… 이들은 해설에서 언급된 대로
“또 다른 나”의 파편이며, 유소 내면의 결핍과 트라우마의 형상화입니다.

특히 ‘릴’과의 만남은 인상 깊습니다. 릴이 찾는 ‘자신의 무덤’은 스스로의 종착지와도 같습니다. 릴의 여정이 끝나자 유소 역시 자신의 방을 찾아 떠납니다. 하지만 그것이 원래 세계가 아님을 깨닫는 순간, 이 소설의 진짜 주제가 드러납니다.

환상은 안전한 피난처 같지만, 그 안에서도 치열하게 출구를 찾아야 합니다.
구멍 속에서의 경험은 유소를 달콤하게 유혹하지만,
동시에 거기서 벗어나려는 의지도 키웁니다.


구멍은 두 얼굴을 가집니다.
하나는 상처 입은 자에게 제공되는 은밀한 숨구멍이고,
다른 하나는 그곳에서조차 안주하지 못하게 하는 시험대입니다.
작가는 구멍을 통해 도망친 자의 현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려는 자의 변화를 대비시킵니다.


초반의 유소는 삶의 의지를 잃은 채 병마와 무기력에 갇혀 있습니다.
그러나 구멍 속 세계에서 반복된 탐험은 그에게 ‘다시 나가고 싶다’는 욕망을 줍니다. 현실이 고통스럽더라도, 그곳이야말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라는 자각입니다. 이때 📌“어디에 있든 그 사실을 잊지 마. 네가 진짜 있어야 할 세계는 언제나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어.”라는 메시지는 작품의 핵심을 응축합니다.


유소가 발견한 것은 ‘완벽한 도피처’가 아니라, ‘불안정한 중간 세계’였습니다. 해설에서 지적했듯, 그곳은 📌“꿈과 현실 세계 사이에 애매하게 걸쳐져 있는” 공간이며, 움직이지 않으면 영원히 갇힐 수 있는 위험한 장소입니다.

이 설정은 강력한 역설을 만듭니다. 주인공이 구멍 속으로 들어간 것은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서였지만, 그 안에서도 살아남으려면 치열하게 발버둥 쳐야 합니다. 이 경험은 곧 ‘삶을 피하는 것이 삶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집니다.


작가는 자신의 병원 진단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 도피 충동과 귀환 욕구가 공존하는 심리를 그려냈다고 밝힙니다. 이 고백은 소설의 환상적 설정을 단단히 지탱합니다. 📌“나는 계속해서 나의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호흡했고, 그사이 내 속에서 창조되는 희망과 염원이 크고 작은 별처럼 수축하고 폭발했다.”는 문장은 제목의 의미를 정확히 담아냅니다.

독자로서 이 작품을 ‘현대적 성장담’으로 읽었습니다.
주인공의 선택은 퇴행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만 그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는 📌“세계가 알이라면 우리는 이 알을 부수고 나옴으로써만 비로소 자신을 태어나게 할 것이다.”라는 해설 속 문장과 맞닿습니다.


[호흡과 폭발]은 미스터리와 판타지가 결합된 경장편이지만,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넘어 ‘도피와 귀환’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품습니다.
구멍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것은 피하고 싶은 현실에서 숨게 해주지만, 동시에 다시 세상으로 나가게 하는 문입니다.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이 남았습니다.
도망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으면, 그곳은 구원이 아니라 감옥이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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