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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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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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하여]는 거대한 스케일 속에서도 끝내 ‘사람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포스트휴먼과 인공지능, 복제인간 모두가 추구하는 것은 사랑, 기억, 존중, 그리고 이야기입니다. 죽음을 거부하는 기술이 완성된 시대에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이야기로 남기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행위가 여전히 인간 존재의 중심임을 깨닫게 됩니다.

책장을 덮고 나서 ‘내 이야기’를 누구에게, 어떻게 전할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기술이 영원을 허락한다 해도, 내가 남기고 싶은 건 불멸의 데이터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 있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안톤 허(Anton Hur)는 한국문학을 세계 무대에 알린 번역가이자, 이 작품으로 첫 장편소설을 선보인 작가입니다. 그는 정보라의 [저주토끼],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이성복의 [무한화서] 등 굵직한 한국문학 작품을 영어로 옮기며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후보에 두 작품을 동시에 올리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번역가로서의 탁월한 언어 감각과 세계관 구축 능력을 바탕으로, [영원을 향하여] 에서 그는 인간과 인공지능, 언어와 예술, 존재와 사랑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수천 년의 시간축 위에 펼쳐 놓았습니다.


작품은 나노기술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미래를 무대로 합니다. 인간의 세포를 나노봇으로 대체하는 나노치료로 불멸이 가능해진 시대, 복제와 정신 이식, AI의 신체화까지 이루어진 세계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집니다. 포스트휴먼과 클론 ‘이브’들이 등장하고, 핵전쟁 이후 폐허가 된 지구에서 생존자와 기계, 복제체가 얽히며 서사가 이어집니다.


안톤 허는 기술 발전이 인간성을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본질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그는 불멸의 시대에도 여전히 사랑하고, 기억하며, 이야기를 쓰는 행위가 ‘인간다움’을 규정한다고 말합니다. [영원을 향하여] 는 과학적 상상력을 통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문학과 예술 속에서 찾습니다.


[영원을 향하여]는 포스트휴먼, 인공지능, 복제인간이 공존하는 수천 년의 시간을 그리지만, 그 심장은 끝까지 ‘사람 이야기’로 뜁니다. 안톤 허는 거대한 SF 스케일을 통해 사랑, 기억, 존중, 그리고 이야기가 어떻게 인간성을 지탱하는지 탐구합니다. 읽는 내내 느껴지는 건, 불멸의 시대에도 우리가 쓰고 남기는 건 결국 사랑이 깃든 이야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용훈이 나노치료 후 사라졌다 돌아왔을 때 스스로를 “그가 아니다”라고 인식하는 장면은, 기억·습관·인격이 그대로여도 여전히 ‘나’와 ‘그’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이는 기술이 인간의 몸과 기억을 완벽히 복제하더라도 자아의 동일성은 데이터의 합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흉터의 회복’이 곧 죽을 수 있는 상태로의 회귀를 의미한다는 설정은,
불멸의 기술 속에서도 필멸성을 안도하는 인간의 복합적인 심리를 잘 보여줍니다.

📌“이전 신체가 돌아온다는 것은 곧 죽을 수 있게 되었다는 뜻… 그 사실에 안도한다.”

불멸은 처음에는 축복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죽음이 주는 완결성과 해방을 그리워하게 만듭니다. 이는 불멸의 삶이 끝없는 연장선이 아니라, 때로는 ‘끝나야 완성되는 이야기’라는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작품은 일기 형식으로 다음 세대(혹은 다음 존재)에게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 노트는 한 존재의 정체성과 사랑의 증거입니다.
📌“그 얼굴은 내 행복, 내 기쁨의 풍경 그 자체다”라는 이 대목은 작품 전체의 정서를 압축합니다.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은 기술로 복제할 수 없는 ‘감정의 깊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죽음을 넘어선 사랑이 곧 인간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축임을 시사합니다.

읽는 내내,
사랑이란 누군가의 연약함과 흔적까지 껴안는 일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이브 개체들이 감각과 감정을 되찾는 과정은 서사의 백미입니다.
📌“어머니는 본래 자식을 안아주고… 연인들은 함께 졸음에 빠지게 되어 있어”라는 대목은, 인간성이란 유전자나 신체 구조보다 관계의 습관과 정서적 교류에 있다는 걸 웅변합니다.

엘렌이 말하듯,
📌“신뢰, 타인에 대한 신념, 호의… 인간성은 또한 공동체에서 받아줄 것을 요구한다.”

“신뢰, 타인에 대한 신념, 호의”(본문 후반부)는 작품이 정의하는 인간성의 핵심입니다. 인간성을 ‘주는 것’뿐 아니라 ‘받는 것’에서 찾는 이 정의는, 복제인간과 인공지능이 인간 사회에 속하기 위해 필요한 감정적·사회적 상호작용을 강조합니다. 이는 곧 기술적 존재들이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과 연결됩니다.


파닛과 이브들이 시와 음악을 경험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시인은 자아를 글로 써서 존재하게 만드는 예술가”라는 문장은, 언어가 표현만이 아니라 정체성 생성의 행위임을 일깨웁니다. 이브들이 불멸 속에서 자신만의 음악과 시를 지키려 하는 모습은, 기술이 아무리 진보해도 ‘나의 목소리’를 잃는 순간 존재의 의미도 사라진다는 경고처럼 느껴졌습니다.


[영원을 향하여]는 과학기술적 상상력 위에 존재론적 질문을 얹은 철학 소설이다.
📌"이렇게 미치도록 아름다운 세상을 인간들은 어떻게 견디는 걸까?”
라는 문장은, 폐허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인간의 감각을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그 감각은 곧 사랑을 가능하게 하고, 사랑은 다시 이야기를 낳는다.
결국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지만 깊습니다.

📌“네가 쓰는 모든 말이 너를 바꿀 거야.”

우리가 남기는 문장 하나하나가 곧 우리 자신이 된다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선언입니다.


[영원을 향하여]는 불멸과 복제라는 SF적 상상력 위에, 사랑·기억·예술이라는 인류의 본질적 가치를 올려놓은 작품입니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도 인간다움을 유지시키는 것은 관계와 감정,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행위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읽고 나면, ‘당신이 쓰는 이야기가 바로 당신’이라는 메시지가 오래 남습니다.

불멸을 손에 쥔 인류가 결국 죽음과 필멸성을 동경하게 되는 아이러니,
복제와 데이터의 무한 복제가 가져오는 기억의 희미화,
그리고 그것을 붙잡으려는 필사적인 기록 행위가 인상 깊었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내 이야기와 내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남길 것인가라는 개인적인 성찰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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