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삶과 죽음, 존재와 인식 사이의 아득한 거리를 메우는 작업은 필연적으로 나이브하다. 그것은 필시 어떤 믿음에 기댄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믿음은 포장될 수 있으나 모든 위장은 언젠가는 어설프다. 순진한 믿음과 가치체계 위에선 어떤 세련된 발화들도 결국은 유약한 대상들이다. 그것은 인간의 운명이다. 나는 그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고자 한다. 

 유약함에 괴로워 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작업은 헛짓이다. 유약함을 받아들이고 끌어안는 것, 그 겸손으로부터 확장은 가능하다. 진리는 단순하며, 단순해야 한다. 보편적이지 않다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다. 보편적인 유약함에 가닿는 진리 작업을 꿈꾸겠다. 내 유약함을 부끄러워 하지 않겠다. 그것을 더 들여다보겠다. 이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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