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을 하나 준비해보려 한다. 민주적 생명론이라는 이름으로 생물학적 민주주의 담론을 거칠게 나마 제안하고자 한다.
이 기획은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발명품인가?'
나는 민주주의가 인간 정신 행동의 관념적 산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이 세계 어디에나, 특히 생명이 있는 모든 곳에 존재하는 생명적 본성이라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결국 구성원에 의한 구성원의 지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 단위의 활동은 그 구성체들의 욕망과 의지의 합의 산물이다. 세포의 활동은 세포를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 소기관과 생체 고분자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개체의 활동은 마찬가지로 세포들의 의사결정과 행위의 총합이다. 또 이른바 직접 민주주의, 대의 민주주의, 사회 민주주의와 같은 다양한 민주주의의 제도적 파생성 및 다양성 역시 생명계에서 쉬이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획의 의의는 단지 이미 제시된 민주주의 담론에 대한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유비(analogy)를 제공하는데 있지 않다. 각각의 인간 사회가 민주주의의 제 문제에 봉착해 있듯이 생명체들의 민주적 체계 역시 민주주의가 갖는 어떤 한계점들을 내포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생명체들은 그 문제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해결해 왔기에 오늘날까지 자연선택의 거센 물살을 헤치고 살아남아 생명의 경이로움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생명체의 문제해결 방식으로부터 오늘날 우리가 봉착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