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전 다윈은 'origin of species'에서 모든 종이 하나의 원시 세포로부터 기원했을 것이라는 혁명적인 가설을 내세웠다. 그리고 오늘날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그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21세기 생물학 최고의 과제는 신경생물학이다. 우리 인간의 두뇌를 이해하려는 여정이 전세계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의 학문적 꿈 역시 나의 뇌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해의 관점은 '이보디보'이다. 이보디보적 관점이란 'the origin of specis'를 'the origin of neurons'로 변형한 격이다. 마치 최초의 원시 세포로부터 복잡한 인간이 탄생하였듯, 최초의 신경세포로부터 어떻게 이렇게 복잡한 두뇌가 발달할 수 있도록 진화할 수 있었는지를 진화발생생물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나갈 것이다. 이를테면 20세기 진화학자들이 종의 계보를 그려나갔듯, 나는 신경 네트워크들의 진화적 계보를 그려나갈 것이다. 최초의 원시 뉴런으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많은 뉴런들이 갈라져 나왔고, 또 어떻게 구조와 기능이 분화되고 변형되어 인간의 뇌가 진화될 수 있었는지를, 차차 추적해나갈 것이다. 전세계 수많은 신경생물학자들과 함께.
내가 연구하는 예쁜꼬마선충은 이런 꿈으로 나아가기에 굳건한 초석이 될 것 같다. 벌레의 이 갸냘픈 몸짓이 단지 벌레만의 것임이 아님을 오늘 절실히 깨달았다. 벌레를 연구하는 것은 진실로, 나를 연구하는 일이다. 오늘도 벌레들과 함께한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