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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낙하하는 저녁. 주황과 어우러진 이름이 맘에 들어 그냥 집었다.
나와는 다른. 하지만 나의 세상과도 살짝 오버랩되는 세상의 이야기였다.
여자는 담담하다. 덤덤하다. 때로 답답하다.
말투도. 그 말에서 느껴지는 마음도 나만큼 덤덤하다. 그리고, 서툴다.
그 여자가 만나는 다른 여자, 하나코.
주위의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원하는대로 거리낌이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주위사람은 그녀에게 매료된다.
소설에서 그녀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바꿔보면. [동경]정도가 아닐까 싶다.
마음 한켠에서 꿈꾸는 모습의 일면이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살기란 어려우니까.
[사실 불가능하지 않을까. 인형같은.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서부터-_-]
그 현실에 엮여있는 사람이 리카이고 다케오이고 카츠야이고 그 부인이고 우리인 것이다.
예외인 하나코를 따르진 못하고 그저 동경하는.
리카가 하나코를 따라 쇼난에 가면서도 주저하고 불안해하고 바로 돌아오는 모습.
일탈을 꿈꾸지만 그건 꿈일뿐, 또한 두려워하는 내가 비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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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코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리카의 사랑도, 이야기도.
책을 읽으면서 낙하하는 저녁이 의미하는 것이 무얼까 쭉 생각했다.
소설의 시작부터 저녁은, 끝은_ 천천히 계속해서 낙하해서
마침내 하나코의 죽음을 기점으로 뚝.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것이 아닐까.
사실 잘 모르겠다. 이미지로만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리카가 일년에 걸쳐 맞이한, 가슴속에 첨벙. 자리잡은 저녁을.
[나에게도 또한 저녁이 천천히 자리잡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이 소설처럼 극적이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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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낙하한 것이 저녁 뿐이었을까.
리카도 다케오도 하나코도 [잘 알 순 없지만 아마도 카츠야와 그 부인도]
고독을 품고 낙하해가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마음과 마음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아니면 애초부터 가깝지 않은 그 느낌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을거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 속 세상이 나와는 다른세상이지만 또한 같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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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와닿거나 감동적이거나 기억에 남을 책은 아니었다.
다만 사람들이 사람같이 말하고 그 분위기가 내겐 좋아서
늦잠잘 것을 알면서도 이불 속에서 발가락을 꼼지락대며 이 책을 붙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