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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예전에 오랫동안 이외수 선생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있었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12년전쯤 내가 고등학생일때 한참 이외수 선생이 인기가 있었었다.
그때 선생의 '들개'나 '벽오금학도' 같은 소설은 이미 베스트셀러였다.
그당시 선생이 쓴 책도 인기였지만 선생의 긴 머리와 도인같은 행동들이 세간의 관심을 꽤 끌었었고,
내 기억으론 그즈음 선생이 어느 방송의 아침프로에 나와서 젓가락 던지기 같은 묘기를 보이기도 하셨었다.
내가 이외수라는 이름을 알게된 것도 그때쯤이었고, 난 선생의 책보다 신문광고에 실린 선생의 이름이나 방송출연한 선생의 모습을 먼저 보았다.
그래서 자연스레 이외수라는 작가가 작품보다는 작품외적인 요소로 관심을 끌려는 사람이리라 지례 짐작했던 것이다.
선생의 긴머리나 목욕을 하지 않는다는 소문에 대해 듣고는 '그 참 이상한 사람이네'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선생의 신작이었던 '감성사전' 신문광고에는 '이외수가 4년만에 머리를 잘랐다'는 문구가 있었고, 그런 광고는 선생이 작품외적인 요소로 관심을 끌려한다는 인상을 더해주기만 했다. 당시에 나는 글을 쓰는 작가가 방송이나 시답잖은 여성잡지(그때의 난 여성지들에 대해 무조건 시답잖다고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대부분 그렇다고 생각하긴 한다.)에 인터뷰를 하거나 책광고를 많이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때는 진정한 예술가라면 그런 것들과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아주 빡빡한 생각을 했을 때였다. ㅡㅡ;;
사실 이외수 선생은 내가 생각한 것처럼 언론이나 방송과 친한(?) 작가가 절대 아니기에 나의 이런 오해는 오래지 않아서 풀리긴 했지만, 웬지모를 나쁜 선입견이 머리에 남아있어 선생의 소설을 읽지도 않고, 그것들이 별볼일 없으리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었다.
그러나 선생은 당시나 지금이나 꽤나 유명한 작가이기 때문에 나도 선생의 작품을 몇권 읽었다.
'벽오금학도', '들개', '꿈꾸는 식물', '황금비늘' 등을 읽었는데 난 선생의 작품이 늘 같은 얘기만 하고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맨날 도 얘기 뿐이구만' 이렇게..... 그래서 내 마음 속에 이외수는 항상 그저그런 소설을 쓰는 인기 좀 있는 작가였다..
그런데 선생의 '황금비늘'을 읽으면서부터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선생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잘 느끼지 못했을 뿐, 선생의 소설은 일단 굉장히 재미있고, 그 속에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넘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점차 깨닫기 시작했다.
그 이후 나는 선생의 작품에 대해서 조금씩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선생의 소설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번에 이 책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을 읽으면서 선생에 대한 내 오해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이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 이외수 뿐만 아니라 인간 이외수를 느낄 수 있었다.
선생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으며, 얼마나 뼈를 깍는 창작의 고통 속에서 소설을 써 왔는지를 알게 되니까 함부로 선생의 작품을 폄하했던 것이 참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선생이 살았던 힘든 세상... 나 같았으면 세상에 대한 분노만 쌓았을 것 같은데 선생은 이 미친 세상을 사랑하시는 것 같다. 선생이 가장 존경받을 이유는 작가로서의 선생의 능력이나 성공이 아니다. 선생이 어려움과 역경을 딛고 끝내 작가로서 성공했기 때문에 대단한 것이 아니라 선생이 이 세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대단하신 것이다.
그 점 참으로 존경스럽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신 어른이지만 나보다 훨씬 순수하신 마음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선생이 이 땅에서 작가로 살아가실 수 있는 것 같다.
이외수 선생은 그런 점에서 진정한 도인이다. 쉰이 훨씬 넘은 남성작가가 이토록 아름다운 감성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점 참으로 부럽다. 이 책에서 선생이 내게 던지주신 수많은 사랑의 그물에 낚이고 싶다. 그리고 보잘것 없는 나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그물을 던지고 싶다. ^^
선생이 던지신 이 아름다운 사랑의 그물에 더 많은 사람들이 낚이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이 리뷰를 읽으시는 당신들께도 이 그물을 권하고 싶다.
끝으로 이외수 선생님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시면서 더 좋은 글을 많이 쓰시기를 바라면서 이 리뷰를 마친다. ^^
P.S 잊을뻔했다. 저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신 이쁜하루님... 정말 감사합니다.
너희들이 진실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만물을 남보다 사랑하는 경쟁에서만 뒤떨어지지 않으면 된다. 나머지 경쟁에서는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지 말고 심판이 되려고 노력하라. P 164
나는 고정관념의 껄질을 탈피하면서 만물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게 되었고, 만물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면서 만물의 영혼과 합일하게 되었다. 어느 새 개떡 같은 세상에 대한 증오심조차 모조로 소멸되어 있었다. 아무리 개떡 같은 세상이라도 눈물겹게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P180
이 세상 시계들이 모조리 작동을 멈춘다 하더라도 시간은 흐른다. 지금 아무리 크나큰 근심이 나를 포박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소멸하고야 만드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데 내가 왜 시간이 흐르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리는 무기력의 표본 허수아비에 대해 근심하겠는가? P 198
만약 그대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어깨 위에 소리없이 내려앉는 한 점 먼지에게까지도 지대한 관심을 부여하라. 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가장 하찮은 요소까지도 지대한 관심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랑의 계단으로 오르는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P 210
하나님이 세상만물을 창조하실 때 제일 먼저 빛을 만드신 이유는, 그대로 하여금 세상만물이 서로 헌신하는 모습을 보게 하여 마침내 가슴에 아름다운 사랑이 넘치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P 212
만약 그대가 간직하고 있는 열등감을 기필코 퇴치하고 싶다면 부디 서두르지 말라. 평생을 다해 도전하라. 그리고 절망에는 끝까지 둔감하고 희망에는 끝까지 민감하라. P 238
알고 보니 생명이 가는 길은 만물이 다 열어 줍디다. P 271
저는 스스로 자신의 즐거움이 부럽습니다. P 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