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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
안젤레스 에리엔 지음, 김승환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우리는 살면서 흔히 이런 경험들을 한다..
법적인 기준으로 성인이 된 후배들이..
보편적인 시각에서 봐도 어른스럽지 못한 언행을 일삼는 경우..
그러한것을 지적해주면 항상 듣게되는 변명은 이랬다..
"선배님 제가 아직 어려서 그랬나 봅니다.."
"제가 철이 없어서 그래요.."
"생각이 짧았습니다.."
등등..
지금 이런말을 하고있는 나조차도 항상 인간의 오욕칠정을 다스리긴 어렵다..
매번 어른스럽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감정부터 앞서곤 하는일이 다반사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보다 젊고 창의적인 마인드를 가지라고 이 세상은 우리를 종용하고 있다..
허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건 백번 맞는 말이지만..
그 나이에 어울리는 언행을 해야하고..
이 책의 제목처럼 그렇게 아름답게 나이가 들어서 인생의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하는건..
먼저 인생을 살아 온 선배로서의 마땅히 지켜야할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저께 회사에서 연봉협상을 했더랬다..
호봉이 오르고 경력을 인정받고 이번달부터 작년보다 많아진 월급을 받게된다..
하지만 그 만큼의 책임과 역량을 본인에게 회사는 더 요구하고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비록 돈이나 어떤 댓가를 받는건 아닐지라도..
분명 그 나이에 걸맞는.. 소위 말하는 나이값은 해야 할것이다..
항상 어렵게만 느껴지는 그 '나이값'을 해야 한다는것..
또 아름답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떠한 것일까란 기대감을 가지고 이 책을 보게되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본인이 기대했던거와는 좀 많이 달랐다..
저자인 안젤레스 에리엔 여사는 문화인류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저자의 연구는 순수 학문 분야의 성과일 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기업 등의 실용 분야에서도 널리 각광받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는데..
정작 이 책은 지나치게 영성적이고 명상적인 추상적 나열에만 그친 느낌이 들었다..
좀 더 명확하게 실용적인 부분들을 다루어 주었으면 좋았겠다란 아쉬움이 남았다..
책 내용을 살펴보면..
인생의 후반부를 살아가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청년기에는 성공을 이루고 장년기에는 안정에 접어들며 노년기에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보았을때..
아직 성공조차 이루지 못했지만..
이 책에의 분류 기준으로 엇비슷하게 적용시켜보면..
바로 필자의 나이대가 이제 서서히 인생 후반부의 제 8관문 중 첫번째인 '은의 문'으로 접어들 준비를 해야할 시점이라 여겨졌다..
물론 평균수명은 우리 부모님 세대에 비해 훨씬 더 길어졌고..
앞으로도 더욱 더 늘어날 것이지만..
술, 담배, 폭식, 과도한 스트레스 등등으로 인하여 개인적으로 스스로의 평균수명은 좀 짧을것이라는 방정맞은 생각에서..
이제 인생의 반 정도는 지나버렸으니 남은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그 인생의 후반부인 '은의 문'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저자는 그 은의 문을 '미지와의 만남'이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여덟번째 관문인 삶의 초연함을 느낀다는 '금의 문'에 이르기 까지 총 여섯개의 문을 지나치게 되고..
그 인생의 문들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솔직히 왜 이렇게 이상한 명칭을 붙여서 분류를 하였는지는 상당히 모호하게 생각되어졌다..)
정체성의 변화, 참된 얼굴의 발견을 나타내는 '하얀 말뚝의 문'
정교,관능,성욕의 '점토의 문'
관계, 사랑과 관용, 배신과 용서의 시련을 뜻하는 '흑백의 문'
창조력, 봉사, 생산성의 '전원의 문'
성실, 인품, 지혜의 '뼈의 문'
행복, 만족, 평화, 실재의 '자연의 문'
그리고 마지막 관문인 초연함, 승복, 해방의 '금의 문'
각 문에 해당하는 챕터에는 각각 과제, 도전, 선물, 반추, 실천 의 항목으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참 이상한 점은..
이렇게 구성도 깔끔하고 읽는 것 자체는 상당히 쉽게 만들어진 책인데..
정작 읽고나서 그 의미가 쉽게 다가오지 않는데 문제가 있는것 같다..
딴생각을 한것도 아닌데..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앞서 언급한 대로 지나치게 영성적이고 추상적인 표현법에도 이유가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마지막에 역자의 말에서 그 이유를 어느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젊은 역자에게 이번 번역은 그리 녹록치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미래의 현실을 언어의 강을 넘어 풀어내기가 비록 처음에는 버거웠으나, 노역의 깨달음이 기쁨으로 화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 옮긴이의 글 中
역자는 번역을 다 마치고 결국엔 인생의 8관문에 들어섰다고 하나..
역시나 내가 이 책을 힘들어 한것은 바로 겪어보지 않은 미래의 현실을..
너무 성급하게 다가가려 했던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들은..
중간중간 언급된 연세가 8~90세 정도에 이른 노인분들도 새로운 일을 하고 새로운 것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면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례들이었다..
그 이야기들은 한 예순정도면 은퇴를 하고 끝일거란 생각을 해오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분명 좋은 내용을 이야기하려 했다는 느낌은 든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아니겠는가..
어느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되게끔 전달해야할 저자의 표현방식과..
또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던 독자인 나의 영성적 또는 명상적 마인드의 부족함..
두가지 모두 아쉬운 부분이었다..
인생의 연륜이 조금 더 쌓이고..
아름답게 나이든다는 것이 다시금 궁금해질때..
한번 더 펼쳐보리라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