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의 자화상
제프리 아처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신나지만 우려되는 안나의 안전불감증

 


일단 결론적으로 이 책은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다..

바로 앞전에 읽었던 로맹 가리의 '하늘의 뿌리'가 사람을 너무 지치게 만들었던 탓이리라..

이 책도 분량은 만만찮은데 두배는 더 빨리 읽은듯 하니..

역시나 본인의 취향은 가벼운쪽에 좀 더 편향되어 있는듯 하다..

하지만 지금 보고있는 서머싯 몸의 논평집에서 그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소설은 일단 '재미'있어야 하고 독자들은 소설을 즐겨야 하는 것이라고..

그 말에 위안을 받으며 간략하게 느낀점을 서술하겠다..

 


마치 헤리슨 포드가 주연했던 'The Fugitive'를 보는듯한 느낌이다..

그 긴장감과 흥미로움이 말이다..

주연 여배우는 안젤리나 졸리 정도면 딱 좋겠다 싶었다..

 


필자와 같이 아무리 미술에 무지한 사람일지라도 반 고흐란 화가는 다들 알터이고..

그의 그림들이 현시대에 아주 귀한 값어치가 있을것이란 정도는 누구나다 알고있는

상식일 터이다..

일전에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의 천문학적인 경매가만 보더라도 유명한 미술품의 가치는 서민들의 그것과는 한참이나 멀어보이던 얘기가 아니었던가..

본인은 그 뉴스를 접하기전 리히텐슈타인은 유럽의 어느 나라 이름이거나 아인슈타인과 관계가 있는 사람인줄만 알았다.. -_-

 


암튼 그 귀하디 귀한 고흐의 그림 중 고흐가 고갱과의 말다툼 끝에 면도칼로 스스로 자기 왼쪽귀를 잘랐고 그 후에 그린 두점의 자화상이라 그 가치도 더욱 더 높아진 그림 한점을 가문의 가보로 소장하고 있던 빅토리아 웬트워스가 부엌칼로 목이 베인채 살해되면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그 다음날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는 9.11 테러 사건이 발발하고..

그 테러의 현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우리의 주인공 안나 페트레스쿠 박사..


일종의 사채업을 하며 그 돈을 갚지 못하면 고객이 소유하고 있던 고가의 미술품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펜스턴과 그의 오른팔 리프만..

그리고 펜스턴의 수하인 살인기계 크란츠..

펜스턴의 비서이자 안나의 절친한 친구인 티나..

고흐 자화상의 행방을 쫓는 또 한사람 FBI 요원 잭..

죽은 빅토리아의 동생 아라벨라 웬트워스와 그녀의 하인이자 마지막에 크게 한건하는 앤드루스..

안나의 첫사랑인 안톤과 고향에서 그녀를 보호해주던 세르게이..

그리고 펜스턴과 함께 고흐의 그림을 가지고 싶어하는 일본의 갑부 나카무라..

 

여기까지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다..

 

펜스턴의 회사에 막대한 부채를 지고있던 빅토리아의 죽음은 웬트워스 가문의 미술품을 홀라당 해먹어 버리고 싶었던 펜스턴의 야욕이 불러 일으킨 명백한 살인사건 이었고..

그간 펜스턴의 상도덕에 불만을 품고있던 안나는 그 일로 회사에서 해고되고..

우연하게 9.11 테러사건을 겪으면서 생사가 불분명해진 순간 고흐의 귀한 그림이 펜스턴과 같은 나쁜놈에게 어이없게 넘어가는 일을 막아내고 웬트워스 가문에 대해 자신의 명예도 회복하고자 하는 이유로 짧은 며칠안에 그 고흐의 자화상을 펜스턴의 손아귀에서 빼내어 적절한 가격에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고 또 그만한 구매능력이 있는 단 한사람..

바로 나카무라에게 그 그림을 팔아야 한다..

 


호시탐탐 펜스턴을 구속시킬만한 꼬투리를 잡기 위하여 FBI인 잭 역시 그 그림의 행방을 쫓고 있는 중이었고..

티나와 안톤, 세르게이는 안나를 보호하고 도와줄 의무가..

리프만과 크란츠는 펜스턴을 도와 안나를 제거하고 그림을 펜스턴에게 가져다줄 의무가..

각각 있었던 것이었다..

 


쫓고 쫓기고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나들고..

서로가 서로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으로 숨가쁘게 달려가는 16일간의 기록..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세세한 스토리 설명은 생략하지만..

책 읽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재미는 보장하는 바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점은..

그냥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고 운동을 약간 잘하는 정도로만 묘사되었던 아트 딜러 안나가..

그야말로 대책없이 들이대는 일처리 방식에서는 그녀의 안전불감증이 우려되었으며..

그 순간순간마다 지극히 운이 좋았던 면에서라든지..

또는 그 대책없음에 비해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할 때는 일잘하고 운동 잘하는 아트 딜러의 모습 그것과의 모순으로 인해 약간 아귀가 안 맞는 정도..

(물론 주인공이니 그 정도는 해야겠지만 -_-;; )

 

 

이 이야기를 통털어 가장 인상깊은 케릭터는 그런 천하무적 주인공 안나가 아닌 바로..

 

부엌칼 살인마 '크란츠'가 아니었던가 싶다..

 

 

촉망받던 루마니아 체조요정에서 냉혹한 살인마로 변모해 가던 그 섬뜩한 과정..

 


그녀는 오랜 시간에 걸친 피나는 연습으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토요일 오후만 되면 축구 경기를 관람하거나 극장을 찾았지만,

그녀는 부쿠레슈티 외곽의 도살장에서 양과 송아지의 목을 베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기록은 시간당 42마리였으며 그 어떤 도살자도 그녀를 이길 수 없었다.

(P.176)

 

 

불꺼진 방에 들어서 조용히 스위치를 올리면..

침대옆에 무릎꿇고 앉아 부엌칼을 들이밀 그녀의 회색 눈동자를 마주하게 되는건 아닌지..

그런 섬뜩함을 인상깊게 각인시켜준 매력적인 케릭터였다..

 

 

어찌되었던..

이 책은 권선징악이란 만국공통의 주제를 던지며 끝을 맺는다..

주인공 안나는..

일과 사랑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게 된다..

 

 

9.11 테러가 나기전 안나의 연봉은 대략 1억 정도였고..

그 엄청난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고나서 나카무라의 회사로 이직할때의 연봉은 대략

1억 8천만원 이었다.. (웬트워스가에서 받은 보너스는 제외하였다..)

 

 

필자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들 화딱지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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