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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외인구단 1
이현세 지음 / 세주문화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아주 아주 어렵게 구했다..
이게 참 다시 보고 싶어서..
일전에 우리 동네에서 폐업한 도서대여점들 책을 모아다가 파는 행사를 했었는데..
워낙 자주가고 사주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 업자랑 친해지게 되고..
소설, 만화, 무협지, DVD, 비디오 등등..
말씀만 하시면 뭐든지 구해준다길래..
그래서 이현세의 옛날 만화들을 보고 싶다 그랬더니..
'남벌'까진 쉽게 구해오던데..
결국 '공포의 외인구단'만큼은 한달동안 못구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더랬다..
그리하여 오프라인은 포기하고 온라인으로 혼자 알아봤는데..
도서관련 사이트에선 당연히 이미 다 품절 내지는 절판이었고..
중고품 마저도 일치감치 필자처럼 이 만화의 매력에 다시 빠져들고픈 이들이(어디 한둘이겠냐만..) 다 접수해갔고..
모 경매사이트엔 소장가치 운운하며 20만원에 올려놓은 미친놈것만 하나 딸랑 남아있었다.. -_-
그러던중 도서대여점 개,폐업 전문 사이트를 알게되었고..
며칠간의 클릭 신공으로.. -_-
한셋트 나온걸 결국 극적으로 구할 수 있게되었다..
사진에서와 같이 83년 만화방에서 보던 초판은 당연히 아니고..
그후 86년 소장용으로 6권으로 재판된 것도 아니고..
2000년인가 세주문화사에서 다시 열다섯권으로 나온 것..
중고지만 상태도 아주 양호하고..
택배비 포함 15권 2만5백원에..
80년대 초반 당시에는..
만화라는 매체를 무슨 쓰레기 보듯하는 풍조가 대세였고..
만화방 또한 비행청소년들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받곤 했었다..
필자의 단골 만화방엔 겔러그, 벽돌깨기, 인베이더 등등..
오락기까지 들여다 놓았으니..
항상 그곳에 머물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매번 엄마한테 머리 끄댕이를 잡혀 나왔던 아픈 기억이 있었는데..
이 '공포의 외인구단'의 등장은..
그 사회적 풍조를 180도 바꾸어 놓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데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양복입은 직장인들도 퇴근 후 만화방에 들러 이 만화를 탐독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당시 만화 대본소 창업의 급격한 증가를 이루었다고 하니 그 파급효과는 그야말로 후덜덜..
24년만에 그 만화를 다시 접하며..
그날 열다섯권을 쉬지않고 밤새 읽어내려갔다..
그러면서 느낀건..
역시 어린이때 봤던거랑 어른이 되어서 보는거랑은 다르구나라는 자명한 사실..
하긴 10살짜리 꼬마애가..
'사랑'이란 감정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땐 그저 '야구'가 밥보다 좋아서 봤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서야..
'강한것은 아름답다'에서 시작되는 마초이즘이 보였으며..
손병호 감독이 공포의 외인구단을 만든 이유도..
단순히 이기기 위해서가 아닌..
온순하고 착하기만 했지, 힘이 없어서 언제나 당하기만 했던 내 나라의 역사에 굴욕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남벌'에서도 나타난 작가 이현세의 배타적 민족주의의 발로였다..
그래도 이 작품은..
이 조국의 경제 부흥을 위해..
잘 사는 나라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메었던 우리 부모님 세대들에게..
우리도 '하면된다'라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메세지를 전해주었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진리로..
많은 청소년들을 책상앞으로 인도하기도 했으며..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좋아 떠난 이 땅의 많은 심순애들에게..
진정 한 사람을 사랑하려면 적어도 나처럼은 해야지라며..
두 눈 마저 포기했던 오혜성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우리들의 매마른 가슴에..
가뭄에 단비처럼 촉촉히 정화시켜 주었다..
'최고'라는 찬사가 모자랄 정도로..
그야말로 이 작품은..
'명작' 그 자체임이 다시봐도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한명 한명 강한 개성의 소유자들이었지만..
예전에는 몰랐고 지금에서야 느끼게 되는 사실들이 있었으니..
'공포의 외인구단 인물탐구'를 통해 그 24년간의 오해를 풀어 보도록 하자..
- 오혜성
이현세 만화의 주인공..
까치 오혜성..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며 우울한 유년을 보내다가..
4학년때 만난 짝꿍 엄지의 격려로 인해..
평생 그 여자만을 위해 살거라며..
자신의 스펙을 업그레이드 시켰던..
자력갱생의 산 증인..
참으로 무모해 보이기 짝이 없지만..
그리고 자신의 손해를 충분히 감당해나가며 살아가지만..
난 그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그를 '바보'가 아닌..
진정한 사랑의 승리자라 부르고 싶다..
이 만화를 통털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두가지 꼽으라면..
고등학생이 된 혜성이..
우연히 야구시합을 보러온 엄지를 만나게 되고..
당대 고교야구 최고스타였던..
천재타자 마동탁을 자기 남친이랍시고 데리고 나타나..
빵집인지 찻집인지에서 혜성과 만났을때..
엄지가 말한다..
오늘의 승리를 축하하고..
난 너의 힘들었던 과거를 알기에..
넌 참 대단해라고..
이렇게 멋진 야구 선수가 되어 나타났구나라고..
그때 혜성이는..
한 뭉치의 편지들을 던지며 이렇게 말한다..
이건 네가 그동안 내게 보냈던..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라고 응원해준 편지라고..
그리곤 말한다..
'네가 곧 나에겐 신이었고, 그 편지가 성전(聖典)이었다.'
아아..
이 얼마나 소름끼치고도 폼나는 대사인가!!
그리고 또 하나..
지옥훈련까지 다녀오고도..
번번히 한게임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는 마동탁..
그런 남편을 지켜보기가 마음아파..
혜성을 이용하는 엄지..
부푼 가슴으로..
달뜬 마음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던..
그 옛날 그들의 장소에서..
혜성이 보았던 그 글들..
'혜성아.. 넌 내가 원하는 일이면 뭐든한다고 그랬지.. 꼭 한번만 져주길 바래 - 엄지'
아아..
필자는 이 대목에서..
도저히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너무 아파..
베란다로 가서..
동이 트기전 새벽 하늘을 바라보며..
깊게 담배 한모금 들이켰더랬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는건 정말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24년전..
어떤 위로 조차도 해줄 수 없었던..
상처받은 영혼..
오혜성이란 남자를 위해..
이 아저씨가 해줄 수 있는건..
그저 밤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쉬며 담배로 시린 가슴을 달래는 일뿐..
내 위로가 그 곳에가 닿을 수만 있다면..
- 최엄지
나쁜 년..
필자는 지난 24년간 '공포의 외인구단'의 최엄지에게 대해 한참을 착각하며 살았나보다..
어린 기억속의 우리 엄지의 모습은..
청초하고..
지켜주고 싶고..
아름다우며..
심성까지도 고운..
그런 남자들의 로망이었던것 같은데..
이제와서 다시보니..
전혀.. -_-
사랑을 받을줄만 알지.. 줄 줄을 모르던 최엄지는..
15권 내내 자기자신의 생각과 자기 가족의 안위만을 생각한다..
혜성이의 그 애절한 마음을 왜 못 느끼냔 말이다..
그토록 미치게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또한 한때는 자기도 혜성이 없인 못살거라 엄마에게 반항도 했었으면서..
그 군대 복무기간에도 못미치는..
그 시간을 왜 못 기다리는지..
이런 의지박약의 결정체같은 계집..
바퀴벌레를 생포했으면..
그냥 레이졸을 뿌려 조용하게 숨을 거두게 할것이지..
왜 라이터로 더듬이는 지지느냔 말이다..
- 마동탁
마동탁의 다시보기는 꼭 필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마동탁..
그는 악역이기 이전에..
참으로 훌륭한 야구선수였고..
오혜성에 버금가는 유일한 자기관리의 달인이었다고 재고된다..
공포의 외인구단원에 비해..
마동탁이 자기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약간 폄하된듯도 보인다..
마동탁은 패배를 했을때..
비록 1등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분을 못이겨 그 여파를 가족에게까지 미치게하는 우를 범하기는 하나..
그래도 사나이 마동탁은..
항상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했었고..
어떻게 하면 오혜성을 넘어설까 항상 연구하고 공부하며 또 노력하였던 사람이다..
우린 살면서 얼마나 남의 탓을 많이하며 살아가는가..
그런 의미에서..
마동탁 이야말로..
진정 '대인'의 면모를 지녔던게 아닐까 생각된다..
- 최 관
외팔이 최관..
엄지의 동생 현지를 짝사랑했던 사나이..
그는 또 이런 금싸라기 같은 대사를 남겨주었다..
'사랑한다고 호소하며 쫓아다니는 재미라도 있지 않소, 지극히 사랑하는 한 남자를..
그러나 언제고 내게 돌아올 거란 기약이라곤 조금도 없는 한 여인을..
죽도록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조차 건넬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언제나 쓴웃음만 지으며 그나마 멀리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지켜 볼 수 있길 신께 빌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오..'
짠하다..
- 그 외 여러 친구들..
스스로 손가락까지 잘라가며..
와신상담 절치부심하여..
마동탁에게서도 결국 승리를 거두었던 조상구..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해 포스는 살짝 떨어진듯도 하였으나..
그로 인해 우리는..
가족의 소중함과..
아버지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숭고하고도 힘든 일이란 교훈을 일깨워 주었다..
이현세의 만화를 볼때마다..
아.. 내게도 저런 친구 한명 있었으면..
이 세상 살아가는데 얼마나 든든할까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혜성의 영원한 파트너 백두산..
우정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의리의 사나이..
결국 막판에 한건 해내고 마는구나..
내 니가 그럴줄 알았다..
제2의 오혜성이라 불리울만한..
또하나의 외인부대원..
멋쟁이 배도협..
끝으로..
특히 필자가 주목했던 케릭터..
바로 꼬마 최경도..
난 키가 작고 못생겼으므로..
하늘이 두쪽나도 키 크고 이쁜 여자랑 결혼해서..
내 2세만큼은 외모로 인한 그런 설움은 물려주지 않겠다던 사내..
아주..
필자와 똑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던..
-_-
언젠가 지켜보다 답답해진 하국상이 말한다..
넌 몇년간을 쫓아다닌 남자를 쳐다 보지도 않는 저 은행여직원을 왜 좋아하는거냐고..
그 때..
최경도는..
씨~익..
쪼개면서 뇌까린다..
'넌 내가 저여자를 사랑해서 이러는줄 아냐..??'
필자는 솔직히 사랑해서 그런줄 알았다..
-_-
하지만..
최경도는 결국에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게 되고..
그후로 이어지는..
가정폭력..
그래 니가 날 개무시했었다 이거지..
이제 넌 내꺼니까..
이젠 너도 함 당해봐라..
딱 요 상황 아니었던가..
후덜덜..
두꺼운 안경뒤에서 뿜어져 나오던 그 때의 그 눈빛이라니..
독자들에게 '변태'의 위험함을 다시한번 일깨워준 케릭터였다..
지면 관계상 다 쓰진 못하겠지만..
이토록 많은 얘깃거리를 담고 있었던..
또 우리네 인생사에서 닥치게 될 많은것들을 느끼게 해 준..
그야말로 불후의 명작..
이 만화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