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유하 지음 / 열림원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삼킬 수 없는 노래

 


- 유 하 作

 

 

시크리드라는 이름의 물고기는
갓 부화한 새끼들을
제 입 속에 넣어 기른다

  

새끼들의 안전한 보금자리로
그들은 자신의 입을 택한 것이다

  
어린 자식들을 미소처럼 머금은
시크리드 물고기

  

사람들아, 응시하라
삼킬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머금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눈물을 머금은 눈동자
이슬을 머금은 풀잎
봄비를 머금은 나무

 

그리고
끝내 삼킬 수 없는 노래의 목젖,
나도 한세상
그곳에 살다 가리라

 

 

 

 

우리 회사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후 한시에 주간조회를 실시한다..

그리고 그 조회시간에 작년부터 '3분 스피치'란 코너를 신설하여..

사번순으로 매주 3분동안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진다..

 

바로 어제가 필자의 3분 스피치 순서였다..

 

천편일률적이던 3분 스피치의 새로운 형식의 길을 제시하고자..

필자는 바로 '삼킬 수 없는 노래'란 시를 낭송하였다..

이루마가 연주하는 'Kiss The Rain'을 잔잔히 깔아놓고..

 


대중들 앞에서 무언가를 한다는건 본인에겐 꽤 익숙한 일이라..

떨리진 않았지만..

 

지켜보던 수경이 누나 표현에 의하면..

저 놈이 떨리는건지.. 수전증이 있는건지.. 손까지 떨고..

옆에서 누가 툭 건드리기라도 하면..

금새 굵은 눈물 한방울 떨어뜨릴것 같은 기세였다고..

 


순간 감정이 복받쳐 오른적은 있었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가 되버린 이 시는..

아마도..

대학을 다니다 잠시 휴학을 했을때이니..

1999년 정도 였을것이다..

 

당시에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홈페이지가 있었는데..

그 홈페이지의 대문에 씌어져 있던 시였다..

 


그 시를 처음 봤을때..

한동안 쉽게 잊혀지지 않던 묘한 여운과 함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사이트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기자로서의 꿈을 키워가는 우리들은..

비록 삼켜진것도 아니고 내뱉어진것도 아닌..

머금고 있는 지금이지만..

 


그런 꿈과 희망을 머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스스로 자위를 하고.. 마음을 다잡고..

이른 새벽부터 도서관에서 줄을 서곤 했었던것 같다..

 

 

그 후에 시집은..

대구 시내 동성로의 어느 서점에서 봤던것 같고..

지금 당장 기억나는 건..

이 시랑..

'느린 달팽이의 사랑' 뿐이지만..

 


직장 동료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마무리 지었던것 같다..

지금 우리들은..

모두가 뭔가를 입안 가득 머금고 있다고..

 


그것이 침인 아밀라아제가 될 수도 있고..

어떠한 불평, 불만일 수도 있으며..

또는 음식물일 수도 있고.. -_-

뻥하고 터져버릴것만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일 수도 있겠고..

못다한 사랑의 고백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우리가..

 

지금 아름답게 머금고있는 이것이..

 

꿈과 희망이었으면..

 

참 좋겠노라고..

 

 


그나저나..

다음주 타자인 원유복군은..

 

'형이 앞에서 저렇게 저질러 놓았으니.. 나는 시조라도 읊어야하나..'라고..

 

짧은 탄식을 했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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