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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지 않아도 괜찮아 - 나를 움직인 한마디 두 번째 이야기
박원순.장영희.신희섭.김주하 외 지음 / 샘터사 / 2008년 1월
평점 :
나를 움직인 한마디
허세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는 않다. 그건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자존심이라 생각하자.
사람들은 흔히 그런 자존심으로 인하여 힘들어도 쉽게 그 힘듦을 표현하지 못한다.
가슴이 억장같이 무너져 내리고 뼈 속 깊은 외로움에 치를 떨어도 난 괜찮아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일찌감치 그것이 미덕이라 배웠으므로..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보다 더 인생을 많이 산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힘들땐 때로는 주저앉아 펑펑 울어도 좋은거라고 말이다.
'비로소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자책하고,
상실감으로 인해 내가 무너지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아픔과 상처와 세상을 견뎌 내야 할 나이에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속에 고여 있던 달처럼 차디찬 슬픔이,
태양처럼 뜨거운 눈물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래, 괜찮아, 나는 생각했다.
선생님도 견딜 수 없는 슬픔을 굳이 내가 견디려고 애를 쓸 필요는 없어.
잠시 주저앉아 울고,
다시 일어나면 그만이니까.
견디지 않아도 좋다고,
나보다 세상을 많이 아는 그들이 이렇게 얘기하고 있으니까.'
(P.135~136) PAPER 편집장 황경신
위와 같이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명사 49인이 전해주는 나를 움직인 한마디에 관한 책이다.
다들 제각기 하는 일은 다르지만 자기 자신의 그 분야에서는 최고란 소리를 듣는 이들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나운서 정세진씨, 개그맨 전유성씨, 무용가 홍신자씨, 소설가 김별아씨, 시인 문태준씨, 시골의사 박경철씨, 가수 김창완씨, 야구선수 박노준씨, 텔런트 최불암씨, 영화배우 안성기씨, 작가 최인호씨 등등..
이름만 들어도 익히 알만한 분들이 세상을 살면서 그들에게 삶의 지표를 마련해주었던 단 한마디 그것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런 면에서 굳이 책읽기를 즐겨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부담없이 마음의 위로를 받고플 때 펼쳐들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나에게 있어서 나를 움직인 내 인생의 한마디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더랬다.
언제던가 그건 바로 어떤 책에서 우연히 본 프랑스의 문호 앙드레 말로의 글귀였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아름다운 그 말..
그때는 적성에 안 맞는 전공공부로 진로에 관해 고민이 많았던 그런 시절이었다.
남들처럼 현실과 타협하여 노말하게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하는 고민으로 매일 매일 밤마다 잠을 못 이루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관심이 있었던 일은 메이저리그 야구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쓸 수 있던 그런 재주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가 않았다.
그리고 취미로 하던일을 직업으로 하게되면 그 열정이 식지나 않을까 그게 두려웠던 건지도 모른다.
지금은 당연히 그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하며 입에 풀칠을 하며 공학을 전공한 친구들처럼 살아간다.
그런데 이 꿈이란 놈은 참으로 이상하게도 잊혀질만 하면 내 가슴속에서 뜨겁게 뭉클거리며 용솟음 치는것 같다.
그리고 날 혼란스럽게 만들고는 한다.
솔직히 무엇이 정답인지 무엇이 바른길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이런 내마음을 이 책에서 철학자 고병권씨는 '푸줏간 앞의 개'를 비유하며 설명해 주는듯하다.
공포 때문에 전진할 수도 없고, 욕망 때문에 후퇴할 수도 없는 그 푸줏간 앞의 개말이다.
이렇게 오늘도 책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잠을 줄여가며 계속 책을 본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끄적이고 있다.
내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