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타 행진곡 - 제8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쓰카 고헤이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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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풍자가 맞는거지?

 

 


처음으로 접해 본 쓰카 고헤이의 소설이다. 제일교포로는(본명 김봉웅) 최초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라 한다.
제일교포라고는 하나 작품 전반에서 느껴지는 것들은 지극히 '일본적'이란것이 개인적인 느낌이었다.
필자에게 있어 개인적으로 '일본적'이란것의 감상은 명확히 구분되는 두가지의 상반된 이미지였다.

 


특히 일본영화를 비롯한 일련의 소품들에 대해선 무척이나 열광했었더랬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러브 레터', '지금 만나러 갑니다',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냉정과 열정사이' 등등의 영화는 얼마나 재미있게 봤는지 모른다. 어쩌면 저렇게 인간의 섬세한 감성을 잘 그려냈을까 하고 연신 감탄을 했던 영화들이다.

 


마치 우리가 자라온 80년대 일제 가전제품에 열광하는 한편 그걸 부러워하면서도 배아파하고 얄밉게 보이던 그런 기억처럼.
또 그로 인하여 저들을 꼭 따라잡고 말리라 우리 형님 세대들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게끔 자극을 주었던 것처럼.
그런 기분이 새삼 들게끔 만든 '대작' 아닌 '소품'으로서 가장 관객의 기대에 부합했던 그런 예쁜 영화들이었다.

 


하지만 문학에 있어서는. 특히 요즘 소설에 대해서는 우후죽순 처럼 쏟아져 나오는 얄팍한 양장의 일본소설들에 비해 항상 우리 문단을 이끌어 나아갈 대한민국 젊은작가들의 소설에 손을 들어줬던 필자였던지라 요즘 일본 소설들중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기가 꽤나 힘들었었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나 판단기준에 근거한 것이다.

 


왠지 가벼워 보이고 장난스럽고 웃겨도 좀 지저분하게 웃긴다고나 할까. 그런 일본식 스타일이 싫었던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긴짱의 존재는 보기에 무척이나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야말로 제멋대로인 영화배우 긴짱. 그리고 그를 한없이 존경하고 사랑하며 따르는 엑스트라 야스. 긴짱의 아이를 임신했으나 버림을 받게된 고나쓰. 이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영화판 스토리이다.

 


처음으로 주연이 된 영화배우 긴짱. 더군다나 라이벌인 다치바나와 동시 출연이라 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춰지게끔 하기위한 긴짱의 피나는 노력. 그때문에 덩달아 고생하고 학대당하는 야스를 비롯한 엑스트라들. 그래도 야스는 긴짱이 좋다.
긴짱이야말로 얼마나 카리스마 넘치고 멋진 사나이의 모습인가! 난 긴짱과 같이 일하는것이 행복하다. 긴짱을 위해서라면 대역없이 진검을 맞는 연기도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로인해 어깨에 상처도 있지만 내겐 그조차 영광이다. 그래서 야스는
결심한다. 나의 영웅 긴짱을 위해서 목숨도 마다하지 않고 그 위험한 '계단추락' 장면을 찍겠다고 말이다.

 


사디스트로 그려지고 있는 긴짱이지만 때로는 엑스트라들을 모두 이끌고 고기도 배터지게 먹여주는등 인간적인 면모도 가끔씩 보여준다. 그런 그가 야스는 한없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긴짱이 왕년에 잘나가던 여배우인 고나쓰를 임신시켜 야스에게 데려온다. 평소에 야스가 고나쓰를 흠모하는걸 알았던지라 자기 대신 결혼을 해달라고 떠맡기게 된다.
(여자가 무슨 물건인가.. 대신 떠맡기게.. 참으로 이해 안되는 일본식 스토리다..) 한창 성공가도를 향해 달려가는 긴짱 자신에게 있어 방해가 된다는 표면적 이유말고도 나이 어린 메구미를 사귀기 위한 그런 속셈이 있었다.

 


그리하여 야스와 고나쓰는 동거를 하게되고 야스의 고향을 방문해 가족들을 만난 이후로는 점차 고나쓰도 야스의 못생긴 외모나 경제적인 무능력 보다도 정작 중요한건 착실하고 성실한 모습과 인간적인 면모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점차 야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데.. 야스는 그 마음도 모르는지 오로지 긴짱만을 위하며 위험한 계단추락 장면에 몸을 내던질 생각만 하는데.. 과연 이들의 운명은..

 


다소 과장되긴 하였지만 전하려는 메세지 하나만은 뚜렷한 소설같다.
쓰카 고헤이 자신이 제일교포2세라 그로인해 성장하면서 받았던 차별들을 토대로 긴짱으로 대변되는 절대권력. 확대하면 천황. 그리고 야스를 비롯한 억압받는 군상들. 그건 자존감도 없이 권위에 맹종하는 대중들의 모습이다.
작가는 거기에서 절대적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순응해가는 대중에게 자립의 의지를 호소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전해진다.

 


풍자는 풍자로 즐겁게 바라보고 느끼면 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풍자가 맞는거지?

 


아니면 어쩌나..

 

나같이 마음약한 사람들은 야스놈 불쌍해서 그 걱정에 잠 못이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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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풍경 - 정약용 시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10
정약용 지음, 최지녀 편역 / 돌베개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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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은 욕심쟁이 우후훗

 

 

다산 정약용 선생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역사적 사실은 실학을 집대성한 인물로서의 모습일 것이다.
시와 문장에도 능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학창시절 부터 줄기차게 외워 온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아방강역고 등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 관한 그의 저서탓에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던 탓일게다.

아래 보기에서 다산 정약용이 저술한 책이 아닌것을 고르라는 사지선다형 문제에는 항상 다산의 형인 정약전의 '자산어보'가 함정으로 종종 등장하던 기억까지 아직도 생생하다.

 

 

이 책을 통하여 그런 다산의 시 세계를 아마도 처음으로 제대로 접해본것 같다.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 다산의 시들을 감상해 본 느낌은 시를 참 쉽게 써내려 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란 괜시리 이리저리 꼬고 세상에 온갖 멋진 비유를 다 끌어다가 지어야지만 멋지고 여운이 오래가는 시다란 편견을 깨기에 충분할 만큼 아주 쉬운 시어들로 실생활 곳곳에서 느낀 감상들을 술술 쉽게 써내려간 느낌이다.

그래서 유독 마음에 와닿고 그 시들을 통하여 다산의 인간적인 따뜻한 면모를 만나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듯 하다.

 

 

총 여섯장의 분류로 나뉘어진 이 시집의 구성은 각 장 마다 다산 시 세계의 각각의 개성이 묻어 나온다.
학문을 하는 자로서의 마음가짐에 관한 시, 우의적 기법으로 노래한 풍자시, 백성을 아픔을 위로하는 애민시, 18년간의 유배지에서의 생활을 그린 그리움과 고독에 관한 시, 짧은 서정시들, 그리고 가족에 관한 사랑이 담긴 시..

 

 

다산은 7세때 이미 '시'란 것을 지어 불렀다고 전해진다. 10세 이전의 오언시를 모은 '삼미자집'이란 책도 썼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다. 당연히 학문또한 일찍 깨우쳤으나 과거에는 번번히 낙방하여 한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보내기도 했다. 마치 허샌전의 허생처럼 돈은 못벌고 주구장창 글만 읽으니.. 그런 무능한 가장으로서의 미안함을 '호박 훔친 종'이란 시로 노래하기도 했다. 먹을것이 떨어져 집의 여종이 옆집에서 호박을 훔쳐온 것을 아내가 나무라자
다산이 이를 무마한 그런 내용인데 거중기를 비롯한 실생활에 유용한 수많은 기계를 만들어 백성의 생활을 이롭게 하고 500여권의 책을 저술하였던 대학자 다산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니 새삼 놀랍고도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그 후 관직에 나아가 여러 요직을 거치고 특히 정조의 아낌없는 신임을 받아 암행어사로 활동을 하게되는데..
그때 팔도를 순시하며 느꼈던 핍박받는 평민의 삶을 노래한 일련의 시들도 눈길이 간다.

삼정이 문란하여 계속되는 수탈과 핍박에 고통받는 민초들의 삶을 스스로 거세한 사내, 소나무를 없애는 승려, 모를 뽑는 아내등의 시로서 노래하는데 모습에서는 진정 백성들과 함께 마음 아파하고 백성들을 위하는 위정자의 모습이 느껴져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런 다산의 나라 걱정하는 마음이 훗날 '목민심서'를 저술한 계기나 되었나 보다.

 

 

1801년 신유박해로 다산의 18년간의 유배생활이 시작된다.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다더니 이 유배기간 동안 다산의 업적이 그 절정에 달하게 된다. 유배 기간중에서도 다산은 꾸준히 시작을 하곤 했었는데 당시의 시들은 나라를 걱정하고 군주와 가족을 그리며 자연을 예찬하고 스스로 고독을 이겨내는 모습들로 그려지고 있다.
아내와 두 아들을 그리는 모습에서는 지극히 인간적인 다산의 따스함이 느껴져서 특히 좋았다.

개인적으로 그 시절에 지은 시들인 '유배지의 여덟 취미'나 '다산의 여덟 풍경' 같은 4구 스무자 형식의 연작시가 인상깊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후 다산은 결혼 60주년을 맞는 회혼일에 친지와 제자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수많은 업적을 남기고 고요히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진다.

 


누구라도 쉽게 다산의 시들을 접할 수 있게 시 한편한편 마다 시작동기 라든지 배경등을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고, 책 말미엔 다산의 시 세계를 더욱 더 심도있게 접해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다산 시 선집들을 추천도 해주고 있어 시인으로서의 다산 선생을 다시 만나보고자 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된듯하다.

 


다산선생의 업적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거중기나 도르래 등의 발명품을 보면 과학자로서의 면모가.. 암행어사 시절에는 마치 정의로운 검사의 면모가.. 대과에 급제하여 대학을 강의할때는 교육자로서 마과회통을 저술한걸 보면 의학자로서 아방강역고에선 지리학자로.. 논어고금주를 편찬할때엔 철학자로서 목민심서에서는 위정자의 모습이 흠흠신서에서는 법관의 면모가.. 경세유표에선 합리적인 행정관의 모습으로.. 이렇게 다방면에 정통했던 다산이 시까지도 저렇게 잘 지었다니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말로 표현하면 이 말밖엔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산은 욕심쟁이 우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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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지 않아도 괜찮아 - 나를 움직인 한마디 두 번째 이야기
박원순.장영희.신희섭.김주하 외 지음 / 샘터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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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한마디

 

 

 

허세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는 않다. 그건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자존심이라 생각하자.
사람들은 흔히 그런 자존심으로 인하여 힘들어도 쉽게 그 힘듦을 표현하지 못한다.
가슴이 억장같이 무너져 내리고 뼈 속 깊은 외로움에 치를 떨어도 난 괜찮아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일찌감치 그것이 미덕이라 배웠으므로..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보다 더 인생을 많이 산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힘들땐 때로는 주저앉아 펑펑 울어도 좋은거라고 말이다.

 


'비로소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자책하고,
상실감으로 인해 내가 무너지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아픔과 상처와 세상을 견뎌 내야 할 나이에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속에 고여 있던 달처럼 차디찬 슬픔이,
태양처럼 뜨거운 눈물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래, 괜찮아, 나는 생각했다.
선생님도 견딜 수 없는 슬픔을 굳이 내가 견디려고 애를 쓸 필요는 없어.
잠시 주저앉아 울고,
다시 일어나면 그만이니까.
견디지 않아도 좋다고,
나보다 세상을 많이 아는 그들이 이렇게 얘기하고 있으니까.'

 

(P.135~136) PAPER 편집장 황경신

 


위와 같이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명사 49인이 전해주는 나를 움직인 한마디에 관한 책이다.
다들 제각기 하는 일은 다르지만 자기 자신의 그 분야에서는 최고란 소리를 듣는 이들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나운서 정세진씨, 개그맨 전유성씨, 무용가 홍신자씨, 소설가 김별아씨, 시인 문태준씨, 시골의사 박경철씨, 가수 김창완씨, 야구선수 박노준씨, 텔런트 최불암씨, 영화배우 안성기씨, 작가 최인호씨 등등..


이름만 들어도 익히 알만한 분들이 세상을 살면서 그들에게 삶의 지표를 마련해주었던 단 한마디 그것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런 면에서 굳이 책읽기를 즐겨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부담없이 마음의 위로를 받고플 때 펼쳐들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나에게 있어서 나를 움직인 내 인생의 한마디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더랬다.
언제던가 그건 바로 어떤 책에서 우연히 본 프랑스의 문호 앙드레 말로의 글귀였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아름다운 그 말..

 

그때는 적성에 안 맞는 전공공부로 진로에 관해 고민이 많았던 그런 시절이었다.
남들처럼 현실과 타협하여 노말하게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하는 고민으로 매일 매일 밤마다 잠을 못 이루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관심이 있었던 일은 메이저리그 야구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쓸 수 있던 그런 재주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가 않았다.
그리고 취미로 하던일을 직업으로 하게되면 그 열정이 식지나 않을까 그게 두려웠던 건지도 모른다.

 

지금은 당연히 그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하며 입에 풀칠을 하며 공학을 전공한 친구들처럼 살아간다.


그런데 이 꿈이란 놈은 참으로 이상하게도 잊혀질만 하면 내 가슴속에서 뜨겁게 뭉클거리며 용솟음 치는것 같다.
그리고 날 혼란스럽게 만들고는 한다.

 

솔직히 무엇이 정답인지 무엇이 바른길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이런 내마음을 이 책에서 철학자 고병권씨는 '푸줏간 앞의 개'를 비유하며 설명해 주는듯하다.


공포 때문에 전진할 수도 없고, 욕망 때문에 후퇴할 수도 없는 그 푸줏간 앞의 개말이다.

 

이렇게 오늘도 책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잠을 줄여가며 계속 책을 본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끄적이고 있다.

 

내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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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김종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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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소설에 관한 개인적인 새로운 발견

 

 

 

깎은 손톱, 발톱이 적의 손에 들어가면 감염주술의 원리에 의하여 원소유자를 해치게 된다는 관념 때문에 마다가스카르섬의 베스틸레로족에는 '라만고'라는 직책을 가진 자를 두어, 왕족의 손톱과 발톱을 먹어 없애게 한다.

 

주인공 홍지인은 서른두살의 이혼녀이다. 반년전 세상 하나뿐인 딸 희수를 유괴살인사건으로 인해 잃어버리고 지금은 애인인 세준과 함께 동거중이다.

 

어느날 지인은 악몽을 꾸게 된다. 꿈속에서 어떤 살인마에게 빙의되어 또 다른 이에게 무참하게 난자당해 죽어가는 끔찍한 꿈이었다. 자신의 눈알을 파고드는 살인자의 손톱. 사신 오영종이 조종하는 다크템플러의 칼날같은 그 손톱.
그 섬뜩함과 배경인 아파트의 풍경까지 하나하나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했던 악몽. 가까스로 꿈에서 깨어난 지인은 자신의 왼손 새끼손가락의 손톱이 빠져버린걸 알게된다.

 

마침 직업이 네일아트를 하는 사람이라 손톱에 관해서는 공부를 많이 한 편인데도 도무지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현상이었다.
그 후 잠에 빠져들때 마다 되풀이 되는 악몽. 그리고 차례대로 하나씩 빠져나가는 자신의 손톱.


꿈속에서 지인은 하나같이 인간말종인 살인자에게로 빙의된다. 청부살인업자, 퍽치기, 친구를 왕따시켜 죽인 학생, 강간살인범 등등.
그로인해 지인의 삶은 점점 황폐해지게 되고 자신의 가게를 찾아온 어느 행려병자가 남긴 한 마디 '라만고'에 대해 알아가면서 자신의 꿈에 나타난 사건들이 실제로 존재했던 사건이란 것도 또한 자신의 손톱이 빠져나가는것도 라만고의 소행이라는 것도 하나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급기야는 꿈에서 본 그 사신을 현실에서 직접 만나게 되고 추격전끝에 교통사고로 죽어가던 사신이 지인을 바라보며 내뱉던 한마디 '네가 날 죽였어..' 죽어가던 자신의 전남편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나타나 자신에게 던진 비아냥 그리고 라만고.
여고동창 종림의 악담. 행려병자가 읊조리던 이상의 시 그리고 그가 투신자살하기전에 남겼던 몇마디 말과 뭔가를 암시하는듯한 일련의 행동들. 이 모든것에 지인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과연 그녀와 그녀가 살고있는 홍주의 사람들에겐 무슨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필자는 154페이지에서 이 모든 사건들의 배후에는 지인의 새애인인 세준이 있을것이라는 확신을 하였으나.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버렸다. 왜냐하면 지인의 꿈속에 항상 자기편일것만 같던 세준과 절친한 친구인 민경까지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점차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사건들. 그리고 계속되는 악몽과 빠져나가는 손톱들.

 

투신자살한 행려병자는 손톱이 열개 다 빠지면 라만고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알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지인의 손톱은 딸랑 하나만 남았을 뿐이다. 그녀는 이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6월 15일에 일어났던 모든 사건들의 진실은 밝혀질 것인가. 그리고 라만고의 실체는 과연 드러날 것인가??

 

공포소설이라는 장르상 마지막은 미리 설명하지 않는게 예의라고 판단되어져 생략하는 바이다.

공포영화는 항상 그 극적인 공포감을 조성하는 정형적인 플롯이 있고 그걸 항상 제일 마지막에 배치한다.


예를들면 이런 것이다. 모든 사건이 종결되어지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때서야 다 죽은줄 알았던 어떤 괴물들이 다시금 엄습해온다. 그리고는 그걸로 끝이다. 관객들에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여운을 남기며 그 공포의 여지를 항상 남겨두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밤 골목길을 새삼 되돌아보게 만들며.

이 소설도 그 마지막에 모든 설명이 되어있고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듯 그 느낌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 책은 아마도 필자가 처음 본 한국 공포소설 이었던것 같다.
책에 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생소한 이름의 작가의 책을 고르는 기준은 책표지뒤의 작가소개에만 한정되어 졌었는데 그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유수의 문학상을 통해 화려하게 등단했던 작가가 아닌 인터넷을 통하여 명성을 쌓아간 작가라면 일단 책장을 덮어버리곤 했다.

 

그 이유는 문학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기도 낯뜨거운 10대들이 쓴 로맨스 소설들이 버젓이 소설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팔리고 읽혀지고 영화화까지 되기도 했던 사실에 대한 개인적인 반감이었으리라.


편견이긴 하지만 뭐랄까 거기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되어졌더랬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의 저자인 김종일씨의 책을 모르고 지나쳤더라면 개인적으로 후회를 할뻔했다.


실제로는 많이 듣는 쌍스러운 말들이고 욕지기 들이지만 그걸 책을 통해서 글로 접하게 되니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한없이 불편하게 느껴질만큼 너무 그 느낌이 생생하다. 그리고 실제로 눈을 통해보는 영상보다 글로 표현한 문장들이 어떻게 더 끔찍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그런면에서 공포소설을 쓰는 김종일씨의 내공은 상당하다고 판단되어진다. 작가 자신도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이 소설이 출판되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놀랍다는 입장같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로도 만들어 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소설보다 더 무섭고 공포스럽게 만들 순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별로 무서움을 타지도 않고 공포영화를 보러가도 무덤덤한데 옆에서 소리지르는 사람들 때문에 놀라기 보다는 짜증부터 나는 필자가 밤새 읽은 이 책의 책장을 덮고 불을 끄고 혼자사는 방의 침대에 누웠을때 악몽이나 꾸지 않을런지 내 손톱이 라만고에 의해 뜯겨나가지나 않을런지 기분이 찝찝했던걸 보면 말이다.

 

김종일씨의 작가후기를 보면 자신이 왜 공포소설을 쓰는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과연 공포소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무엇이냐고 말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 해답을 정의했다.

 


'세상에 광명과 삶과 사랑과 희망과 선만 존재하여 그에 대해서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어둠과 죽음과 증오와 절망과 악도 세상의 요소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세상의 이면을 들춘다 하여 그를 색안경 끼고 보며 손가락질하는 것은 위선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그것들을 외면할 수 없다.
공포소설이야말로 우리네 삶의 그늘을 비추는 거울이다.'

 

- 작가의 말 中

 

 


아무튼 한국 공포소설의 개인적인 새로운 발견이었다는데 이 책의 의의를 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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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상처를 달래는 법 명상학교 교과서 시리즈 5
문화영 지음 / 수선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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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비우고 자신을 사랑하기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한 분홍빛과 봄꽃이 그려진 표지는 마음을 차분하게 했다.

 

'사랑의 상처를 달래는 법'이란 제목처럼 세상 많은 청춘들을 불면으로 밤새우게 하는 그런 연애에 관한 조언만을 다룬 책은 아니다.
비단 '사랑'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결혼,육아, 그리고 더 나아가 우주의 섭리까지 넓은 부분의 인간사에 관한 조언들로 묶은 명상서적이다.

 

우선 이 책을 만든 명상학교 '수선재'에 관한 설명이 필요할것 같다.
명품 가방이나 옷, 구두 따위를 수선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곳은 마음은 넉넉하게, 물질은 소박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인 '수선인'을 길러내는 곳이다.

 

그 수선인들에게 가장 우선시되는 실천 행동 강령은 바로 맑은 표정으로 밝게 웃으며 따뜻한 인사를 전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인생을 바로살기 위한 수많은 조언보다도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외 수선인들의 행동지침을 살펴봐도 자연친화적이고 육식을 자제하며 명상에 전념하는 등 반 선인으로서의 행동조건이 요구되어진다.

 

이 책의 저자인 명상학교 수선재의 선생님이신 문화영씨는 서른아홉살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명상의 세계에 입문했다고 한다. '제대로 숨을 쉬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포기했다니..
참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남편도 있고 자녀도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내적인 공부를 한다는것이 말이다.


그런 7년간의 명상수련이 지나자 저자는 스스로 홀로서는 법을 배우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넉넉해지고 여유로워지는 것을 깨우쳤다고 한다.

 

 

필자의 학창시절인 80년대와 90년대 초반까지를 아우른 시절에 '단(丹)학' 이란것이 크게 유행했더랬다.
본인의 아버지와 누님께서 당시 단전호흡 수련을 열심히 하셨는데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본 나로서는 명상과 바른 호흡의 중요성을 어느정도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여러가지 좋은말들이 많지만 저자가 명상의 세계에 입문하면서 느꼈던 바로 그 마음을 비우고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사랑의 시발점이라는 생각이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되어진다.

그 외 유독 성에 관한 문제에서만 보수적이지만 (수선재 명상학교의 성격을 보니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긴 하지만..)
결혼관 이라든지 자녀교육, 이혼 등등의 문제에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저자의 시각도 인상적이었다.

 

여러가지 인생사에 관한 문제를 바라봄에 있어 나만의 편협한 시각을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는 점에서는 상당히 좋았다.


예를들어 결혼관을 살펴보면 '결혼'이란 제도는 종족을 번식하여 세대를 유지하는 생물학적 본능 이외에도 우리 사회가 부양할 가족이라는 짐을 짊어 줌으로써 보다 열심히 일을하며 사회에 공헌하게끔 한다는 논리.
그리하여 결혼은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지만 또 이를 통하여 인생을 걸어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는 행위이며 반면 결혼을 하지않는걸 무조건 사회적인 관습에서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유란 가치를 책임이란 가치보다 중요시
하는 자들이 인생의 발걸음을 무겁게하여 나아갈 자신이 있을때 택하는 선택.

 

나이가 들어가고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깐 무조건 결혼해야지라며 그 문제로 적지않게 스트레스 받던 나에게는 어느정도 위로가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황진이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며 또 그녀가 쓴 글들도 몇몇 소개 되어지는데 그간 이름난 절색의 기생인 황진이 보다 우리 역사 속의 한 '문인' 으로서의 황진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 책을 통한 개인적인 수확이었다.

 

 

끝으로 딴지를 하나 걸자면 저자가 명상학교에서 상담을 하면서 주로 언급하는것이 전생에 관한 이야기들을 토대로 풀어 나가는 식이 많은데 필자도 전생과 내세를 믿는 편이지만 과연 그것이 100%로 정확하다고 가정하여 상담을 해줄만큼 또는 어떻게 하여 그런 전생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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