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풍경 - 정약용 시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10
정약용 지음, 최지녀 편역 / 돌베개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산은 욕심쟁이 우후훗

 

 

다산 정약용 선생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역사적 사실은 실학을 집대성한 인물로서의 모습일 것이다.
시와 문장에도 능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학창시절 부터 줄기차게 외워 온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아방강역고 등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 관한 그의 저서탓에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던 탓일게다.

아래 보기에서 다산 정약용이 저술한 책이 아닌것을 고르라는 사지선다형 문제에는 항상 다산의 형인 정약전의 '자산어보'가 함정으로 종종 등장하던 기억까지 아직도 생생하다.

 

 

이 책을 통하여 그런 다산의 시 세계를 아마도 처음으로 제대로 접해본것 같다.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 다산의 시들을 감상해 본 느낌은 시를 참 쉽게 써내려 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란 괜시리 이리저리 꼬고 세상에 온갖 멋진 비유를 다 끌어다가 지어야지만 멋지고 여운이 오래가는 시다란 편견을 깨기에 충분할 만큼 아주 쉬운 시어들로 실생활 곳곳에서 느낀 감상들을 술술 쉽게 써내려간 느낌이다.

그래서 유독 마음에 와닿고 그 시들을 통하여 다산의 인간적인 따뜻한 면모를 만나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듯 하다.

 

 

총 여섯장의 분류로 나뉘어진 이 시집의 구성은 각 장 마다 다산 시 세계의 각각의 개성이 묻어 나온다.
학문을 하는 자로서의 마음가짐에 관한 시, 우의적 기법으로 노래한 풍자시, 백성을 아픔을 위로하는 애민시, 18년간의 유배지에서의 생활을 그린 그리움과 고독에 관한 시, 짧은 서정시들, 그리고 가족에 관한 사랑이 담긴 시..

 

 

다산은 7세때 이미 '시'란 것을 지어 불렀다고 전해진다. 10세 이전의 오언시를 모은 '삼미자집'이란 책도 썼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다. 당연히 학문또한 일찍 깨우쳤으나 과거에는 번번히 낙방하여 한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보내기도 했다. 마치 허샌전의 허생처럼 돈은 못벌고 주구장창 글만 읽으니.. 그런 무능한 가장으로서의 미안함을 '호박 훔친 종'이란 시로 노래하기도 했다. 먹을것이 떨어져 집의 여종이 옆집에서 호박을 훔쳐온 것을 아내가 나무라자
다산이 이를 무마한 그런 내용인데 거중기를 비롯한 실생활에 유용한 수많은 기계를 만들어 백성의 생활을 이롭게 하고 500여권의 책을 저술하였던 대학자 다산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니 새삼 놀랍고도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그 후 관직에 나아가 여러 요직을 거치고 특히 정조의 아낌없는 신임을 받아 암행어사로 활동을 하게되는데..
그때 팔도를 순시하며 느꼈던 핍박받는 평민의 삶을 노래한 일련의 시들도 눈길이 간다.

삼정이 문란하여 계속되는 수탈과 핍박에 고통받는 민초들의 삶을 스스로 거세한 사내, 소나무를 없애는 승려, 모를 뽑는 아내등의 시로서 노래하는데 모습에서는 진정 백성들과 함께 마음 아파하고 백성들을 위하는 위정자의 모습이 느껴져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런 다산의 나라 걱정하는 마음이 훗날 '목민심서'를 저술한 계기나 되었나 보다.

 

 

1801년 신유박해로 다산의 18년간의 유배생활이 시작된다.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다더니 이 유배기간 동안 다산의 업적이 그 절정에 달하게 된다. 유배 기간중에서도 다산은 꾸준히 시작을 하곤 했었는데 당시의 시들은 나라를 걱정하고 군주와 가족을 그리며 자연을 예찬하고 스스로 고독을 이겨내는 모습들로 그려지고 있다.
아내와 두 아들을 그리는 모습에서는 지극히 인간적인 다산의 따스함이 느껴져서 특히 좋았다.

개인적으로 그 시절에 지은 시들인 '유배지의 여덟 취미'나 '다산의 여덟 풍경' 같은 4구 스무자 형식의 연작시가 인상깊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후 다산은 결혼 60주년을 맞는 회혼일에 친지와 제자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수많은 업적을 남기고 고요히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진다.

 


누구라도 쉽게 다산의 시들을 접할 수 있게 시 한편한편 마다 시작동기 라든지 배경등을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고, 책 말미엔 다산의 시 세계를 더욱 더 심도있게 접해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다산 시 선집들을 추천도 해주고 있어 시인으로서의 다산 선생을 다시 만나보고자 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된듯하다.

 


다산선생의 업적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거중기나 도르래 등의 발명품을 보면 과학자로서의 면모가.. 암행어사 시절에는 마치 정의로운 검사의 면모가.. 대과에 급제하여 대학을 강의할때는 교육자로서 마과회통을 저술한걸 보면 의학자로서 아방강역고에선 지리학자로.. 논어고금주를 편찬할때엔 철학자로서 목민심서에서는 위정자의 모습이 흠흠신서에서는 법관의 면모가.. 경세유표에선 합리적인 행정관의 모습으로.. 이렇게 다방면에 정통했던 다산이 시까지도 저렇게 잘 지었다니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말로 표현하면 이 말밖엔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산은 욕심쟁이 우후훗!!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