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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중국, 중국인 이야기 - 비행기에서 끝내는
정광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대국의 성장통
예전에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전쟁이 발발했다고 치자. 미국은 핵폭탄 한방으로 끝내 버릴려고 할것이다. 일본은 최첨단 전자 기술로 무장한 신무기를 들고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일단 전국민을 한자리에 모은다 그리고 일제히 오줌을 누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걸로 게임 끝이다. 중국의 무지막지한 인구를 빗댄 유머였다. 바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 이러한 '인구는 국력이다'란 사실이었다. 저출산 문제가 이제 우리 나라 사회에서도 심각한 이슈가 되었듯이 세계 각국은 많은 인구를 동경하곤 한다. 그 수많은 인구를 어떻게 감당 할 수 있을지의 문제는 차후에 생각하는 한이 있어도 막강한 국력은 즉 많은 인구에서 비롯될것 이란 단순한 사실은 꽤나 오래 그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듯해 보인다. 최근 독일인가 어느 나라에서는 출산휴가를 제출하면 연봉의 6~70%를 국가에서 지원해주면서 까지 다산을 장려하고 있다고하는 외신도 들려온다.
이 책은 바로 그 '인구'라는 문제에서는 세계 최강을 자랑하고 남부러울 것 없는 그런 중국에 관한 이야기이다. 비행기를 타고 중국을 가면서 다 끝낼 수 있다는 내용의 포켓북이다. 필자는 중국에 갈일도 비행기를 탈 일도 당장은 없었기에 그리고 막상 양복 안주머니에 이 책을 넣어보니 꽤 두꺼워서 자세가 안 나오길래 출퇴근길 버스안에서 가방에 가지고 다니면서 보게 되었다.
앞서 말한 중국의 그 수많은 인구로 인하여 항상 중국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곤 한다. 그도 그럴것이 12억이란 사람들이 공존해 있으니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상황들이 펼쳐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말이다. 항상 해외토픽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중국과 중국인들에 관한 이야기들이니 그 또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사실은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과 중국인에 관해서 가지게 되는 오해에 관한 것들이다. 같은 문화권에 속해있고 역사적으로 수없이 많이 부닥치며 살아온 사실에서 우리는 중국도 우리와 같은 사고나 특질을 지녔으리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오해인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이 책은 그런 중국과 중국인에 관하여 '국내 중국전문가 50인'으로 손꼽혔던 저자인 중국통 정광호씨가 들려주는 중국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역사에 관한 이야기다. 그간 중국은 삼국지에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노릇을 할 때 조조의 눈을 속이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우둔함을 가장하여 처신했다는 '도광양회'의 자세로 덩샤오핑은 중국 지도부에게 중국의 국력이 일정 수준에 다다를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힘을 키우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후진타오의 제4세대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WTO 가입 및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화평굴기'를 모토로 한 협력과 공존을 통해 이 세상의 중심으로 부상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경제적인 차원에서 이제 막 사회주의 체제를 벗어난 후진국이고 우리에겐 '싸구려'의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이 다시 역사속의 강대국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시점이다. 긴장해야 한다 우리를 비롯한 세계는 이제.
제 2장 사회편은 앞선 국가, 정치 편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 특히 자판기 음료 뽑기 도우미, 달나라 토지를 분양한 부동산 중개업자등의 이색 직업들은 필자를 한참이나 웃게 만들었다. 계속 반복되는 말이지만 참 사람이 많다보니 별난 인간들도 많구나란 생각 이면에는 공산주의 체제에서 모든 부의 분배가 공동분배로 이루어지다 보니 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일자리 즉 사회주의적 완전고용에 대한 체제의 집착이 만들어낸 사회적 기현상이란 의미가 숨어있었다. 관광지 출입구에는 표를 받는 사람, 받은 표를 확인하는 사람, 이를 넘겨받아 찢는 사람.. 하지만 이제 중국도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이런 철밥통들은 사라지고 그들도 우리처럼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것이다. 이제 그들은 스스로 일자리를 찾아 일을 하지 않으면 밥을 먹고 살 수 없다. 그래서 생겨난 이런 다양한 직업들. 결코 웃고 넘길 수만 없는 중국의 모습이었다. 그런 대국이 성장통을 겪고 있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막강한 힘을 가진 어른이 되려하고 있다.
제 3장 경제편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녹묘론'이다.
'중국 정부의 외자기업에 대한 일련의 정책 변화를 해외 언론매체들은 시장경제 시스템을 받아들이며 덩샤오핑이 내세웠던 '흑묘백묘론'에 빗대어 '녹묘론'이라고 묘사했다. '경제 대국'에서 '경제 강국'으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변모한 중국이 이제 '양적 성장'을 자제하고 '질적 성장'을 추구하려는 자세변화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동안 무차별적으로 유치했던 굴뚝산업이나 노동집약 업종이 '흑묘백묘'라면 첨단산업, 친환경 업종이 '녹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까.'
(P. 178)
이렇듯 중국이 스스로 싸구려 이미지를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변해야 한다. 소위 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중국의 '꽌시'에 의존하는 무역도 이젠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중국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우리나라도 그걸 알고 덤벼야 할것이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그런 관계가 되는것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고 한다. 술자리 한번하면 모든것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사고방식 이것이 필자가 중국에 관해 가장 크게 오해한 부분이었다.)
제 4장 문화편은 중국 유학중이거나 중국에서 살거나 중국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듯하다. 우리나라의 만담과 비슷한 중국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샹성'과 사교댄스, 그리고 중국의 채플린으로 불리우는 '자오번산', 티베트족 자치주의 샹그리라를 통한 유토피아 마케팅, 하이옌의 영상소설과 드라마 왕국 중국의 드라마 이야기 그리고 중국인들의 정신적 지주인 루쉰의 이야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을 바로 알기 위해서 가장 쉽고도 빠른 길이 바로 그들의 문화를이해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장인 중국의 역사와 전통편은 익히 우리가 많이 접하면서 살아온 중국의 고전들에게서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삼국지와 손자병법 그리고 공자의 사상 등등. 비단 중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의 문화권에서 인생과 처세와 관한 지침으로 삼기에 좋을 이야기들이다. 가장 우리나라와 중국이 공통분모를 이루기에 적합한 대목이란 느낌이 든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몇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걸 기점으로 중국은 세계에 한발 더 박차고 나올것이다. 비록 아직도 덩치만 크고 머리가 나쁜 어린 시절의 만만한 친구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여전히 중국산 제품이라면 싸구려라는 생각부터 들것이고, 먹거리에서 뭔가 이물질이라도 생길라치면 대부분이 중국 음식이란 곱지 않은 시선부터 가질것이며 지금도 정치적으로 티베트족에 관한 문제로 언론매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등 그 많은 인구만큼이나 바람잘날 없는 트러블 메이커지만 지정학적 위치나 여러가지 면으로 고려해 봤을때 중국이란 나라는 우리와는 절대로 상관없이 지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미국조차도 넘어설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중국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변화를 시도하듯 우리도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야 할것이다.
수년전 어떤 CF에서 중국의 회의석상에서 한국과 한국인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우린 그걸 배우고 넘어서야 한다는 장면을 연출한 모습이 있었다. 이젠 그 상황이 역전되어 가고있다. 그때 그들은 넓은 땅덩이와 수많은 든든한 인구라도 있었지만 우리에겐 그조차도 없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