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 - Chaw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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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괴수영화의 긴장감은 어느 정도 유지하지만 썰렁유머가 번번이 맥을 끊어 아쉬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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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째 매미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쓰요 지음, 장점숙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 8일째 매미 │ 가쿠다 미쓰요 │ 장점숙(옮김) │ media 2.0 │ 2009.05  


"8일째 매미,면 이미 죽은 거 아닌가?" 책장에 꽂힌 책을 본 언니가 한 마디 던진다. 무슨 얘긴가 싶어 고개를 돌렸더니 조만간 읽으려고 가까운 책장에 꽂아준 가쿠다 미쓰요의 신작 소설 『8일째 매미』를 들여다 보며 하는 말이다. "매미는 땅속에서 7년을 유충으로 지내다가 성충이 되어 7일만에 죽는다잖아. 그런데 8일째 매미라면 이미 죽은, 뭐 그런 걸 말하는 걸까?" "그러고보니 그러네." 언니의 말에 책제목에 새삼 눈길을 얹는다.

작년에 가쿠다 미쓰요의 단편집 『이책에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으로 그녀를 처음 만났다. 꽤 좋았다. 일본소설 붐이 일어나면서 수준 미달의 책들이 덩달아 쏟아지거나 인기를 얻은 작가의 책에 무분별하게 많은 돈을 들여 판권을 갖고 오는 등 문제점도 많지만, 문이 넓어지면서 이렇게 괜찮은 작가들을 만날 기회 또한 많아진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그녀의 전작 『대안의 그녀』도 찜만 해두고 아직 만나지 못한 상태지만 이번에 신작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에 냉큼 책장으로 모셨다.


그렇게 작가 이름만 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 선택이었기에 책제목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질 않았는데, 언니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대부분의 매미들이 7일 만에 죽는다면 8일째 매미란 무얼 뜻하는 걸까. 일반적으로 매미는 땅속에서 7년을 유충으로 살다가 땅위로 올라와 7일을 살고 죽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 긴 세월을 땅속에서 참고 견뎌서 드디어 세상 빛을 보게 되었는데 허락된 시간이 겨우 7일이라니. 처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땐 매미의 생애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져 시끄럽기만 하던 매미 소리가 조금은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책제목을 보다 궁금해져 다시 찾아보니 매미는 종류에 따라 유충 기간이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7년까지 되는 것도 있단다. 야생에서 매미의 수명은 약 한 달 정도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주일은 인공부화시킨 매미의 수명을 말한다고. 물론 매미의 수명에 대한 진실이 이렇더라도 8일째 매미,라는 이책 제목의 상징성은 여전히 그동안의 일반적인 상식에 준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8일째 매미를 통해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그 의문은 홀로 쓰러져 있는 여자 그림의 책표지와 겹쳐져 더욱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 "다른 매미들도 모두 7일 만에 죽는다면 특별히 슬플 것도 없다고. 어차피 다 똑같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7일 만에 죽기로 돼 있는데도 죽지 않은 매미가 있다면, 친구들은 모두 죽었는데도 자기만 살아남았다면... (264쪽, 에리나의 말 중)" "기억나? 7일 만에 죽은 매미보다도 8일째에 살아남은 매미가 더 불쌍하다고, 네가 그랬잖아. 나도 줄곧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 8일째에도 살아 있는 매미는다른 매미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으니까. 어쩌면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눈을 꼭 감아야 할 만큼 가혹한 일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319쪽 지구사의 말 中)"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자의 집주변을 맴돌던 기와코는 부부가 집을 비운 사이 그들의 집에 들어간다. 아기 얼굴만 잠깐 보려했으나 자신을 향해 방긋 웃는 아이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안아들고 도망친 기와코는 아기에게 가오루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친구 야스에의 집에 잠시 기거한다. 살던 집과 세간을 정리한 후 본능적으로 아이와 숨어살기로 결심한 기와코는 야스에에게도 차마 진실을 털어놓지 못한 채 그녀의 집을 나선다. 피붙이라고는 아무도 없던 기와코는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야스에의 집에서 우연히 본 전단지에 나와있던 그곳, '엔젤 홈'을 접하게 된다.

점점 좁혀오는 수사망과 가오루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기와코는 엔젤홈을 찾고, 가오루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던 그녀는 아버지의 보험금을 포함해 적지 않은 재산 전부를 포기하면서도 그곳의 일원이 된다. 하지만 '홈'이 다시 세상의 입에 오르내리며 관심사로 떠오르자 다시 불안해진 기와코는 그곳을 탈출해 평소 친하게 지내던 구미가 알려준 그녀의 고향 섬마을로 내려간다. 미야다 교쿄라는 가명으로 허드렛일을 하며 숨어 살면서도 가오루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와코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8일째 매미』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여자 주인공 기와코가 자신을 버린 불륜 상대자의 아이를 몰래 데려가 도망다니며 키우는 과정이라면, 2장은 유괴되었던 아이였던 가오루 아니 에리나가 어른이 된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를 유괴하게 된 기와코의 숨은 사연과 유괴한 아이지만 그 아이를 너무나 사랑했던 기와코의 이야기가 전반부, 진짜 부모를 찾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듯 했지만 이미 엉망이 된 가정과 한때 유괴되었던 아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붙인 채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에리나(가오루)의 이야기가 후반부를 채운다.

기와코는 남의 아이를 유괴한 범죄자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작가는 유괴 그 자체보다 그 뒤에 숨어있는 이야기에 더 집중한다. 유부남임을 속이고 그녀에게 접근해 우유부단함과 무책임함으로 그녀를 농락한 남자, 그에게 속아 포기한 뱃속의 아이, 그리고 온갖 모욕적인 말로 그녀의 마음을 만신창이로 만든 그의 아내로 인해 여자는 만신창이가 된다. 그런 그녀에게 삶의 희망을 준 것은 뜻밖에도 그 남자의 아이였다. 충동적으로 저질렀고 잘못된 일인줄 알면서도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강한 애착과 그로인해 피어나는 삶의 욕구는 결국 그녀를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아무리 애절했다 하더라도 그건 분명 잘못된 사랑이었고, 그것은 또다른 누군가의 삶의 행로를 흔들어 놓았다. 아이를 잃어버린 후 변한 부모의 삶은 그들의 잘못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납치를 당해 그 사람을 부모로 알고 살았던 아이의 삶은 누구에게 보상받는단 말인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늘 자기 곁에서 든든히 지켜주던 엄마가 사실은 모두 거짓이었다는 진실은 가오루, 아니 원래는 에리나였던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두렵고 큰 혼란일 뿐이다. 그리고 그 유쾌하지 못한 어린날의 경험은 내내 그녀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책에 대한 갖가지 사연들을 잔잔하면서도 흥미롭게 들려주던 단편집 『이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에서처럼 기쿠다 미쓰요는 이번에도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8일째 매미』에서 그녀는 유괴라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특유의 차분하고 유려한 문체로 세심하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가 단순하게 나눠지는 세상의 잣대와 달리 작가는 유괴범(기와코)과 유괴당한 아이(가오루), 그 가족(에리나의 부모)를 통해 선과 악이 혼재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모호하고도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비록 사이비 단체지만 세상에 상처입고 엔젤홈으로 모여드는 여자들의 이야기 또한 간과하지 않는다.

- 이 소설은 범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작용으로 인해 인간의 내면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나는 그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등장인물 모두 인생을 납치당한 사람들이다. 어디서 누구의 손에 키워졌든, 그 과정이 조금 비정상적이라 해도 인간은 파괴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346 쪽. 옮긴이의 글 중, 작가의 말)

한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였으나 이후 자신의 삶을 뒤흔든 유괴범으로 기와코를 증오해왔던 에리나는 어느새 그녀와 너무나 닮아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조금씩 그녀을 이해하며 마음으로의 용서를 시도한다. 그러나 똑같이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에리나는 기와코와는 다른 선택을 한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회피하기 보다는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타인의 도움을 받되 거기에 온전히 의지하지 않은 채 자신의 힘으로 해결책을 찾아내려는 한다. 새로운 생명에게 '아름답고 울창한 신록을 보여주기 위한' 에리나의 선택은 어쩌면 작가가 말하는 파괴되지 않은 인간의 희망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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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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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노서아 가비 (Russian Coffee) | 김탁환 | 살림 | 2009.07  



김탁환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책은 매번 읽는 속도가 더뎠다. 역사소설이라 지금과 다른 낯선 시대적 배경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문체 또한 가볍지 않아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달라졌다. 구한말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를 소재로 한 유쾌한 사기극인 『노서아 가비(2009,살림)』에서 김탁환은 한결 가볍고 경쾌해진 문체로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내달린다. 책을 펼치자마자 순식간에 마지막 장에 이른다. 정말 김탁환 작가의 책이 맞는지 다시 살펴볼 정도였다.

평소 TV 오락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즐겨 보는데, 얼마전에 방영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패러디한 '궁 밀리어네어 편'이 무척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고궁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을 영화에서처럼 연상 퀴즈쇼 형식으로 재구성했었는데, 그걸 보다가 구한말 고종 황제께서 평소 즐겨 마시셨던 차가 다름아닌 커피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고종 황제와 커피라니! 프로그램 출연자들과 함께 정말? 진짜?라고 외칠 만큼 정말 뜻밖이었다. 하지만 안경을 쓰거나 양복을 입은 사진 속 고종 황제의 모습을 떠올려볼 때 커피를 즐기는 게 아주 특별한 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전히 아침마다 커피잔을 손에 들고 있는 고종 황제의 모습이 선뜻 그려지진 않지만 말이다.


대대로 역관 출신의 집에서 태어난 따냐는 외국의 여러 곳을 다니는 역관의 업을 가진 집안 내력 덕분에 어려서부터 다양한 외국어와 외국 문학과 신기한 여러 문물들을 접하며 자랐다. 풍요롭고 행복했던 시절은, 그러나 길지 않았다. 사신단을 수행하기 위해 청나라로 연행을 떠난 아버지가 천자의 하사품을 빼돌려 러시아로 달아나다가 즉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집안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된다. 하나 뿐인 딸을 평생 죄인의 딸로 비참하게 살게 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급히 따냐의 등을 떠밀었고, 그녀는 압록강을 건너 아버지가 즐겨 마시던 노서아 가비를 떠올리며 러시아행을 택한다.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은 그렇게 시작된다. 

국경선에서 전전하다 뻬쩨르부르그까지 흘러간 따냐는 아버지에게서 배운 전각기술을 인정받아 러시아 숲 전문 사기단인 얼음여우 일행에게 강제 스카웃을 당한다. 유럽 귀족들에게 러시아의 숲을 주인 몰래 팔아치우며 사기를 치던 중 우연히 조선인 사기꾼 이반을 만나게 되고, 조직에서 도망쳐 그와 새로운 사기단을 결성해 승률 100%의 막힘없는 사기 행각을 벌인다. 때마침 러시아 황제의 대관식 일정에 맞춰 조선에서 사신단이 방문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그들은 황제의 하사품을 노리고 사신단에 접근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일을 계기로 이반과 따냐는 다시 조선땅을 밟는다. 

뜻하지 않게 러시아 공사관으로 몸을 피해 있던 고종 황제의 커피 시중을 맡게 된 따냐는 노서아 가비, 즉 러시안 커피를 통해 고종과 인간적으로 대면하면서 차츰 그의 외로움에 연민을 느낀다. 그와 함께 의문에 싸여있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비밀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따냐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고, 고종 황제와 자신과 노서아 가비를 둘러싼 새로운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 과연 따냐는 무사할 수 있을까.


이책은 세상 전체를 철저하게 속인 천재 사기꾼과 그런 사기꾼을 끝내 잡아내는 또다른 사기꾼의 이야기를 다룬 유쾌한 역사 사기극이다. 속고 속이는 사기 행각의 중심에 있는 따냐와 이반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가장 가까운 동지이자 동시에 적이다. 누군가를 믿더라도 1%의 마음은 비워두는 따냐와 손 안에서 갖고 놀 듯 상대를 철저하게 속이는 이반이라는 매력적인 사기꾼 캐릭터와 그들이 벌이는 대범하고도 경쾌한 사기 행각은 이 소설의 가장 큰 재미다. 

『노서아 가비』는 또한 목숨을 구하기 위해 러시아 국경선을 넘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따냐의 이야기이며, 생명의 위협을 피해 일국의 왕이 다른 나라의 공사관에 몸을 의탁해야 했던 망국의 서글픈 운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따냐의 개인적 비극은 고종 황제의 아관 파천으로 대표되는 민족적 비극으로 이어진다. 쓴 맛이 자신의 마음을 닮아 노서아 가비를 좋아한다는 고종의 말은 그래서 더 진하게 다가온다. 동시에 이 소설은 삶의 모든 이야기들을 커피의 쌉싸름한 맛으로 표현해 내는 커피 예찬서이기도 하다.

표지와 속지의 그림들이 어째 낯이 익다 했더니만, 먼지(munge)라는 닉네임으로 활동중인 일러스트레이터 박상희 씨의 그림이었다. 『커피홀릭's 노트』라는 커피 관련책을 출간하기도 했던 그녀는 커피 마니아답게 『노서아 가비』의 각 단락마다 나오는 일러스트에 다양한 커피 도구들을 선보이며 작은 재미를 선사한다. 처음 책을 봤을 때는 표지나 속지 그림이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닌가 조금 염려스웠는데, 책을 다 읽고 보니 이야기의 무게와 잘 어울리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탁환 작가는 아관파천 시절 러시아 역관으로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가졌으나 몰락했던, 그러나 그 몰락을 받아들이지 못해 고종의 음독 살인을 시도했던 역관 김홍륙의 일화가 실린 황현 선생의 『매천야록』을 보고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구한말이라는 암울한 시대를 배경으로 크고 작은 사기 행각과 아관파천, 음독 살해 시도 등을 다루지만 『노서아 가비』는 무겁지 않다. 오히려 시종일관 가볍고 경쾌하다. 그러나 작가는 그 안에 다양한 의미들을 깔아두는 걸 잊지 않았다. 재미삼아 가볍게 읽어도 좋고, 가벼움 속에 숨어있는 작가의 뜻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순식간에 다 읽은 후 마지막 책장을 덮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로 만들기에 그만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 읽은 후 띠지를 보니 이미 출간과 동시에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와, 역시 빠르다. 러시아를 횡단하며 사기를 치는 사기단의 모습들이 영화 『놈,놈,놈』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눈이 찢어진 매력적인 사기꾼 이반이 어떤 배우를 통해 스크린에 부활하게 될지 궁금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영화로 만나볼 『노서아 가비』는 또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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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yuk 2009-07-16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따냐는 무사한가요^^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무시했던 책인데...어울린다는 말씀을 들으니... 비로소 책을 읽고 싶어 지네요~
책이 나오자 마자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는... 홍보문구를 봤는데, 정말 그런가 봅니다.
영화 나오기 전에 책을 읽어봐야 더 재미가 있겠네요^^

simple 2009-07-20 01:18   좋아요 0 | URL
앗, bunyuk 님 눈치가 백단이신데요? ㅎㅎ
저도 표지가 너무 가벼운 느낌이라 처음에 헉, 했는데 내용 또한 가벼워 나름 어울리더라구요.
책은 정말, 다 읽고나면 영화 한 편 본 듯한 그런 느낌이에요.
정말 딱! 이거 영화감이다!라는 말이 나오더라구요.
후다닥 순식간에 읽을 수 있고 또 나름 재미도 있으니 기회가 닿으면 한 번 만나보시어요. ^ㅅ^
 
민물고기 쉽게 찾기 호주머니 속의 자연
노세윤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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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국영화에 블록버스터 바람을 불러 일으킨 영화 <쉬리>를 통해 '쉬리'라는 물고기를 처음 알게 됐다. 영화 속에서 암호이기도 한 쉬리는 물이 맑은 1급수에 살며 전세계에서 1속 1종이 존재하며 그 유일한 서식지가 우리나라인 우리나라 고유의 민물고기란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도 했지만 영화 속 장면에 잠깐 출연하는 쉬리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내가 아는 어종이 얼마 안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었다. 콘트리트로 둘러싸인 도시의 삶에 너무 익숙하다 보니 들에 피는 예쁜 야생화도, 산을 이루는 듬직한 나무도, 강이나 바다를 자유로이 누비는 물고기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참 한심한 노릇이다.

나이가 들어 자연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나의 무지가 부끄러워졌다.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책들을 찾아보다가 진선출판사의  '호주머니 속의 자연 시리즈'를 알게 됐다. 평소 진선출판사에서 다양한 자연 도감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휴대하면서 찾아볼 수 있는 시리즈가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이번에 <민물고기 쉽게 찾기>가 출간되었다길래 마침 물고기에 관심이 많은 조카에게도 보여줄 겸 책을 만나보게 됐다.

호주머니 속의 자연,이라는 시리즈 이름처럼 책은 자그만하다. 호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지만 휴대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크기라 강으로 나설 때 함께 챙겨 들고 다니며 물고기를 찾아보기 용이한 판본으로 제작되었다. 그러나 책속은 물고기의 사진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재질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우리 민물고기 130여종의 체형 사진, 생태 사진, 머리 부분 상세 사진 및 부위별 특성 사진과 일러스트를 실어 더할 나위 없이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생태 사진가라는 저자의 직업에 걸맞은 상세하고 생생한 사진이 바로 앞에서 물고기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이책에 실린 다양한 물고기들을 보면서 이제까지 아름다운 우리 자연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살았던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쩌다 놀러간 강가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작은 물고기들이 이렇게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개성을 뽐내고 있는지 이책을 보면서 처음 알았다. 책에 실린 다양한 물고기들을 만나는 것이 참 신나고 재미있었다. 어른인 나도 이럴진데 아이들은 오죽하랴. 한창 자연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찾아보고 우리 민물고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이런 멋진 책을 만날 수 있어 참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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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 여성 파일럿, 권기옥
임복남 지음, 민영숙 그림 / 작은씨앗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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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영화 <청연>이 개봉을 앞두고 '최초의 여류비행사, 박경원'이란 카피를 내걸면서 그녀의 친일논쟁과 더불어 '진정한' 최초의 여류비행사가 누구냐에 대한 논란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 논란을 통해 그동안 미처 몰랐었던 '진짜 최초'의 여성비행사 '권기옥' 여사를 알게됐다. 권기옥이 중국에서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비행사가 되었다면, 박경원은 일본의 항공학교를 졸업한 민간 비행사였다. 결국 영화제작사 측이 '최초의 '민간' 여류비행사'로 정정하면서 논란은 어느정도 일단락되었고, 조선의 '최초 여성 비행사' 권기옥 여사에 대해 좀 더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권기옥은 딸이라는 죄로 구박과 냉대를 받던 시절에 태어났다. 오죽하면 기다리던 아들이 아니라고 해서 딸의 아명(兒名)을 '갈례(어서 가라(죽으라))'라고 지었겠는가. 그런 시절을 겪으며 어린 권기옥은 왜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현실을 분개했고, 또 그런 불평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다른 여자들을 답답해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결코 그렇게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그녀의 당찬 결심은 그녀의 전생애에 걸쳐 지켜졌다.

놀음으로 전재산을 탕진한 아버지의 마음을 돌려놓고, 집안 살림을 위해 공장에 다니면서도 언니의 어깨너머 글을 배우고, 또 동생을 업고서라도 학교에 다니며 1등을 놓치지 않는 당찬 아이, 권기옥. 그녀는 숭의여학교 재학중 3ㆍ1 만세 운동에 연루되어 경찰에 끌려갔고, 독립자금 모금과 임시정부공채 판매의 덜미가 잡혀 일본경찰에게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수감된다. 그러나 그녀의 애국정신은 더욱 강렬해져 출소 후에도 임시정부와 연계하여 독립운동에 힘을 쏟았고 결국 일본의 눈을 피해 중국으로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중국의 임시정부에서 일을 돕던 권기옥은 비행사가 되어 조선총독부와 천황궁을 폭파시키겠다는 계획을 위해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간다. 우선 비행사가 되기 위해선 말이 통해야 하기에 중국어와 영어를 공부하고 우여곡절 끝에 입학한 항공학교에서는 남자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드디어 첫 비행을 성공하던 날 그녀는 자신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그러나 그런 눈물겨운 노력으로 비행사가 되었지만 여의치 않은 형편으로 계획을 미루던 중 일본이 패망했고 조선은 독립했다. 조국의 독립이야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만은 우리의 힘으로 당당하게 얻은 독립이 아니기에 권기옥은 조금 허망함을 느꼈다. (사실 그때문에 아픈 역사가 더욱 길어졌지 않은가.) 

그러나 그녀는 다시 일어나 독립된 조국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공군 창설을 위해 힘쓰며 '공군 아주머니'로 불렸고, 한중문화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교류에 힘썼다. 또한 올바른 역사를 기록하고자 재정난에 허덕이면서도 15년이란 세월을 들여 <한국연감>을 발행하며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출판인이 되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삶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장학 사업에 기탁했다. 그리고 1988년 큰 별이 지고 말았다.


- 꿈을 가지라우! 꿈이 없으면 송장이나 다를 게 없디 않가서! 특히 젊은이들은 꿈이 있어야 돼! ..(중략)..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우. 못 할 게 뭐가 있어. 저지르고 보는 기야. 댐벼 들고 보는 기야. 안된다, 못 한다, 기딴 생각은 짚어 치우라우. 아이 되면 별 수 없디 어카갔어. 길티만 말이디, 해보지도 않고 아이 된다고 생각하지 말라 이 말이야. 어느 나라든 젊은이들이 꿈이 있고 패가가 있으면 그 나라는 희망이 있어. 다른 나라가 넘보디도 못 하고 말이디.
  기카고, 녀성들이 앞장을 서야 돼. 남자가 하는 일 중에 여자라고 못할 일이 뭐가 있소. 있으면 말해 보기오. 제발 남자들 뒤꽁무니에 숨디 말라우. 이끌어야디. 앞장서서 이끌란 말이야. (209~211쪽)


딸은 그저 쓸모없이 밥이나 축내는 존재고, 여자는 그저 남자들 뒤치닥거리나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던 시절. '여자'를 향한 온갖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비행사가 되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또 독립한 조국을 위해 일생을 바친 권기옥 여사.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녀의 삶은 책을 읽는 내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로서의 권기옥 여사에 대해 씌여진 책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글자도 큼직하고, 중간중간 삽화도 곁들여져 있다. 또한 쉽고 편안한 문체로 권기옥 여사에 대한 삶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그녀의 삶을 따라가면서 충분히 감동하고 존경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아이들과 함께 읽기를 권한다. 권기옥 여사의 치열했던 일생을 통해 어린이들이 자신들만의 꿈을 키우고, 그것을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할 지를 깨달을 수 있으며, 더불어 어려움에 처한 조국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독립운동가들를 통해 자신의 삶에서 좀 더 큰 뜻을 품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독립운동가로서, 비행사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항상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던 권기옥 여사.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파일럿 권기옥>을 통해 그녀의 뜨거웠던 삶의 자취를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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