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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네몽's 그림일기 2 + 사랑 중
김네몽 지음 / IWELL(아이웰)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김네몽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오두막』 관련 카툰을 통해서였다. 만화는 좋아하나 귀차니즘에 인터넷에서 일부러 만화를 찾아보는 편은 아니라서 김네몽이라는 이름은 조금 낯설었지만 얼굴만으로 표현된 그림과 파스텔톤의 색채, 그리고 따듯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만화들도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게으름에 내내 미루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단행본 책으로 만났다. 벌써 2권,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걸 보니 나만 몰랐을 뿐 꽤 오랜 기간을 연재한 모양이다.
김네몽의 이번 두 번째 책인 『김네몽's 그림일기2 + 사랑 中』에는 제목처럼 「김네몽's 그림일기」와 함께 「사랑 中」이 함께 담겨있다. 대략 4대 6 정도의 비중으로, 분량으로만 따지자면 「사랑 中」이 「김네몽's 그림일기」보다 더 많다. 하지만 메인 타이틀의 힘을 무시할 수 없기에 이책의 제목은 여전히 「김네몽's 그림일기」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랑 中」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그러나 책의 앞뒷면을 활용해 각각의 타이틀에 맞는 표지를 함께 마련해 두어 그 서운함을 덜었다. 더불어 독자에게는 한 권으로 두 권의 풍성한 기분을 선물한다.
손에 잡히는대로 펼치다 보니 둘 중 「사랑 中」을 먼저 읽게 됐다. 「사랑 中」은 제목 그대로 인류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다룬 카툰으로, 남녀가 연애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과 고민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원래 공모전용으로 기획했으나 독자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장편으로 리뉴얼해 연재중이라고. 연인들의 알콩달콩 또는 티격태격 하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사랑 中」은, 작가의 고백에 따르자면, 작가 김네몽과 이제는 그녀의 남편이 된 산상님과의 연애 경험이 99.8%인 논픽션 카툰이란다. 그런 까닭에 「사랑 中」에 등장하는 연애에 대한 고민과 해법 들은 특수하지만 동시에 보편적이다. 다만 옆구리 시린 솔로들이 읽기엔 염장샷이 너무 많다, 흐흐.
「사랑 中」이 다소 진지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김네몽's 그림일기」는 이등신인 김네몽 캐릭터처럼 유쾌하고 귀여운 생활툰이다. 아이크림을 눈두덩이에 바르는 실수를 저지르거나, 균을 배양하는 티벳 버섯에 열광하며, 특별한 걸 해먹으려고 고민만 하다가 결국 평범한 김치볶음밥을 해 먹고, 이삿짐들을 차근차근 정리하려다 결국 KO패 당하는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법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굵직한 스토리를 갖고 있진 않지만,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소소한 소재들은 독자와 소통의 장을 넓혀준다. 그것이 생활툰의 매력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이삿짐을 싸는 장면에서 '계절별 재질이 다른 내복 슈트'라는 한 줄에 빵~ 터졌다. 그제서야 변치않는 김네몽의 분홍 줄무늬 의상(?)이 눈에 들어왔다나 뭐라나.
『김네몽's 그림일기2 + 사랑 中』에 담긴 이야기들은 발랄하고 상큼하고 유쾌하다. 그리고 항상 따듯한 시선을, 마음을,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한 마디로 착한 카툰이다. 선한 것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작가는 그런 착한 메시지들을 자신의 그림에 담아 유쾌한 이야기로 완성해 낸다. 매사 착한 메시지를 전하다보니 이야기가 다소 교훈적으로 비춰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식상하거나 지루하지는 않다. 단순하고 귀여운 그림체와 재치있는 유머가 그런 것들을 상쇄시켜 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생활툰답게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재미를 다시 보게 해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랑 중, 연애 중이던 작가 김네몽이 마지막 에피소드처럼 남자친구 산상님과 결혼식을 올렸다. 연인에서 부부가 된 그들의 변화만큼 「김네몽's 그림일기」에서도 자취와 연애에 대한 이야기 대신 새내기 부부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 대거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생의 새로운 장을 시작한 새댁 김네몽의 이야기는 작가의 개인홈피인 김네몽닷컴에서 미리 맛볼 수 있다고 하니 언제 한 번 들러봐야겠다. 어쩌면 못말리는 귀차니즘에 3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지도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