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으른 건축가의 디자인 탐험기
천경환 지음 / 걷는나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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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게으른 건축가의 디자인 탐험기 | 천경환 | 걷는나무 | 2009.12 



사소한 것에 집착할 때가 많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것이 어느 순간 눈에 딱! 걸리면 그때부터 고민은 시작된다. 이건 도대체 왜 이렇게 해놓은 걸까,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은데,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등등 남들이 보기엔 '쓰잘데기 없는' 그런 고민에 머리를 싸매기도 한다. 그런데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이 남자, 나보다 더 강적이다. 한쪽 모서리를 '따낸' IXUS 70의 디자인에 대한 찬사는 시작에 불과하다. 알록달록 예쁜 스위스 지폐를 보며 달러와 엔화, 원화의 구판과 신판까지 끌어들여 기나긴 담론을 펼친다. 겨우 지폐 한 장에 대한 이야기로 열 장의 지면을 너끈하게 채워내다니, 그의 놀라운 오타쿠적 분석력과 입담에 혼이 쏙 빠진다. 

자신을 게으르다고 하나 실은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부지런을 떨며 세상의 구석구석을 탐험하고 그 모습들을 끄집어내어 치밀하게 비교 분석하며 걸쭉한 입담으로 맛깔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남자, 바로 건축가 천경환이다. 그의 두 번째 책인 『어느 게으른 건축가의 디자인 탐험기』는 우리가 흔히 만나는 평범하고 사소한 풍경에서 찾아낸 특별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은근과 끈기를 자랑하는 저자의 집착과 몰입과 사유의 결과물이라고나 할까. 그리하여 이책은 건축 디자인에 대한 내용보다 세상 속 일상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야기는 크게 mm, cm, m, km의 네 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각 단락의 이름이 뜻하듯 그의 세상 디자인 탐험은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에서 모두가 공유할 만한 사회적인 담론으로 이어진다. 이를테면 건담에 대한 추억에서 회의테이블 설계로, 지하철 풍경을 살펴보다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이야기를 거론하는 식이다. 각 단락마다 저마다의 재미를 갖고 있었지만, IXUS 유저도 아니고, 건담의 추억도 없으며 돈의 디자인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며 분석하고픈 마음도 없는 내게 mm의 이야기는 그저 타인의 취향이었고, 그의 가산 패션거리 프로젝트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km의 세세한 작업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그런 까닭에 너무 개인적이지도 전문적이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거리만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cm와 m의 내용들이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공공 시설물, 그중에서도 지하철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 놓았다. 지하철 입구의 주변 안내도, 지하철 안의 비상용 손잡이, 엘리베이터 사이의 애매한 공간, 역사 계단의 손잡이, 지하철 내부의 의자 칸막이와 손잡이 구조, 의자 배치에 따른 내부 공간 디자인 등 지하철에 대한 거의 모든 내용을 다루면서, 저자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프랑스, 뉴욕의 지하철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것들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며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한다. 저자가 소개한 뉴욕 역사에 설치된 인형이 전하는 작은 기쁨이나 일본 역사 손잡이에서 발견한 발상의 전환, 프랑스 지하철 14호선에서 접하는 작은 배려 등은 우리 지하철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꺼내기 힘든 비상용 손잡이나 지하철 승객들의 마음을 헤아린 좌석 칸막이나 손잡이 디자인 부분도 차차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외 길바닥과 볼라드에 대한 그의 고찰 또한 흥미로웠다. 우리 주변의 동시대적 문제를 함께 발견하는 느낌이랄까. 연말이면 남은 예산을 소비하려는 지자체들로 멀쩡한 인도를 뒤엎고 새로 치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바닥 다지기 같은 기본이나 마지막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들인 돈이 무색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길바닥이 꺼져 물이 고이거나 맨홀 뚜껑이나 가로수 테두리들과의 충돌로 울퉁불퉁하다. 평소에도 저걸 어떻게 좀 깔끔하게 할 순 없을까, 조금만 신경쓰면 훨씬 보기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던지라 깔끔하게 마무리한 동경의 맨홀 뚜껑 주변 모습과 되는 대로 끼워맞춘 우리네의 것을 비교한 사진을 보는 순간 그저 긴 탄식만이 흘러나왔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길 위의 점자블럭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인도의 점자블럭은 중간에 맨홀 뚜껑이나 볼라드를 만나면 대부분 그 주변으로 둘러가게끔 설치되어 있다. 만약 자신이 점자블럭에 의존해 길을 가는 시각장애인이라면 과연 그것을 그런 모양으로 설치했을까. 책에는 맨홀 뚜껑에 점자블럭을 입히는 작은 수고로 장애인들을 배려한 일본의 사례가 실려 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려가 얼마나 부족한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차량 진입을 막는 볼라드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머무르고 있다. 장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복궁 근처의 볼라드처럼 원래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그외 디자인적인 면까지 함께 살린 조화로운 모습의 볼라드를 주변에서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길 살며시 기대해 본다.

솔직히 처음에는 뭐 이런 것까지 따지고 드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스위스 지폐에 대한 심하게 세밀한 분석에서는 사실 조금 질리기도 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남들이 쉽게 보지 않는 부분을 살피고 따지고 비교하며 또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는 그의 작업들이 은근 재미있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뭐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없지는 않지만, 또 너무 파고들어 조금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덕분에 다양한 디자인에 대한 지식 습득은 물론 그동안 편향되어 있던 시선의 전환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일상의 면면들을 보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책에서 '천경환스러운 게으른' 시선으로 찾아낸 일상의 이면을 만났다면 이제 자신만의 시선으로 또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보자. 또 아는가, 무료했던 우리의 일상이 한결 흥미진진해질런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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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낭독 훈련에 답이 있다
박광희 외 지음 / 사람in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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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낭독 훈련에 답이 있다 | 박광희, 심재원 | 사람in | 2009.12 


지난해 터키로 여행을 갔다가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일행들이 사라졌다. 어둑하게 땅거미가 지는 추운 겨울 저녁 낯선 땅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으려니 어찌나 막막하고 두렵던지 순간 눈물이 핑 돌 뻔 했다. 다행히 다시 되돌아온 일행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이스탄불 거리의 미아 신세는 면했지만 말이다. 그순간 내게 가장 공포로 다가왔던 것은 낯선 땅에 혼자 있다는 것보다 내 의사를 표현할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이었다. 어차피 터키는 영어가 외국어인 나라이지만 나의 영어 울렁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는, 말하자면 내 일생의 부담이다. 친해져 보려고 해도 좀처럼 친해지지 않으면서 늘 곁에서 떠나지 않는 그런 친구랄까. 그런 데다 문법 지향적인 철저한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학창시절을 보내다 보니 눈으로 해석은 어느 정도 하지만 듣기나 발음은 영 꽝이다. 영어 듣기는 영어 성적을 깎아먹는 주범이었고, 구린 발음에 외국인 앞에서는 평소 우렁차던 목소리가 모기소리만 해졌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양 볼이 수시로 붉어짐은 물론이다. 자신감 없는 영어를 돌파해 보고자 원어민이 있는 영어 학원을 다녀봤지만 들리지 않는 귀와 떨어지지 않는 입을 이기지 못해 결국 중도에 그만두는 비극을 맞곤 했다. 그렇게 영어는 항상 내게 비극적인 존재다.

그렇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던가. 더이상 피할 수 없다면 이젠 직접 부딪쳐 즐겨보는 수 밖에 없다. 물론 마음을 바꿔먹겠노라 선언한 뒤에도 여전히 피하는 데 주력하는 삶을 살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피할 수 있다면 영원히 피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이제부터라도 다시 영어와 부딪쳐볼까 한다. 게다가 지난 여행에서 영어 벙어리의 고충을 온몸으로 경험한 터라 어디에서든 최소한 의사 소통은 가능할 정도의 영어 실력은 갖춰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게다기 지금은 무언가를 새롭게 계획하기에 알맞은 한 해의 시작점이 아닌가. 


어떤 방법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며 영어학습 책들을 찾던 와중에 이책을 발견했다. 『영어 낭독 훈련에 답이 있다』(사람in,2009), 직설적인 제목에 그대로 드러나듯이 이책은 영어 낭독 훈련을 통한 영어 공부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실생활에서는 영어로 거의 사용할 일이 없는 환경(EFL)에서는 영어와 익숙해지기 위해 우선 억지로라도 입을 열어 영어로 소리내어 말하는 연습을 통해 스피킹의 기본기를 다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스피킹의 기본기를 익히는 방법으로 저자는 '새도우 스피킹(Shadow speaking)'을 제안한다. 새도우 스피킹이란 그뜻 그대로 원어민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림자처럼 따라 말하는 학습법으로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착안한 일종의 낭독 훈련이다. 이 새도우 스피킹은 청취력을 향상시키고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데, 원어민을 따라 반복해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성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음은 물론 문장을 적절한 의미 단어로 끊어 말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 또한 문장의 이해를 통해 자연스레 어휘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다.

- 영어 낭독 훈련의 핵심은 실제 원어민과 말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대화체 문장들이 많이 수록된, 엄선된 영어 동화책을 가지고 새도우 스피킹을 함으로써 우리말식 발음을 세탁하고 영어 본래의 발음을 새롭게 익히며 유창하게 말하는 연습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22쪽)


'1장 영어 낭독 입문하기'에서는 본격적인 영어 낭독 훈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위에서 언급한 영어 낭독 훈련의 필요성과 사용할 교재의 선택 과정, 낭독 연습 후 녹음과 평가 방법, 그리고 낭독 훈련을 이끌어줄 낭독 코치에 대해 개괄적인 설명을 설명을 해두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영어 낭독 교재 선택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1차 후보부터 최종 선택 교재까지 그 후보와 기준, 과정을 모두 공개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와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일명 '레이보우 낭독 교재'는 수준에 따라 7단계로 나누고 그에 알맞은 교재와 학습 기간들을 같이 기록해 놓았다.

'2장 영어 낭독 공부하기'에서는 영어 낭독의 필요성과 효과를 통해 영어 낭독 훈련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 주고, 7가지의 다양한 훈련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 상황과 취향에 맞는 낭독 훈련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문장을 의미 덩어리로 나누어 읽는 방법을 통해 긴 문장도 유창하게 읽는 방법을 알려주며, 영어 낭독 평가 항목과 방법의 공개를 통해 기준에 부합하는 올바른 영어 낭독 훈련을 하도록 독려한다. 더불어 영어 낭독 훈련을 통해 영어 공부를 효과적으로 시작한 사람들의 예를 통해 학습자에게 용기를 부여하고 지루한 터널을 뚫고 자기 감동의 희열을 맛볼 수 있도록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이책을 시중의 그저그런 영어 학습책에 머물지 않고 보다 배려깊은 책으로 완성시켜 주는 결정적인 부분은 바로 영어 낭독 훈련의 '실천'에 초점을 맞춘 A/S 프로그램이다. 어떤 공부법이든 마지막까지 꾸준히 할 수 있느냐가 가장 관건이다. 처음에는 야심차게 시작했던 계획도 중반에 이르러서는 흐지부지되기 쉽기 때문이다. 저자는 영어 낭독 훈련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매일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는 실행력 향상 프로그램인 일명 '무지개 액션 키 세트'를 제안한다. 7개의 실행 열쇠 중에서 학습자 각자의 성향과 그때그때의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알맞은 열쇠를 조합해 그 기능을 활용함으로써 마지막까지 꾸준히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3장 영어 낭독 실천하기'에서는 영어 낭독 훈련을 하는 방법을 샘플 원고로 초급, 중급, 고급 단계별로 정리해 두었다. 낭독 원고 뒷면에는 발음이나 끊어읽기에 대한 코치를 해두어 막막하기만 했던 낭독 훈련과 코치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보여준다. 부록 '영어 낭독 코칭 매뉴얼'에서는 아이나 친구의 영어 낭독 코치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과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놓았다. 책의 말미에는 영어 낭독 훈련용 스토리텔링 스크립트가 별책부록으로 같이 첨부되어 있다. 초급 10편과 중급 10편의 스크립트가 수록되어 있는데, 해당 원고에 대한 녹음 자료를 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까지 남겨두어 마지막까지 친절한 면모를 잃지 않는다.

- 영어 낭독 훈련도 이렇게 쉬지 않고 해 보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리저리 비법을 찾아 헤매는 그 시간에 차라리 한 번 더 입을 열고 영어 낭독을 실천해 보세요. 그것이 한국 영어 교육에서 지금 빠져 있고,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63쪽)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다른 영어 학습책과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어,라는 생각이 어느 정도 깔려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새도우 스피킹을 통한 영어 공부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크게 새로울 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책은 왜 영어 낭독 훈련을 통해 스피킹의 기초를 쌓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구체적이고 상세한 방법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세밀한 영어 낭독 훈련 방법과 마지막까지 실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실행력 향상 프로그램은 물론 낭독 코치에 대한 내용을 부록과 마지막 샘플 원고까지 세심히 챙기는 등 정말 성실한 자세로 책을 준비했다는 것이 느껴져 더욱 믿음이 갔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무작정 시작만 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목표까지 수월하게 닿기 위해서는 성실함 못지 않게 '잘'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날 어려운 문법공부만 해봤자 정작 외국인 앞에서 입 한 번 제대로 떼지 못하기 일쑤다. 외국어 또한 살아있는 언어인 만큼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과 같은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리고 이책에서는 그 방법으로 새도우 스피킹을 통한 영어 낭독 훈련을 제시한다. '잘' 시작하는 방법과 낭독 코치와 무지개 액션 키 세트라는 길동무까지 알려줬으니 이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학습자의 몫이다. 못 해도 장래성 있게 못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지금 당장은 별다른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영광의 그날을 다함께 맞길 바라본다.


- "Well begun, half done. '흔히 시작이 반이다'라고 번역을 하는데요, 이건 반만 맞는 해석일 겁니다. 'well'이란 는 단어를 주목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번역을 해보면 '잘 된 시작이 반이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중략) 이제 중요한 것은 "잘" 시작하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 못해도 장래성 있게 못하라는 말이 바로 이말입니다. (184-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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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더 사랑하는 법 (해외편 + 한국편) -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일상의 재발견
미란다 줄라이, 해럴 플레처 엮음, 김지은 옮김 / 앨리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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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더 사랑하는 법 │ 미란다 줄라이, 해럴 플레처 │ 김지은(옮김) │ 앨리스(문학동네) │ 2009.12  



어떤 책으로 새해를 시작할까 책장을 둘러보다가 이책 앞에서 눈길이 멈췄다.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이라니, 제목부터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덕분에 바로 나의 새해 첫 책으로 낙찰됐다. 생각보다 제법 두툼하긴 했지만 사진이 많아 금방 읽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책장 넘기는 속도가 그리 숨가쁘지 않았지만 오히려 중간중간 생각하게 만드는 구석이 많아 더 좋았다. 물론 그것 때문에 '새해 첫 책'의 영광은 도서관에서 충동적으로 빌려왔던 도네이션북에게 넘겨야 했지만, 그래도 야금야금 음미하며 읽는 맛이 나쁘지 않았다.

2002년 두 명의 예술가 미란다 줄라이와 해럴 플레처는 '나를 더 사랑하는 법(Learning To Love You More)'이란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그곳을 통해 그동안 무심하게 지나쳤던 자신과 주변, 그리고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과제들을 제시했고, 그것을 직접 실행한 사람들은 사진과 글, 동영상 등을 통해 과제에 대한 결과물을 보냈다. 입소문을 타고 웹사이트 방문자는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고 과제에 대한 수행물들도 다양한 모습을 띠었다. 책으로 출간된 뒤에도 꾸준히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2009년 5월의 과제를 끝으로 지난 8년 간의 여행을 마감했단다.

이책 <나를 더 사랑하는 법>(앨리스, 2009)은 미란다 줄라이와 해럴 플레처가 개설한 웹사이트 '나를 더 사랑하는 법'에서 제시되었던 과제에 따른 결과물들 중 일부를 골라 실은 책이다. 차례가 적힌 바닥에는 이책이 출간되기까지 제시되었던 63개의 과제가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다. 그런데 어떤 과제에는 형광펜이 칠해져 있고 또 어떤 과제는 그냥 밋밋하게 제목만 적혀 있다. 처음에는 차례를 보고 무척 의아했는데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차이를 금세 알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이책에는 모든 과제의 결과물이 아닌 극히 일부만이 실렸다. 그래서 결과물이 실린 과제에만 노란 형광펜을 칠해 구별해 두었다. 물론 과제 끝에는 본문 페이지가 붙어 있다.

응원의 게시물 만들기, 누군가의 주근깨나 점을 연결해 별자리 그리기, 다른 사람 머리 땋아주기, 나를 울렸던 영화의 한 장면 그려보기, 낯선 사람들에게 손을 잡게 한 뒤 그 모습을 사진에 담기, 중요한 날 입었던 옷을 사진으로 찍어보기, 과거의 자신에게 충고하기 등 이색적이고 독특한 과제에 따른 재미있는 수행물들이 실려 있다. 플래시를 터뜨린 채 침대 아래 사진 찍기에서는 먼지 쌓인 침대 밑의 다양한 모습에 웃음짓게 했고, 일상 생활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도자료처럼 써보기는 평범한 일상을 색다른 눈으로 들여다보게 했다. 부모님이 키스하는 모습 사진 찍기는 키스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써보기는 가장 가슴 짠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위의 과제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꼭 해야 하는 숙제도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수많은 결과물들을 함께 내놓았다. 그들을 움직이게 한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아마도 그건 나를 사랑하는 법을 찾게 하고자 하는 이 프로젝트의 기본 취지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예전에 열광했던 영화나 책을 떠올리고, 키스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른 사람의 점을 연결하거나 머리를 땋으며 잊고 지냈던 일상의 사소한 재미를 재발견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거나 힘들었던 과거의 일이나 상처에 대한 고백을 통해 타인은 물론 나 자신으로부터 위안을 받기도 한다.

'나를 더 사랑하는 법'에서 제시하는 과제들은 나를 사랑하는 법이 특별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의 작고 소소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전해준다.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사람들은 일상 속에 숨어있는 무수한 행복들을 다시 찾아내면서 그로 인해 행복해 하고 감동한다. 그리고 그들의 위로는 이책을 통해 그대로 전해진다. 그렇기에 큼직한 사진들이 잔뜩 섞여있는 이책을 다 읽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책이 끝났는데 다른 한 권의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 이책은 두 권의 책으로 묶여 있다. 다른 한 권은 바로 이책을 옮긴 김지은 아나운서가 한국에서 진행한 과제와 수행물들을 엮은 <나를 더 사랑하는 법 : 한국판>이 그것이다. 총 15개의 과제로 진행되었고 600 여개의 수행물들이 올라왔단다. 이책 역시 그중 일부만을 실었는데, 15개 과제와 결과물이 모두 담겨 있다는 점과 매 과제마다 김지은 아나운서의 글이 빠지지 않고 함께 한다는 점이 한국판 만의 특징이라 하겠다.

한국판의 서문에 이책을 엮은 김지은 아나운서는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실천)하는' 책이라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냥 읽고 넘기지 말고 책에 담긴 과제들을 실행함으로써 그 재미와 감동을 직접 경험해 보라는 당부인 것이다. 책이 제시한 과제를 따라가도 좋고, 또는 책과는 다른 나만의 과제를 내고 그것을 실천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일상의 재발견'이라는 이책의 부제처럼 올해는 자신만의 '나를 더 사랑하는 법'으로 심심했던 일상 속에서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겉으로는 한 권이지만 그 속엔 두 권이 나란히 묶여 있다. 쉽게 분책이 가능하도록 제본되어 있다.
다만 분책하지 않으려고 해도 책을 읽다보면 뒷편에 있는 '한국편'이 자연스레 '독립'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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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네몽's 그림일기 2 + 사랑 중
김네몽 지음 / IWELL(아이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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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네몽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오두막』 관련 카툰을 통해서였다. 만화는 좋아하나 귀차니즘에 인터넷에서 일부러 만화를 찾아보는 편은 아니라서 김네몽이라는 이름은 조금 낯설었지만 얼굴만으로 표현된 그림과 파스텔톤의 색채, 그리고 따듯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만화들도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게으름에 내내 미루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단행본 책으로 만났다. 벌써 2권,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걸 보니 나만 몰랐을 뿐 꽤 오랜 기간을 연재한 모양이다.

김네몽의 이번 두 번째 책인 『김네몽's 그림일기2 + 사랑 中』에는 제목처럼 「김네몽's 그림일기」와 함께 「사랑 中」이 함께 담겨있다. 대략 4대 6 정도의 비중으로, 분량으로만 따지자면 「사랑 中」이 「김네몽's 그림일기」보다 더 많다. 하지만 메인 타이틀의 힘을 무시할 수 없기에 이책의 제목은 여전히 「김네몽's 그림일기」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랑 中」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그러나 책의 앞뒷면을 활용해 각각의 타이틀에 맞는 표지를 함께 마련해 두어 그 서운함을 덜었다. 더불어 독자에게는 한 권으로 두 권의 풍성한 기분을 선물한다.

손에 잡히는대로 펼치다 보니 둘 중 「사랑 中」을 먼저 읽게 됐다. 「사랑 中」은 제목 그대로 인류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다룬 카툰으로, 남녀가 연애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과 고민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원래 공모전용으로 기획했으나 독자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장편으로 리뉴얼해 연재중이라고. 연인들의 알콩달콩 또는 티격태격 하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사랑 中」은, 작가의 고백에 따르자면, 작가 김네몽과 이제는 그녀의 남편이 된 산상님과의 연애 경험이 99.8%인 논픽션 카툰이란다. 그런 까닭에 「사랑 中」에 등장하는 연애에 대한 고민과 해법 들은 특수하지만 동시에 보편적이다. 다만 옆구리 시린 솔로들이 읽기엔 염장샷이 너무 많다, 흐흐.

「사랑 中」이 다소 진지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김네몽's 그림일기」는 이등신인 김네몽 캐릭터처럼 유쾌하고 귀여운 생활툰이다. 아이크림을 눈두덩이에 바르는 실수를 저지르거나, 균을 배양하는 티벳 버섯에 열광하며, 특별한 걸 해먹으려고 고민만 하다가 결국 평범한 김치볶음밥을 해 먹고, 이삿짐들을 차근차근 정리하려다 결국 KO패 당하는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법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굵직한 스토리를 갖고 있진 않지만,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소소한 소재들은 독자와 소통의 장을 넓혀준다. 그것이 생활툰의 매력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이삿짐을 싸는 장면에서 '계절별 재질이 다른 내복 슈트'라는 한 줄에 빵~ 터졌다. 그제서야 변치않는 김네몽의 분홍 줄무늬 의상(?)이 눈에 들어왔다나 뭐라나. 

『김네몽's 그림일기2 + 사랑 中』에 담긴 이야기들은 발랄하고 상큼하고 유쾌하다. 그리고 항상 따듯한 시선을, 마음을,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한 마디로 착한 카툰이다. 선한 것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작가는 그런 착한 메시지들을 자신의 그림에 담아 유쾌한 이야기로 완성해 낸다. 매사 착한 메시지를 전하다보니 이야기가 다소 교훈적으로 비춰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식상하거나 지루하지는 않다. 단순하고 귀여운 그림체와 재치있는 유머가 그런 것들을 상쇄시켜 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생활툰답게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재미를 다시 보게 해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랑 중, 연애 중이던 작가 김네몽이 마지막 에피소드처럼 남자친구 산상님과 결혼식을 올렸다. 연인에서 부부가 된 그들의 변화만큼 「김네몽's 그림일기」에서도 자취와 연애에 대한 이야기 대신 새내기 부부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 대거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생의 새로운 장을 시작한 새댁 김네몽의 이야기는 작가의 개인홈피인 김네몽닷컴에서 미리 맛볼 수 있다고 하니 언제 한 번 들러봐야겠다. 어쩌면 못말리는 귀차니즘에 3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지도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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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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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 │ 창비 │ 2009.11 


작년에 김려령의 『완득이』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악조건으로 점철된 상황에서도 쿨한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완득이는 작가 김려령이란 이름 세 자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녀의 신작을 주저없이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려령의 신작 『우아한 거짓말』은 '내일을 계획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라는 단 한 줄의 문장이 알려주듯 유쾌ㆍ상쾌ㆍ통쾌한 웃음과 눈물을 함께 선사했던 『완득이』와는 꽤나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였다. 낯설었지만 여전히 가슴을 울렸다.

열 네살 소녀 천지가 죽었다. 평소의 모습과 달리 전세값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에게 몇 달이나 뒤에 있는 생일선물을 앞당겨 최신형 mp3를 당장 사달라고 조르던, 엄마가 출근하고 언니 만지가 학교로 먼저 출발한 그날 아침에 천지는 길게 뜨게질한 빨간실에 목을 의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언니 만지의 시험이 끝나면 책상을 리폼해 주겠다고 약속하던 천지였다. 조용하고 말이 적지만 애어른처럼 속이 깊었던 아이, 그런 천지가 왜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엄마도 만지도 이해할 수가 없다.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던 만지는 천지가 남긴 흔적을 좇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제자를 잃은 천지의 담임 선생님도 어떻게든 사건을 조용히 무마하려는 학교 측과 별도로 나름의 조사를 시작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천지의 단짝을 자칭하던 화연, 만지의 친구 동생이자 천지의 동창 미라, 천지의 체육복을 빌린 수경, 이사온 집의 옆집 남자인 오대오, 보신각을 운영하는 화연의 부모, 그리고 천지의 가족인 만지와 엄마를 거치면서 천지의 죽음의 이유라는 퍼즐을 하나씩 맞춰간다. 

오랜 세월 동안 교묘하고도 끈질기게 천지를 이용하고 괴롭히며 아이들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키려던 화연의 행동은 누가 봐도 천지를 죽음으로 내몬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화연의 괴롭힘을 방해하는 조력자처럼 보였으나 실은 무심한 방관자에 불과했던 미라, 뜻밖에 우울한 천지의 내면을 눈치챘지만 더이상 도움을 주지 못한 오대오, 그리고 살아가느라 또는 자신의 일에 바빠 천지가 보내던 무언의 신호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엄마와 만지 또한 천지의 죽음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우아한 거짓말』은 왕따와 자살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완득이』에서 보여준 가볍지만 진지한 촌철살인의 문장과 인물들의 쿨한 태도 또한 그대로 가져왔다. 조용하고 속이 깊은 천지에 비해 모든 것에 무심한 듯 건성건성인 만지의 행동과 말투는 여자 완득이를 떠올리게 한다. 만지의 엄마 또한 남편에 이은 딸의 죽음을 맞을 때나 자신에게 들러붙는 양아치 곽만호와 그의 자식들을 대면할 때, 그리고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내몬 아이의 부모를 찾아갔을 때도 신파적인 모습 대신 쿨한 담담함을 보인다. 비록 후에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짓긴 하지만 말이다.

작가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았던 열네 살의 소녀 천지가 왜 죽음을 택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밝혀감과 동시에 엄마와 만지, 화연과 미라를 통해 남겨진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들도 함께 보여준다. 천지를 죽음으로 내몬 가장 큰 이유는 화연의 괴롭힘이지만, 그런 천지를 방관한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적잖은 책임이 있다. 그렇기에 갑작스런 죽음 이후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과 아픔을 나누지 못한 죄책감, 그리고 누군가에 대한 증오심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천지를 내몰았던 화연을 보듬어 안는 만지를 통해 진정한 용서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 또한 빼놓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임을, 우리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을 읽는 동안 올초에 만났던 졔이 아세르의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여러 번 겹쳐졌다. 구체적인 사건과 진행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누군가의 악의적인 소문과 왕따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죽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남겼으며, 끝없이 보내는 무언의 SOS 신호를 눈치채지 못해 뒤늦게 후회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런 아픈 경험 후에 다음의 예비 희생자를 보듬으며 일말의 희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두 소설은 많이 닮아있다. 또한 둘 다 무심코 내뱉는 말이 때론 누군가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진심어린 따듯한 말 한 마디가 때론 누군가에겐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를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아직 많은 작품을 접해보진 못했지만 작가 김려령은 자신의 말처럼 성장소설(또는 청소년 소설)에서 빛을 발하는 작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고민을 그들의 언어로 풀어내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또한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되 마냥 무겁거나 진지하지만은 않게 해주는 가벼움의 미학이나 인물들에 대한 따듯한 시선 또한 그녀의 장점이다. 덕분에 자살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우아한 거짓말』은 남의 이야기 같은 우리들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것이 김려령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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