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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도시락 - 맛있고 간편한
김정훈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12월
평점 :

- 맛있고 간편한 과학 도시락 | 김정훈 | 은행나무 | 2009.12
긴장했을 때 우리는 왜 손에 땀을 쥔다는 표현을 쓰는 걸까? 왼쪽 귀에 사랑을 속삭이면 성공률이 높다는 말은 정말일까? 텔레비전이나 모니터 화면을 카메라로 찍으면 왜 가로줄 무늬가 생길까? 언 발에 오줌 누면 발이 더 빨리 어는 이유가 뭘까? 세포가 자살을 한다는 말은 진짜일까? 뇌사와 식물인간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에서 과학의 힘은 얼마나 작용하는 걸까? 베컴을 유명하게 만든 프리킥이나 김연아의 명품 점프의 비밀은 뭘까? 동물들도 사람처럼 최면에 걸릴까? 개구리의 눈에는 세상이 온통 회색으로만 보인다는 말이 사실일까? 물방울로 렌즈를 만든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저절로 온도를 맞추거나 알아서 자동으로 세탁되는 옷이 정말 있을까? 그리고 우주를 여핼할 수 있는 시대가 정말로 올까?
평소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들이 어느 순간 불현듯 갑자기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원래' 또는 '당연'이라는 재미없는 생각 대신 '왜?'라는 의문의 안경을 끼고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그 순간 평범했던 일상이 다양한 과학 원리들이 숨쉬는 새로운 세계로 변신한다. 너무 사소하거나 당연해서 왜 그런지 의문조차 품어보지 않았던 수많은 일들의 이면에 복잡한 과학이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은 신기하고 재미있다. 김정훈의 『과학 도시락』은 이렇게 생활 속의 다양한 과학 상식과 원리 들을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대중과학서다. 도시락처럼 맛있고 간편한 과학상식 책이다.
『과학 도시락』에는 모두 여덟 개의 탐스런 도시락이 담겨 있다. 우리 몸의 과학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생활, 생명, 스포츠, 자연, 미래, 우주 과학으로 조금씩 범위를 넓혀나가며 인간, 습관, 질병, 생물, 스포츠, 우주 등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과학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도시락에서는 괴짜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를 후식으로 준비해 놓았다. 파마약은 머리카락의 화학 결합을 새롭게 함으로써 머리 모양을 만들고, 긴장하면 땀이 나는 곳 중 손바닥과 발바닥에 가장 많은 땀샘이 분포한 까닭에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왼쪽 귀는 감정조절에 관여하는 우뇌와 연결되어 있어 들은 말을 더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고, 기체보다 액체의 열전달 속도가 더 빨라 오줌에 젖은 발은 그렇지 않은 발보다 동상에 걸리기 더 쉽다.
심하게 훼손되어 제기능을 못하는 세포는 전체를 위해 세포자살을 택하는데, 이때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암세포로 발전하기도 한다. 뇌사는 뇌가 활동을 멈추고 심장이 멈춰 사망에 이르지만 식물인간은 뇌의 일부가 손상돼 의식이 없을 뿐 생명 활동에는 지장이 없다. 동물들도 사람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최면에 걸리며, 회색 세상이 펼쳐진 개구리의 눈은 신기하게도 움직이는 사물만 인지한다. 일렉트로웨팅 기술을 이용한 액체렌즈는 일부 제품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고, 기온이 오르면 저절로 소매가 올라가거나 물만 뿌리면 자동세탁 되는 옷이 실제로 개발되었으며, 비록 천문학적인 가격을 자랑하지만 비우주인의 우주여행 시대 또한 이미 시작되었다.
김정훈의 『과학 도시락』은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처럼 부담없고 즐거운 과학 상식을 지향한다. 이책은 일단 '재미있다'. 중간에 덮고 싶은 지루함을 찾을 수 없는 재미는 이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콩트 형식을 차용하거나 친밀한 속담이나 유명인들의 사례를 들어 독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다루는 내용 또한 너무 전문적이거나 어려운 과학용어들이 난무하지 않아 특별한 이해력을 요하지 않는다.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서너장 분량의 비교적 짧은 길이와 각각 독립된 주제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시간날 때마다 틈틈이 펼쳐보기에도 제격이다.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다보면 어느새 든든한 과학상식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는 점이 이책의 또다른 매력이다. 가볍게 읽히지만 다루는 내용들은 탄탄하다.
과학을 다룬 책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편견이 있다. 실제로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어서 과학 서적의 어려운 단어들 속을 헤매다 보면 저절로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일쑤다. 어떤 책은 수면제가 따로 필요없다. 하지만 과학책이라고 해서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현상 속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대중과학 서적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정재승 교수의 『과학 콘서트』나 『도전 무한지식』 같은 책들이 좋은 예다. 그리고 이책, 과학 전문 기자가 쓴 재미있는 과학상식 책인 『과학 도시락』(은행나무,2009) 또한 그 사이에 당당하게 포함시키고자 한다.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는 김정훈의 『과학 도시락』은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지원 2009 청소년 저작 발굴 및 출판 지원 사업 당선작'이기도 하다.